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그랑프리_연말 결산

브런치 작가가 되다

by 정유스티나

"최우수상으로 데뷔해서 바로 스타가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렇지 않았지요. 10년이라는 긴 무명의 시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

이제는 별이 된 스타의 회고담을 종종 듣는다.

2년 간 브런치 작가 신청 버튼을 째려만 보다가 문창과 교수님께 피드백까지 받고 강력한 추천 의사에 간신히 용기 내어 신청 버튼을 꾹 눌렀다.

올해가 가기 전에 브런치 작가에 도전이라도 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방학 하루 전에 벌벌 떨면서 버튼을 누른 것은 지난 24년 12월 막바지였다.

집에서는 컴퓨터를 웬만해서는 켜지 않는 습관으로 잊고 살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낙방에 대한 스트레스를 미루고자 잊은 척하고 방학을 즐겼다.

열흘이 훌쩍 지난 후 당직 근무라 출근해서 교실의 컴퓨터 앞에 앉았다.

브런치 작가 신청 결과가 궁금했지만 바로 열어 보지는 못했다.

삼수를 했네, 사수만에 통과했네.

인터넷에 떠도는 브런치 작가 후기에 살짝 쫄았다.

은근 멘털이 약하기에 떨어지면 다시 도전하기보다 배추나 셀 것 같아서 망설여졌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니 이제는 확인해야겠다.

메일로 온다고 해서 자주 사용하는 메일을 열어 보았다.

없... 다...

머릿속이 하얗다.

신청한 날로 거슬러 올라가서부터 각종 스팸 메일을 제치며 몇 번이나 훑었는데도 없다.

떨어지더라도 실망하지 말자고 그렇게나 나 자신을 타일렀건만...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심장이 턱 멈췄다.

'에잇! 떨어졌나 보다.'

상상 이상으로 실망감이 컸다. 브런치 작가에 대한 열망이 생각보다 컸나 보다.

모래를 씹듯이 간신히 싸가지고 간 도시락을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허망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잠시 안정을 취했다.

그때 섬광처럼 떠오르는 생각에 나는 이마를 탁 쳤다.

그랬다.

다른 계정의 메일로 보낸 것이다. 이 바보 멍충이.

허겁지겁 메일을 열어 보니, 열어 보니.

있! 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그때의 기쁨과 환희는 내가 살아온 날들에서 기억될 최고의 순간에 등재되었고, 올 1년 살아온 성적표의 그랑프리이다.



그랑프리1.jpg




하지만.

"단 한 번만에 브런치 작가가 되어서 바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너무나 더디게 느는 구독자 수와 지나치게 소소한 라이킷 수에 매번 좌절하는 시간이 이어졌어요. 세상에는 글을 잘 쓰는 작가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1년이었습니다. 그 말은 나에게는 작가의 자질이 매우 희박하다는 슬픈 확인 작업이기도 했고요."

아직 별이 되지 못한 뽀시래기의 장탄식이다.

브런치 작가로 우쭐대며 산 지난 1년은 영광과 회한의 날실과 씨실로 무늬를 짰다.

영광은 찰나였고 회한의 실이 너무 길다는 것이 문제이지만.

하지만.

브런치 작가가 되었기에 인기 작가들과 나란히 계절을 걸을 수 있었다.

그래서 둘째를 생산하는 행복도 안았다.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을 먹어야만 해', '가을에는 트렌치코트를 입어야만 해'를 외치다 지금은 '겨울에는 눈사람을 만들어야만 해'에 빠져 있다.

혼자였으면 벌써 나가 자빠졌을 글쓰기가 글벗들과 함께 하기에 멱살 잡혀서라도 이만큼 왔다.

또한 절필을 하려는 순간에 생각지도 못한 낯선 작가님의 구독과 나를 애정하여 늘 들러 주시고 사랑의 댓글을 달아 주신 구독자님들이 나를 구제하였다.

특히 내 글을 학수고대 기다리는 두 영감님에게 감사드린다.

이때는 남의 편이 아닌 내 편인 남편과 부산에서 원격 레이더를 쏘시는 친정 오라버니.


올 한 해 가장 큰 수확이자 가장 큰 실망을 안겨 준 브런치 작가.

일기장에 꽁꽁 숨겨 놓아 나만 쓰고 읽었던 장을 브런치라는 어마무시한 넓은 세상으로 나아갔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닌 광야이기에 더 큰 폭풍우와 비바람은 나의 손을 시리게 하고 무릎을 꿇일지도 모른다.

10년의 무명을 버티고 스타가 되었듯이 이 시간을 견디면 하늘도 도울 것이라 또 한 번 믿어 보기로 한다.

내 글이 나는 좋은데 왜 사람들은 안 좋아하는 거야?

특히 브런치 측에서는 왜 내 글을 인정하지 않는 거야?

자기애가 나쁘지 않은 나는 이렇게 투덜투덜 댄다.

사실은 내 마음속 깊이에는 나도 동의하지만 이렇게라도 억지를 부려야 계속 쓸 수 있기에 하는 자기 방어이다. 귀엽게시리.



내책.jpg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을 먹어야만 해_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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