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시간

사나사 계곡에서 만난 인연

by 정유스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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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에는 계곡이 많다.

특히 유명한 계곡은 수령이 1,100년이나 되는 은행나무가 있어서 이름난 용문산 계곡이 있다.

그리고 중원계곡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사나사' 계곡을 알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운전 중, 표지판에서 발견한 '사나사계곡'은 그 이름만으로도 신비로웠다.

마치 숲의 요정이나 도를 닦는 산신령님이 살 것 같은 아름다운 이름에 강하게 끌렸다.

연일 폭염 주의보가 발효되고 하루 종일 에어컨 바람 속에 갇히다 보니 냉방병이 왔다.

목은 늘 쉬어 있고 가벼운 두통은 친구처럼 항상 함께 한다.

양평에 왔으니 에어컨 바람을 뚫고 밖으로 나가야겠다.

그곳은 바로 '계곡'이다.

우리의 첫 계곡은 너로 정했다.

사나사야, 기다려라.

일찍 서두른다고 했지만 공용 주차장에 도착하니 시계는 9시를 가리키고 있고, 주차장은 만차이다.

마을 주민들이 주차 봉사를 해서 질서 정연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30분을 달려서 왔는 데다 돗자리와 캠핑 의자, 아이스박스까지 출동한 나들이인데

이대로 돌아가기는 너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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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초입에서 본 카페가 생각났다.

소금빵을 전문으로 한다고 쓰여 있었고 그 카페의 주차장을 텅~비어 있었다.

슬쩍 주차를 하자마자 주인장께서 냅다 뛰어나온다.

"여기에 주차하시면 안 됩니다. 여기 주민들이 빵 사러 오실 때 차를 많이 갖고들 오세요.

아침부터 불법 주차한 차 때문에 한바탕 소란이 있었어요."

마음씨 좋아 보이는 아저씨가 난색을 표했다.

"저희들 양평으로 이사 온 지 1주일 되었어요. 첫 계곡 방문인데 주차를 못해서 돌아가기 너무 아쉬워요.

나중에 커피와 빵 많이 사 먹을게요."

비굴한 표정으로 읍소를 해 보았다.

"아이고, 그럼 오래 주차는 안되시고 딱 2시간만 주차하세요."

"앗, 감사합니다. 약속 꼭 지킬게요. 감사합니다."

야호!

카페 앞 도로만 건너면 바로 계곡이었기에 바로 발을 담글 수 있었다.

타임을 맞춰 놓고 계곡을 즐겼다.

혹시라도 약속 시간을 넘기면 호의에 대한 예절이 아니다.

이 카페는 TAKE-OUT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기에 주인 가족들이 잠시 쉬는 공간으로

테이블 1개와 의자 몇 개만 있었다.

우리는 강아지도 있었기에 미안함과 죄송함을 두 배 갖고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커피와 소금빵을 주문하고 싸 가지고 갈 소금빵도 한 보따리 사는 것으로 염치없음을 조금이라도 무마했다.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아빠는 빵을 굽고,

눈이 번쩍 뜨이는 풀내음 나는 상큼한 미소의 엄마는 카운터에서 커피와 빵을 파는 부부.

연신 까르르 목젖이 보이도록 웃으며 끊임없이 재잘대는 4학년 여자애.

이 가족이 뿜어내는 평화로우면서도 명랑한 분위기에 녹아 들어 마치 오래전부터 이곳에 있었던 것 같았다.

우리 손녀와 나이가 같은 딸은 사람이 그리웠는지 우리와 함께 학교 이야기,

친구 이야기를 쉴새없이 재잘대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마침 가게에 와 계시던 아이의 친할머니께서는 며느리에게 돈을 지불하고

손녀딸에게 빵과 음료를 사서 줬다.

참으로 시크한 가족이다.

아빠는 참외와 사과를 한 쟁반 깎아서 내 온다.

시골에 있는 먼 친척집을 찾은 것 같은 환대에 우리의 얼굴은 두꺼워졌지만

마음은 연한 복숭아 속살 같이 연하디 연했다.

장장 3시간이나 그림 같은 이 가족과 같이 수다 떨고 먹고 마시고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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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이 코로나 펜데믹으로 오도 가도 못할 때

아이와 같은 공간, 같은 시간 함께 그렸던 그림을 모아 만들었다는 책과 작품으로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때로는 하나의 주제로, 때로는 그날의 기분으로 표현했다.

책의 왼쪽은 엄마의 작품, 오른쪽은 아이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대화는 직접 손글씨로 직접 적었다.

모녀의 소중했던 매일을 모아 추억을 만들었다.




너와 나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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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_엄마는 첫사랑 소녀가 소나기와 함께 사라져 슬픈 마음을 표현했어.

딸_첫사랑 소녀가 사라졌어.

-첫사랑-소나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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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_알록달록 생생의 마음을 담은 사랑이야

딸_사랑은 끊김이 없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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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_너와 함께 한 모든 시간이 소중했어_사랑하는 시간

딸_생각지 못한 작품이 나왔어_생각하지 못한 시간

-생각하지 못한 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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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나의시간.jpg 뒤표지


너와 함께 한 모든 순간이 행복이야.

사실 행복은 작고 소중한 일상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거야.




2019년 말 처음 인체에 감염이 확인된 코로나19가

2023년에 모든 백신이 개발되면서 코로나의 끝을 고했다.

하지만 지금도 코로나는 계속 인류를 위협한다.

코로나가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막막함과 공포로 온 세상이 멈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결국 끝이 났다.

인류에게 엄청난 교훈을 남기고 자연을 보호하지 못한 결과가 어떻게 인류를 공격하는 지 진심으로 느꼈다.

세계인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코로나를 이겨냈다.

사나사에서 만난 엄마와 딸은 그림 그리기와 만들기를 하면서 코로나를 이겨냈다.

얼마나 귀엽고 깜찍한 방식인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오히려 무료하기까지 한 평범한 날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을 뼈저리게 알게 해 준 코로나였다.

행복은 이렇게 작고 소중한 일상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거라는 엄마의 이야기는 그래서 가슴에 저며든다.

우리는 종종 '사나사'계곡을 찾을 것이고, 파파가 구워주는 쿠키가 맛있는 카페에 들를 것 같다.

그곳에 가면 코로나를 이긴 명랑한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만날 것이다.

바로 '너와 나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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