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돈해서 뭐하노?"
팔순 넘으신 아버지가 하신 말씀...
오후에 출근이라 모처럼 느긋하게 집에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서울 사는 둘째 오빠였다. 요즘 오빠한테서 전화가 오면 반갑지만 또 무슨 일 있나 놀라기도 한다.
"뭐하노? "하시길래
"그냥 집에 있어요. 왜요? 무슨 일 있어요? "
나는 걱정된 맘으로 무슨 일 있어서 전화했는가 하고 대뜸 물었다.
"아니, 연말이라 일이 있어 내려왔다가 며칠 있다 가려고. 너도 쉬는가 해서?
엄마, 아버지랑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전화했다."라고 하셨다.
우리 막내도 온라인 수업을 해서 집에 있어서, 같이 준비해서 점심 먹으러 나섰다.
친정 부모님은 얼마 전 이사한 다육 키핑장 구경을 하고 싶으셨는지 오빠 차를 타고 키핑장으로
먼저 오셨다. 추운 날씨에 다육이가 얼지 않을까 걱정하셨는데 눈으로 보니 안심하신 듯하였다.
키핑장 근처에 경주에서 손칼국수로 유명한 곳이 있다. 삼릉에 가면 우리밀로 칼국수를 하는 곳이 여러 곳 있는데 그중에서도 우리는 '옛집 칼국수'에 들어갔다. 직접 만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손두부가 먼저 나와서 아버지는 맥주를 시켜서 한잔 하셨다. 그러시고는 "오늘은 훈이가 고등학교에 합격했으니 내가 살 거다. 맛있는 거 많이 시켜라." 하셨다.
경주는 고등학교 진학이 아직 비평준화라 내신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지원한다.
며칠 전 경주고등학교에서 합격되었다고 문자를 받았다. 아버지도 경주고등학교를 나오셔서 우리 막내가 아버지 후배가 되는 것이어서 무척 좋아하셨다.
예전에는 경주중학교도 시험 쳐서 들어가고, 경주고등학교도 시험 쳐서 공부 잘하는 학생만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하셨다. 하지만 지금은 학생수가 많이 줄어들어 들어가는 게 많이 어려운 건 아닌 것 같다.
우리 아버지는 평소에 손칼국수를 무척 좋아하신다.
"내가 이 나이에 돈 해서 뭐하노? " 하시면서 드시다 말고 화장실 가시는 척하시면서 계산대로 가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계산하고 계시는 것이었다. 그러자 오빠가 계산은 본인이 한다고 계산대로 갔지만 벌써 돈을 내신 후였다.
옆에서 칼국수를 드시고 계시던 어머니도 "놔둬라 너희 아버지 지갑에 내가 돈 두둑이 넣어줬다. " 하시면서 늙어서 돈 쓸 때가 어디에 있냐면서 아버지가 내고 싶으신가 보니 두라고 하셨다.
아버지가 자주 하시는 말씀,
"내가 돈 해서 뭐하노? " 하실 때마다
"아버지 왜 돈 쓸 때가 없어요. 아파서 병원 가면 돈이 얼마나 드는데요. 자식 눈치 보시지 마시고 아버지 돈으로 병원비도 쓰시고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다하시고 있는 돈 다 쓰세요."라고 나는 말한다.
병원에 근무하는 친구가 하는 말이 부모님이 중환자실에 반년 이상만 입원해 계시면 자식들이 중환자실 앞에서 돈 때문에 다투는 일이 많다고 했다. 여유가 있는 집은 다르겠지만 월급 받아 그 달 그 달 사는 사람들은 갑자기 부모님이 병원에 입원하면 병원비가 부담될 것이다.
하지만 친정부모님은 지금도 자식한테 기대기 싫어하시고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고 하신다.
'지금은 나도 아버지, 어머니 맛있는 거 많이 사드릴 수 있어요.
누가 사면 어때요.
나는 아버지 어머니랑 이렇게 오랫동안 맛있는 거 먹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