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세탁
고백告白
1. 명사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이나 감추어 둔 것을 사실대로 숨김없이 말함.
2. 명사 고해성사를 통하여 죄를 용서받으려고, 고해 신부에게 지은 죄를 솔직히 말하는 일.
유의어 승복 실토 이실직고
네이버 사전에서 '고백'의 확실한 어의를 깨우친다.
두 번째 뜻이 유독 크게 와닿는다.
나는 가톨릭 신자이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가장 못마땅하고 이해가 되지 않던 것이 '고백 성사'였음을 고백한다.
하느님께 핫라인으로 바로 고백하고 용서받으면 되지 신부님께 고백 성사를 보는 교회의 법칙이 싫었다.
신부님도 명백히 우리와 같은 죄 많은 인간인데 과연 우리의 죄를 사해 줄 자격이 있을까?
그래서 내가 성당에 다니지 않고 배교한다면 바로 이 '고백 성사' 때문일 거라고 늘 생각했다.
이런 생각에 불을 부은 것은 예전에 살았던 동네 성당에서의 안 좋은 기억이다.
1년에 두 번, 부활절과 성탄절에는 '고백 성사'를 보는 것은 신자의 의무였다.
진짜 의무감에 '고백 성사' 방의 커튼 뒤에서 신부님과 마주 보고 앉았다.
"부모님께 자주 찾아뵙지 않고 불효를 했고, 남편이나 아이들에게는 나의 뜻대로 하지 않는다고 화를 많이 냈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도 따스한 사랑으로 대하지 못하고 윽박지르고 화를 많이 냈습니다. 친구가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고 안 좋은 말을 했습니다. 또한 직장 동료들에게도 섭섭한 마음을 갖고 마음속으로 욕을 했습니다. 또한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고 겸손하지도 못했습니다. 또한...."
1년에 달랑 두 번 하는 고백이니 얼마나 지은 죄가 많았던지 그 이후에도 나의 고백은 좀 더 이어졌다.
평소에는 잊고 살다가 제대로 '고백'을 하자니 굴비 엮듯이 줄줄줄 나의 잘못이 선명하게 드러나 심히 당황하는 중이었다.
"자매님, 도대체 잘한 것은 무엇인가요?"
띵!
나의 기나긴 고백에 심기가 불편하셨는지 신부님의 싸늘한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나의 두 볼은 화롯불을 끼얹은 것처럼 달아올랐고 두 귓불은 빨간 신호등이 되었다.
그 이후 나는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못하고 황망하게 고백실을 나섰다.
미사를 기다리는 중 진정하고 생각을 가다듬었다.
'나는 매일 화만 내고 살았구나.
가진 것에 대한 고마움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에 화를 많이 냈구나.
내가 생각해도 참 밥맛이구나.'
그렇게 은혜로운 반성으로 자아비판 중이었다.
'아니, 고백성사라는 것이 잘못한 것을 고백하는 것이지 잘한 것을 자랑하는 자리는 아니지 않아?'
갑자기 불손한 생각과 함께 욱하고 부아가 치밀었다.
그때가 나의 신앙생활의 위기였다는 것을 또 고백한다.
안 그래도 신부님께 고백성사를 하는 것이 마뜩잖은데 이렇게 마음의 상처를 주시다니.
조금 전의 은혜로움은 수증기가 되어 증발하고 나의 마음은 악마가 출몰하여 지옥이 되었다.
그 신부님을 보는 것이 싫었기에 주일에 미사 가는 것이 고역이었다.
내 신앙생활 전체 중 가장 힘들었고 믿음의 암흑기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동네를 떠나 이사를 하게 되었다.
새로운 본당에서 만난 신부님께 '고백 성사'에 대한 나의 얕은 생각을 털어놓았다.
유스티나,
나는 인간이지만 하느님의 사제예요.
하느님을 대신해서 인간의 죄를 보속 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가졌지요.
신부가 죄를 사하여 주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전구하고 죄를 용서해 달라고 대신 빌어 주는 거예요.
고백성사는 하느님을 위한 제도가 아니에요.
매일매일 세수를 하고 목욕을 해야 깨끗한 몸을 갖듯이 우리의 영혼도 때가 끼잖아요.
그 때를 닦아주는 영혼의 세탁이 '고백 성사'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요.
영혼이 맑고 깨끗해야 하느님을 뵐 수 있어요.
그러려면 고백 성사를 자주 하는 것이 하느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는 것이에요.
그 이후에 나는 '고백 성사'를 자주 하였을까?
나는 여전히 연례행사로 1년에 딱 두 번의 '고백 성사'를 의무적으로 한다고 고백한다.
하느님 보시기에 불량 학생이겠지만 주일을 빼먹지 않고 성실하게 미사를 올리기에 고백 성사할 일이 없다고 합리화한다. .
무엇보다 그다지 고백할 만한 큰 죄를 짓지 않았다고 하느님께 떼도 쓴다.
물론 소소한 죄는 밥먹듯이, 숨 쉬듯이 저지르지만 그럴 때마다 일일이 고백 성사하면 신부님이 피곤하실까 봐.
머리카락 숫자까지 헤아리시는 하느님은 내 마음 잘 아실 거니까.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