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날
꽃다운 방년 22세에 첫 발령을 받았다.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하던 애송이였다.
태어나 한 번도 가 보지 않았고 소달구지 덜컹거리던 깡촌이었다.
아버지, 엄마 손 잡고 교육장실에서 발령장을 받았다.
그때 남자 동기 1명과 같이 발령받았는데 그의 어머니는 하얀 치마저고리에 쪽진 할머니셨다.
보따리 하나 가슴에 안고 막내아들의 발령을 함께 하신 것이다.
우리 아버지는 사장님 배가 걸맞은 호방한 어른이셨고, 고운 양장으로 곱게 단장한 어머니는 참한 아줌마였다.
그런 나의 부모님에 비해서 동기의 어머니는 마치 조선시대에서 걸어 나오신 분 같았고, 그 이미지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리움으로 박제되었다.
교직은 천직이고 특별한 소명의식이 없으면 힘든 일입니다.
훌륭한 아드님, 따님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90도 허리 숙여 부모님께 인사하시던 교육장님을 90을 바라보시는 울엄니는 평생 자랑처럼 얘기하신다.
그렇게 천직이라 믿고 소명의식을 갖고 이 길에 들어섰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고 가파르며 초임 교사의 시련은 일상이 되었다.
퇴직을 한 지금, 그 또한 추억이 되었다.
젊은 날의 열정과 좌절, 시행착오 모든 것이...
선생은 있을지 언정 스승은 씨가 말랐다고 한다.
책임과 의무만 가득 지우고 존경은 발바닥의 때로 전락했다고 한다.
공교육은 무너졌고 교실은 시장 원리로 얼룩졌다고 한다.
일부는 동의하고 일부는 고개를 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은 참으로 소중하고 귀한 꽃길이다.
비록 가시가 많아서 지나는 사람의 옷과 몸에 상처를 내고 피를 흘리게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길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빛나는 존재가 되는 황공한 일이다.
요즘 교권은 지하 몇 층에서 허덕이고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고 교직을 떠나는 인재와 떠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칼처럼 품고 사는 선생님들이 많은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교육대학교에 지원하는 학생의 등급이 많이 하향한다고 걱정하는 뉴스를 본 적도 있다.
결국 교육의 질을 떨어뜨려 백년지대계에 치명적인 결함을 초래하고 우리의 미래가 암울함을 오소소 한 한기로 느낀다.
오늘은 44회 스승의 날이다.
현재 스승의 날 연도 기준은 1982년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이 시기는 앞서 1965년 기념일로 지정됐다가 1973년 폐지 후 부활됐던 시점이다.
그래서 2025년, 올해 스승의 날은 '44회' 기념일이다.
국가기록원 자료 등에 따르면 스승의 날은 1958년 충남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병중에 있거나 퇴직한 선생님을 보살피는 봉사활동에서 시작됐다. 이후 1964년 5월 26일을 ‘은사의 날’로 기념하다가 1965년 각급 교원단체가 주관해 겨레의 참 스승을 본받자는 취지로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한 것이다.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2GST2BOVZ5
이름에 누가 되지 않는 참스승이었던가?
스스로에게 물으며 얼굴이 달아오르지만, 초임 첫 해 제자로부터의 축하 전화와 지금 기간제 교사로서 맡고 있는 아이들의 꼼지락 사랑을 받으며 철없이 웃음이 새어 나온다.
예쁜 꽃밭 속에서 가끔 폭탄이 발견되는 황당함에 골치가 지끈거리기도 하지만 수많은 꽃향기로 인해 힘듦은 마취되고 오늘까지 왔나 보다.
AI가 판치고 세상이 골백번 뒤집어진다 해도
선생님!
그대들은 존경받아 마땅하고 귀중한 사람입니다!
힘내세요.
치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