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중ㆍ고등학생들의 2학기 기말고사 기간이다. 다들 보름 이상을 기말고사 대비하여 밤잠 못 자고 준비했는데 갑자기 초등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더니 중ㆍ고등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여 학교 회의 결과 시험을 계속 치는 학교가 있는 반면 일주일 연기를 하는 학교도 있다.
내가 학원을 운영한 지 10년째인데 집합 금지는 처음 있는 일이다.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에 파고든 지 거의 2년이 다되어가지만 소도시 경주에서는 지금이 제일 심각한 단계인 것 같다.
그동안 여러 차례 집합 제한이라고 학원 휴원 권고에 관한 문자를 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적은 있지만 아예 학원 문을 닫으란 문자는 학원을 하는 우리들의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이다.
그것도 시험을 치는 중간에 당장 내일 수학을 치는데 학원생들한테 아무 도움도 못 주니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 듯하다. 그래도 다른 학원에 비해 우리 학원생들은 수학 과목을 비교적 첫날에 시험 봐서 고등 2학년 확통 시험만 열흘 뒤로 연기가 된 상태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좀 더 공부할 시간이 주어져 다행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시험기간이 연장됨에 힘들어하고 있다.
갑자기 시청과 교육청의 일주일 집합 금지 문자에 순간 당황하였지만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일주일을 학생들이 그냥 집에서 헛되이 보내게 하기 싫어서 급하게 학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학생 개개인의 진도에 맞는 교재를 챙겼다. 집합 금지라 학원생들을 부를 수도 없고 내가 직접 일일이 집까지 갖다 주기도 어러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일일이 서류봉투에 교재를 담고 겉에 이름과 학년을 대문짝만 하게 써서 박스에 담아 계단 앞에 두었다. 울 학원은 대형마트 앞이라 부모님들 장 보러 오실 때 가져갔음 하는 바람으로 학부모님과 학생들에게 박스 사진과 함께 문자를 보냈다.
집합 제한일 때는 한두 칸 건너서 학생들을 앉히고 정수기도 잠그고 물병을 가지고 와서 한 명씩 학원 문밖에 나가서 물을 먹게 하고 어떠한 경우라도 학원 내에서는 마스크를 벗는 일은 없게끔 하였다. 하지만 집합 금지는 나의 모든 일상을 멈추어야 하는 것이었다.
수학이 좋아서,
가르치는 것이 좋아서,
대학 다닐 때부터 시작해서 오늘까지, 거의 쉼 없이 달려왔는데 내 의지가 아닌 다른 이유로 잠깐 나의 일상을 멈추어야 된다니...
자의든 타의든 어쨌든 주어진 일주일의 시간,
어떻게 보낼까 고민 고민하였다.
내가 키우는 다육이들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정말 좋아했던 다육이를 정리할까 하다가 학원에 좀 더 가까운 키핑장으로 옮기기로 하였다. 가족이랑 친정 식구들이 모두 자기 일처럼 도와줘서 무사히 새 보금자리로 잘 이사를 했다. 자식이 밥 먹는 모습이 이쁜 것처럼 잠깐 이별을 할까 고민했던 다육이들이라 그런지 흠뻑 물을 주면서 갈팡질팡 고민했던 주인을 믿고 기다려준 다육이들이 정말 고마웠다.
새로 이사한 키핑장
본의 아니게 주어진 일주일을 그동안 돌보지 못 한 다육이를 돌보며 재충전하는 시간으로 알차게 보내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