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날들
결혼은 좋아하는 사람과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과 하는 것이야.
평소 드라마를 잘 보지 않은 내가 KBS 2TV 공중파 채널에서 토, 일 저녁 8시에 하는
주말 드라마인 '화려한 날들'을 보기 시작한 것은 순전히 남주인공인 배우 '정일우' 때문이다.
유퀴즈온더블럭에 정일우 배우가 나와서 자기의 성씨가 '고무래 정'이라고 하는 순간 난 이미 팬이 되었다.
우리 집안사람 필터가 씌워진 것이다.
내가 그 배우에게 마음을 뺏긴 것은 같은 종씨라서만은 아니다.
토크 중에 진실하고 선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청년의 모습이 너무나 예뻐고 귀해서
우리 사위 삼고 싶을 만큼 사랑에 빠졌다.
드라마의 줄거리나 감상을 이야기하고자 함은 아니니 생략한다.
궁금하신 분은 본방 사수하시길 부탁은 드린다.
정일우 배우가 하는 대사 중 유독 이 대사가 내 마음을 붙잡았다.
결혼은 좋아하는 사람과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과 하는 것이야.
쿵! 심장에서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결혼은 좋아하는 사람과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과 하는 것이구나.
나는 좋아하지 않은 사람과 했는데 다행히 좋은 사람이었다.
우리 엄마의 기도 덕분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그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다행히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애달프지는 않다.
딸들과 이 대사를 공유하고 온라인 톡방 토론이 시작되었다.
"히야~명대사일세~살아 보니 좋은 사람과 결혼하라는 말이 무슨 말인 지 알 것 같아. 한때의 달뜬 사랑이 그 수명을 다해도 변함없이 남편으로서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과 결혼해야 해. 온갖 고난의 터널을 지날 때 저 멀리 보이는 한줄기 빛이 되어 주는 사람. 그 사람이 있기에 슬픔도 고난도 즐거이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거야."
이미 세 아이의 엄마가 된 큰 딸이 꿈꾸듯이 말하는데 괜히 내 가슴이 덜컹 인다. 혹시 좋은 사람이 아닌가?
아냐. 좋은 사람이라서 다행이라는 안도의 말일 거야.
"그런데 좋은 사람이라는 걸 어떻게 알아? 살아 보지 않고는. 연애할 때야 간이고 쓸개고 다 빼어줄 것처럼
설레발들을 치지만 결혼과 함께 본색을 드러내는 인간들도 많잖아."
아직 약이 바짝 오른 고추 같은 둘째 딸이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않고 드러낸다.
"그 말도 틀린 말이 아니야. 엄마의 얕은 지혜로 걸러야 하는 사람을 말해 볼게."
첫째, 장난이라도 욕설이나 폭행하는 인간
둘째, 이해관계가 없는 장소에서 특히 본인이 갑일 경우에 다른 사람에게 막말이나 비열한 행동을 하는 인간
셋째, 약속을 밥먹듯이 지키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인간
최소한 이 3개의 부류만 걸러도 인간성이 실격인 사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거르고 걸렀다 하더라도 결국은 내 잘못은 아니지만 박복하거나 운명이 할퀴면 어쩔 수 없다.
그런 경우를 주위에서 너무나 많이 봐 왔다.
총각 때는 세상에 그렇게 바르고 착했던 남자가 결혼하니 돌변하여 폭행을 일삼다가
지 성질을 못 이겨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종사촌 언니의 남편.
번듯한 외모와 화려한 언변에 홀딱 반해서 순박한 시골 처녀가 서울 남자와 결혼해서 평생을 백수로 무능함과 지질함을 보여 주어 생업에 찌들어 살고 있는 외사촌 언니.
내 주위에만 해도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이다.
그래도 '좋은 사람'과 결혼하면 인생 피박을 면할 확률은 높아질 것이다.
너무 좋은 아빠를 둔 행운아들은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아빠와 같은 사람일거라는 착각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너무 좋은 엄마를 둔 복덩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이건 꼭 여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남자들도 걸러야 할 여자도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아들 딸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길 빌어본다.
이번 주에는 또 어떤 명대사로 인생의 지혜를 전해 줄지 본방사수를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