양평살이 수련 3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혹자는 사랑으로, 혹자는 믿음으로 산다고 한다.
구순 엄마는 '밥심'으로 사신다고 한다.
그게 무엇이던 그것들의 공통점은 '힘'이다.
사랑의 힘, 믿음의 힘, 밥심의 힘.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오뚝이처럼 일어날 수 있는 힘.
숟가락 들 힘도 없으면서 역기를 들 수는 없다.
힘은 일상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내가 지금 무얼 주절거리고 있는지 맥락을 잃을 것 같지만 '힘'이 있기에 자판기를 두드리며 이 글도 쓴다.
'번 아웃'
이름도 처음 듣는 것이 내가 아끼는 제자에게 불청객처럼 찾아왔다.
초임시절 6학년 담임 때 만난 제자인데 이제 인생의 길동무가 되어 같이 늙어간다.
그 친구는 열악한 가정환경을 딛고 공부하며 장학금을 받아 근근이 상급학교에 진학했다.
대학에 진학할 돈이 없어 군대에서 말뚝을 박고 몇 년의 월급을 모아 전역 후, 그 돈으로 대학에 들어간 의지의 한국인이다.
그 친구의 성실함과 어려움을 헤쳐가는 꿋꿋함에 반해서 여자 밥은 안 굶기겠구나-요즘 이 표현은 어울리지 않지만 관용구처럼 사용-하는 마음으로 아끼는 후배와 중매를 섰다.
참으로 열심히 사는 두 부부가 예쁘고 기특했다.
그 친구는 대기업에 취직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 출신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학력에 대한 콤플렉스와 일에 대한 자신의 한계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다.
그들과의 간극을 메꾸기 위해 독서, 또 독서. 공부, 또 공부로 불철주야 애쓰며 심신을 혹사시켰다.
책을 만 권 읽으니 세상살이 이치가 보인다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던 친구의 모습이 생각난다.
아무리 긍정적인 성격으로 괜찮다, 괜찮다 나를 다독여도 받은 상처는 고스란히 내 몸과 마음에 촘촘히 박혀있다.
그 친구도 그랬나 보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났는데 손가락 하나 들 힘이 없더란다.
몸에 힘이라는 힘은 모두 휘발되어 바람 빠진 풍선처럼 미풍에도 나부끼는 까만 비닐봉지가 되었다고 한다.
몸만 그런 것이 아니라 불안과 초조와 함께 죽음보다 더 공포스러운 우울과 절망이 시작되었단다.
직장도 못 다니고 휴직을 냈다.
병원에서 내린 병명이 바로 '번 아웃 증후군'이다.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하여 정신적, 육체적으로 기력이 소진되어 무기력증, 우울증 따위에 빠지는 현상을 '번 아웃 증후군'이라 한다.
다 타서 없어졌다. 살아갈 힘이 다 타 버려 사라진 것이다.
그 친구는 대기업을 퇴사하고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려고 산사에 들어갔다.
물론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물 치료를 함께 했기에 빠르게 회복되었다.
예전의 힘을 조금 찾게 되면서 대기업에 과감히 사퇴했다.
"선생님, 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사는 불편함으로 힘들었어요. 이제 저에게 맞는 옷을 찾아볼래요."
평소 교직 생활을 흠모하고 선생님이 되기를 원했던 그 친구는 공고에서 선생님으로 우뚝 섰다.
다시 세상에 나아갈 힘을 얻은 그 친구는 주어진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용기 있는 극복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나는 번 아웃까지는 아니지만 능력에 비해 욕심이 많은 성향이라 사는 일이 늘 힘에 부쳤다.
세상사 불행의 시작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분수에 맞게 사는 태도가 행복으로 가는 열쇠이다.
이 모든 것을 하지 않겠다. 이곳 양평에서는......
안빈낙도라고 하면 지나친 비약인가.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즐겨 지키며 지내는 안빈낙도 수련을 하다 보면
욕망의 때가 벗겨지며 흐려진 눈도 맑아지며 소진되었던 기운도 올라올 것이다.
기름진 음식을 배 터지게 먹지 않겠다.
자연에서 가져온 풀내음 나는 푸성귀를 재료로 최소한의 조리를 해서 소박한 밥상을 차리겠다.
안색이 복숭아빛으로 물들고 눈빛이 형형해지며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리라.
양평에서의 '멍 때리기'로 온갖 잡념을 몰아내고, 세포 하나하나 이완하며 '쉼'을 하자.
그런 후 전쟁 같은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것이고 어쩌면 그악한 세상은 이미 패전의 백기를 들고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양평'에서 해 내고 싶다.
아니 해 내려고 하는 마음도 버리고 나의 시간들을 종이배 위에 올려놓으리라.
양평의 흐르는 강물 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