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
"오빠~~~~~~~~~~"
오빠부대의 원조인 '조용필' 선생님
"꺄악~~~~~~~~~~"
노래를 시작하면 소녀들이 지르는 비명 소리가 가사의 일부분이 되었다는 전설의 가수, '조용필' 선생님.
내가 늙어가는 것보다 조용필 선생님이 늙어가시는 것이 더 마음 아프다.
유튜브의 조용필 노래에 달린 댓글을 읽고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돌았다.
그렇다.
80년대를 관통해서 지난한 세월을 살아온 우리 세대의 많은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시대의 아이콘이셨고, 시대 그 자체셨다.
선생님이 부른 히트곡은 너무나 많아서 공연을 2일에 걸쳐서 한 적도 있단다.
그래도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은 나는 ** 노래를 꼭 듣고 싶었는데, 나는 ##노래 들을 줄 알았는데 아쉽네 하고 말했다.
작은 거인, 가왕이라는 칭호로도 조용필 선생님을 상징하는 것이 미흡하다.
방송국에서도 다른 가수들에게는 **씨라고 부르지만 조용필께는 꼭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붙였다고 한다.
그만큼 후배 가수들이 존경해 마지않던 비교 불가, 범접 불가, 대체 불가이신 조용필 선생님.
그가 이룬 각종 기록과 업적은 전무후무하다.
건국 이후 '최고의 가수'로 선정-조선일보 & 한국갤럽 조사(1998년)
건국 이후 최고의 가수라는데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렇게 대단하다 못해 위대하신 '조용필' 선생님을 추석날 공영방송에서 전 국민이 생중계로 보게 되었다.
몇 년 전에 국민가수 '나훈아'씨가 코로나로 지친 국민의 마음을 위로해 준다며 출연료를 받지 않고 추석날 생중계로 방영된 적이 있다. 그때도 공영방송의 자질과 책임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내심 흡족했었다.
이런 공연을 하는 줄 몰랐는데 이미 8월에 티켓팅을 실시했는데 3분 만에 다 매진되었다고 한다.
무료공연이기에 경쟁률은 더 높았는지는 모르지만 아니어도 아마 비슷한 결과였으리라 짐작된다.
나는 마침 제주도에 머물 때라서 티켓팅을 했어도 가지 못할 뻔했다.
대신 그날의 관광 일정을 서둘러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목욕재계하고 방송 시간을 기다렸다.
서울은 비가 엄청 많이 내렸지만 조용필 선생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기에 빗사이로 가뿐히 들 도착했을 것이다.
공연 중간중간에 수많은 관중들이 뗴창을 하는 장면에 나도 목청껏 따라 부르며 또 울컥했다.
거실에서 딸들은 소맥 한 잔 한다며 나보고 오라고 성화이지만 나는 거들떠 보지 않고 브라운관으로 풍덩 뛰어 들었다.
나의 젊은 날, 그 어느 날 신나게 따라 불렀던 노래.
나의 중년, 그 어느 날 가슴 아프게 울면서 불렀던 노래.
나의 노년, 그 어느 날 생의 진리를 깨닫고 무릎을 치며 불렀던 노래.
조용필 선생님의 노래는 내 생 순간순간을 함께 한 길동무였고 가장 큰 위로와 기쁨을 준 비타민이었다.
"무대에서 노래하다 죽는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그게 제 꿈이죠."
추석 연휴 안방극장 승자는 가왕 조용필(75)이었다.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KBS가 방영한 대기획 콘서트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가 전국 시청률 15.7%(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연휴 기간 전체 방송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18.2%까지 치솟았다. 안방에서는 세대를 초월한 '떼창'이 이어졌다.
이번 공연은 지난달 6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무료 콘서트를 녹화한 것이다. 조용필은 1만 8000여 명의 관객 앞에서 데뷔 58년의 음악 여정을 응축한 무대를 펼쳤다. 그가 TV용 단독 콘서트로 시청자와 만난 것은 1997년 KBS '빅쇼' 이후 28년 만이다.
공연은 2시간 30분 동안 쉼 없이 이어졌다. 그는 '돌아와요 부산항에', '창밖의 여자', '단발머리', '모나리자', '고추잠자리', '킬리만자로의 표범', '바운스', '꿈', '그래도 돼' 등 대표곡 29곡을 부르며, 70대 중반의 나이에도 흔들림 없는 가창력으로 무대를 이끌었다.
오랜 세월 함께해 온 밴드 '위대한 탄생'의 연주가 더해지며 공연은 더욱 단단해졌다. 기타리스트 최희선(64), 베이시스트 이태윤(61) 등 베테랑 연주자들의 농익은 사운드는 가왕의 목소리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제작진은 고척돔의 압도적인 현장감을 담기 위해 카메라 30여 대를 투입했다.
공연 당일 현장에서는 관객 전원에게 응원봉이 무료로 배포됐다. KBS는 지속 가능한 공연 문화를 위해 공연 종료 후 이를 모두 수거해 재사용할 계획이다. KBS 관계자는 "관객이 함께 참여하는 공연의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환경 보호를 고려한 시도"라고 말했다.
조용필은 무대에서 "지금이 아니면 여러분을 뵐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았다"며 "목소리가 더 안 좋아지기 전에 빨리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목소리는 노래하지 않으면 늙는다. 그래서 꾸준히 연습한다.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는 정말 힘들게 연습한다"라고 했다.
그는 공연 말미에 "지금까지 오래 노래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 덕분이다. 앞으로도 계속 노래할 것이다. 하다가 안 되면 2~3년 쉬었다가 다시 나오고, 또 안 되면 4~5년 쉬었다가 나오겠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이 순간이 영원히 기억되길 바란다"는 인사로 무대를 마무리했다.
후배들도 존경과 찬사를 보냈다. 가수 이승철은 "조용필의 노래는 하나의 장르"라고 했고, 신승훈은 "나도 저렇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선배"라고 말했다. 아이유는 "전 세대가 사랑하는 유일무이한 가수"라고 했으며, 박찬욱 감독은 "나의 영웅"이라고 표현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고척돔은 한동안 조용필의 노래로 가득했다. 수천 명의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모나리자'를 함께 부르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방송에서 조용필은 "무대에서 노래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라고 인사했다.
KBS는 본 공연 외에도 프리퀄과 다큐멘터리, 재방송 등 총 3부작 특집으로 편성했다. 8일 방송된 비하인드 다큐멘터리 '그날의 기억'은 전국 시청률 7.3%, 같은 날 이어진 특별판 재방송은 7.0%를 기록했다. 다큐멘터리에는 귀울림과 구강건조증을 겪으면서도 연습을 멈추지 않는 모습이 담겼다. 조용필은 "목소리는 단련하지 않으면 무너진다"며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다시 연습에 몰두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돌아가신 친정아버지께서는 '엄마야~나는 왜~'를 외치는 용필이 오빠를 보고 이게 무슨 노래야, 가수하면 이미자지. 라며 혀를 차셨지만 하늘에서는 용필이 오빠를 인정하실 것이다.
내가 늙어가는 것보다 조용필 오빠가 늙어 가는 것이 더 안타까운 건 사실이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 3위는 꿈, 2위는 허공, 1위는 바람의 노래이다.
특히 '바람의 노래'를 너무 많이 듣고 눈물 흘려서 노래에 젬병인 나도 제법 잘 부른다.
이 노래만 부르면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오빠야는 알까?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는 것을 나도 이제는 안다.
조용필 선생님을 1열 직관하는 그날을 위해 우리 딸은 열심히 콘서트를 찾아보고 있다.
한가위 명절에 온 국민에게 위로와 행복을 선물해 준 공영방송을 칭찬한다.
그리고 75세의 나이에도 전성기의 목소리를 관리하고 유지해서 멋진 노래를 불러 주신 조용필 선생님, 우리의 영원한 오빠를 진심으로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