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입니다

혼자가 행복한_진민영

by 정유스티나




나는 내향인인가? 외향인인가?

소싯적에는 명랑한 내향인이었다.

나 혼자는 밝았는데 앞장서서 리드하거나 용기 있게 말하지 못한 소심한 아이였다.

중년이 되면서 우울한 외향인이 되었다.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이들 앞에 서야 하는 직업이고 학부모를 상대하는 입장이 되다 보니 마음속으로는 어두웠지만 겉으로는 외향인 척하고 살았다.

지금의 나는 행복한 내향인과 불편한 외향인 중간쯤에서 서성인다.



남들과 잘 어울리는 걸 즐기는 게 환호받을 일은 아니다.

혼자를 즐기는 경향성이 비난받을 일은 더더욱 아니다.


우울함, 분노, 섭섭함, 부끄러움, 창피함, 질투는 나쁜 기분이 아니다.

수많은 기분 중 하나일 뿐이다.


기분이 좋은 날이 있는가 하면 기분이 말도 못 하게 엉망진창인 날도 있다.

좋은 기분, 안 좋은 기분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형태에 상관없이 그 기분은 내 것이기 때문이다.

-책 뒷면-


제목부터 끌렸지만 뒷면에 쓰인 윗글을 읽으며 마음속 불안을 잠재우는 거대한 손이 나를 감싸 안았다.

작가는 지극히 내향적인 사람의 특징으로 고민을 타인과 나누지 않는다, 혼자인 시간이 참 좋다, 침묵과 고독이 휴식이다, 대체로 에너지를 주는 편이다, 예민하고 민감하다, 단조로운 삶을 추구한다 라는 본인의 특성으로 펼쳐 보인다. 엄밀히 얘기하면 나는 지독한 내향인은 아님을 확인했다. 다만 혼자인 시간이 점점 좋아지고 침묵과 고독이 휴식이 되기를 소망하는 것을 보니 내향인의 DNA가 내 안에 있다.


내향인은 혼자일 때 힘을 충전한다. 바깥공기를 맡으면서 사람과 살을 부딪쳐야 힐링이 되는 사람이 있듯이 혼자만의 시간을 오독오독 씹어야 충전이 되는 사람이 있다. 이게 내향인과 외향인의 차이다. 에너지를 밖에서 모으는 사람과 안에서 모으는 사람, 이것이 내향과 외향의 온도차이다. 홀로 지내면 왠지 맥이 풀리고 허전하며 기운이 없기도 하고 외로움과 쓸쓸함도 함께 찾아오는 걸 보면 완전한 내향인도 외향인도 아닌 중간 언저리 어느 부분에 내가 있다.


작가는 친애하는 나의 우울이라고 한다. 우울할 때는 온몸으로 우울해한다. 나쁜 기분이 아니라 수많은 기분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을 건넨다. 우울함을 옆에 앉혀 놓고 친구하고 외로움이 찾아오면 그 자리에 가만히 멈춰 서서 외로움을 맞이한다. 그러면 나름의 진한 향기가 풍겨온다. 싫지 않은 익숙한 향기이기에 외로움과 친구가 된다. 급기야는 침묵과 명상으로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다면 주변 사람들과의 원활한 사귐은 물론, 혼자서도 충실하게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고독 예찬론'을 설파한다.


작가는 마지막 챕터에서 '이겨내기' 위한 소소한 방법을 제시한다.

결국 내향인의 우울감과 고독은 이겨내야 할 치유의 감정이다.

자극에 유연하지 못한 내 안의 내향성을 인지했기에 내면 강화를 위해 힘을 쏟는다. 마음 테라피를 위해 '명상'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단언컨대 명상이 습관으로 자리 잡은 사람을 그렇지 않은 사람과 삶의 난제를 마주하는 태도가 다르다.

얽힌 실타래를 푸는 시간인 글쓰기, 정신을 맑게 하는 수련인 사우나와 욕조 따뜻한 물에 몸 담그기, 진정한 휴식의 조건인 불빛이 결여된 공간 만들기, 나를 보호해 주고 안아주는 어둡고 흐린 날씨, 사람과 일상에 지친 나를 치유하고 회복시켜 주는 영화 관람하기, 퀴퀴하고 타분한 종이 냄새와 책 넘기는 소리가 쓸쓸한 시간과 공간을 온기로 채우는 최고의 땔감이 되는 독서 예찬, 영감의 터전이자 안락한 쉼터인 자연의 품에 안기기, 자유롭게 공상하고 편하게 쉬면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좋은 놀이터인 카페, 도서관이나 공공장소, 공원이나 가로수길, 광장, 서점, 빵집, 카페 같은 낯선 사람들 사이에 파묻혀 있는 나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어 주는 은밀한 외출은 그림자처럼 사람 곁에 나직하게 맴돌아서 참 좋다. 그리고 페달질과 강 냄새 맡기를 몇 번 반복하다 보면 파도치던 내 마음도 평화를 찾게 되는 라이딩, 삶의 고저 속에서 한결같이 곁에 있어줄 단 한 명의 친구, 매년 홀로 여행을 하며 한 해의 매듭짓기를 하는 혼자만의 송년회.

하나같이 내가 좋아하고, 또 하고 싶은 것들인 것을 추천해 준 작가에게 내적 친밀감을 진하게 느낀다.

내향인이던 외향인이던 팍팍한 현실을 꿀과 젖이 흐르는 옥토로 바꾸어 줄 미션이 잔잔하지만 강하게 가슴에 콕 박혔다.


나는 내향과 외향의 선을 굳이 긋고 싶지 않다.

나는 외향성도 가지고 있지만 내향성도 많은 부분 차지한다.

우리 사회에서 내향인으로 살아가는 건 쉽지 않다.

특히 공감, 교류, 무난함을 강조하며 '함께' 어울리는 것이 인간답다고 이야기하는 사회일수록.

또 '좋은 성격'은 곧 활발하고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 인식할수록,

내향인들은 어딘가 독특하고 비부류적인 문제아 정도로 비친다.

-에필로그 중-


이 책을 집어 든 당신은 어느 정도 내향인일 경향이 클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나 또한 외향인 척하며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살고 있지만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 보면 지독한 내향인이 똬리를 틀고 있다. 내향인에 대한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편견에 상처받고 탈피하기 위해 외향인을 흉내 냈을 뿐이다.

이제는 나의 본성을 받아들이고 내향적인 자신을 존중하며 내향성을 장점으로 키워 스스로의 잠재력을 펼치고 살아가야 한다. 아니 이런 시도 자체도 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대로 담백하고 정직하게 살아가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본질을 깊이 사유하면서 정체성을 깨닫게 되었다.

동시에 따스한 위로와 함께 숨겨 놓았던 내면의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향인이어도 괜찮아. 혼자가 행복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