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이 경쟁력
오늘도 어김없이 계단 193개를 올라서 출근했다. 아마도 비슷한 숫자의 계단을 오르며 퇴근도 할 것이다.
다른 노선보다 깊숙이 판 지하철 노선을 이용하다 보니 내려간 만큼 올라오는 계단의 수가 만만찮다.
출근 전 헬스장에서 하늘계단이라는 기구를 25분 오르니 하루에 내가 오르는 계단의 수는 1500개는 족히 넘는다.
때로는 짐이 많거나 몸이 지쳐서 오늘은 계단 말고 에스컬레이트로 가야지 마음 먹지만 계단을 보면 몸이 먼저 반응하여 나도 모르게 오르고 있다. 이래서 습관이 무서운가 보다.
처음부터 계단 오르기가 즐겁지는 않았다. 아니 지금도 즐겁지는 않지만 괴롭지도 않다.
천상으로 오르는 길처럼 멀고 아득한 계단을 올려다보면 한숨부터 나오고 숨이 턱 막혀서 질려 버린다.
이미 올라야 할 계단의 전부를 보고 나면 지레 포기하던지, 오르면서도 자꾸만 남은 계단을 보면서 힘겹게 힘겹게 발걸음을 떼며 고통스러운 오르기가 된다.
어느 순간부터 계단을 오를 때면 고개가 저절로 숙여지고 시선은 운동화를 쳐다보게 되었다.
마치 절대 보면 안 되는 금기의 물건을 대하듯이, 계단의 전부를 보지 않고 바로 내 앞의 한 칸만 보면서 올랐다.
속으로 하릴없이 숫자를 헤아릴 때도 있고, 지향하는 기도문을 외울 때도 있다.
그도 저도 아니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뚜벅뚜벅 정신줄 놓고 두 다리만 기계적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이렇게 한 계단 두 계단 오르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와 있다.
나는 단지 한 걸음을 떼었을 뿐인데...
인생의 오름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올라야 할 목적지가 끝이 안 보이고 막막할 때 일단 한걸음을 떼어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끝을 보면 걷지 못한다.
한 달에 한 발자국씩, 1년에 열 두 발자국만 뗀다면 적어도 제자리걸음은 면할 수 있다
처음부터 너무 거창한 목표나 의욕만 앞선 계획을 세우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한 번의 실패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그다음 나아가야 할 의지를 꺾고 바로 포기라는 배추세는 단위를 만나게 된다.
작은 성공에 대한 추억으로 그다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
아니 전력 질주를 해도 앞 선 이들을 따라잡기 힘들 수도 있다.
어제 저만큼 걸어간 사람이 오늘은 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내려가야 할 나이라고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세상의 부귀영화와 출세를 위한 오름이 아니라 어제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한 오르기는 죽을 때까지 멈출 생각이 없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좌절하지 말고, 다른 사람과 경쟁해서 이기려 하지 않고 묵묵히 나의 길을 오를 것이다.
내가 계단만 보면 오르기 본능이 발동하듯이 자판만 보면 글을 쓰는 습관으로 고착시킬 것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속도도 느리며 결과물도 시원치 않더라도 멈추지 않고 꾸준히 오를 것이다.
꾸준함이 경쟁력이라는 세상의 이치를 이제는 깨달은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