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에 부치다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오오생하시네
하늘아래 그 무엇이 높다 하리오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없어라~
아버님의 희생은 끝이 없어라~
해마다 5월 8일 어버이날이 되면 전국 방방곡곡에서 울려 퍼지는 어버이날을 상징하는 노래이다.
마지막 구절은 내가 작사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꼭 부르라고 당부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어버이날이 왔다. 지난 연휴 동안 양가 어머님들을 찾아뵙고 나름 효도라는 걸 했다.
시댁은 강화, 친정은 부산.
극과 극의 거리를 오가며 재롱을 떨었다. 물론 그 재롱의 중심에는 머니머니해도 머니가 최고이다.
어버이날을 빌미로 근사한 곳에서 식사를 하지만 구순을 바라보는 두 분 어머니께서는 잘 드시지를 못한다. 결국 우리만 배 두드리면서 잘 먹었다. 우리도 부모님 나이 되면 그렇겠지.
'"나는 니들만 무탈하고 건강하면 그걸로 됐다."
어쩜 입을 맞춘 듯이 똑같은 말씀을 하시는 두 분 어머니를 뵈면서 자식이 뭔지 부모가 뭔지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어머니, 저희들도 어머님 건강하시고 무탈하시면 그걸로 감사합니다~"
의례적으로 늘 하던 말이지만 세월의 두께만큼 진정도 쌓인다.
많이 연로하고 쇠약하시지만 이 정도의 정정함으로나마 우리 곁에 계시는 두 분이 참으로 감사하다.
어머님 앞에서 '어머니의 마음'을 불러 드리니 박장대소하시면서 두 눈에는 이슬이 맺히신다.
"어머니, 제가 음악선생이잖아요. 학생들에게 노래 불러 드리라고 가르치면서 나도 우리 어머니께 불러드린다고 약속했어요~"
흰머리가 희끗하니 같이 늙어가는 딸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우리 엄마는 아홉 살 어린 딸의 모습을 떠올리셨을까?
쑥스러움을 감추고 용기 낼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과의 약속이기에 가능했다.
이제 이 노래를 불러 드릴 날이 몇 번이나 있을지 다시 한번 목이 메었다.
어머니의 마음
양주동 작사, 이흥렬 작곡
2절
어려선 안고 얼려 주시고
자라선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맘
앓을 사 그릇될 사 자식 생각에
고우시던 이마 위에 주름이 가득
땅 위에 그 무엇이 높다 하리오
어머님의 정성은 그지없어라
3절
사람의 마음속엔 온가지 소원
어머님의 마음속엔 오직 한 가지
아낌없이 일생을 자식 위하여
살과 뼈를 깎아서 바치는 마음
인간의 그 무엇이 거룩하리오
어머님의 사랑은 지극하여라
어머니 날이 첫 제정된 해가 1956년, 다시 어버이날로 변경한 해는 1973년이다.
오늘은 어버이날, 부모님을 생각하며 그리움에 눈물지으며 조용히 불러 본다
늘 1절만 불렀는데 2절과 3절도 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살다보니 가사를 이리도 잘 지으신 작사가님이 대단해 보인다.
진짜 가사와 하나도 다르지 않게 자식을 키웠다.
가사에 구비구비 행복한 희생의 마디가 영롱하게 박혀있다.
한 구절 두 구절 모두 애닯고 절절하다.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맘
자식은 영원한 짝사랑이기에 늘 기다린다.
부모님이 살아 계시는 것만 해도 단전에서 부터 행복이 차오른다.
신이 모든 이에게 갈 수 없어 어머니를 보낸다고 했던가.
가이없고, 그지없고, 지극한 어버이의 은혜를 갚을 길은 크고 거창한 것은 아니다.
따스한 안부전화 자주 드리고, 금은보화 물질보다 자식 얼굴 한 번 더 보여 드리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있는 자리에서 건강하고, 착하고 성실하게 책임을 다하며 잘 살아가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어버이께서 오늘 하루만이라도 자식 걱정 내려놓으시고, 마음의 주름살을 활짝 펴는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시길.
5월의 햇살과 그 보다 더 눈부신 자식의 얼굴을 보시길.
그리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