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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다kim Nov 07. 2021

우리 집 막내아들은 지금 시험 기간

"아들아, 대충 하고 일찍 잘 수는 없겠니?"

우리 집 늦둥이 아들은 중3.

다음 주 화요일부터 2학기 기말고사를 친다.


대부분 12월 초쯤 기말고사를 치르지만.

중3은 한 달 일찍 기말고사를 치르고

그동안의 성적을 모두 합산해서

고등학교를 진학을 결정하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경주는
대구, 부산, 서울 등의 다른 대도시와는 다르게
아직 평준화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중학교 내신 성적을 기반으로
성적에 맞춰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구조다.

따라서 중간고사를 치르고
한 달 뒤 바로 연달아
기말고사를 준비해야 하니
아이 입장에서 너무 힘들고 지칠 만하다.

매일 밤늦도록 공부에 매진하는
아들에게 나는 고등학교 가서

열심히 하면 된다며,

제발 일찍 자라고 당부한다.

요즘 내가 자녀 공부에 대한 욕심을 버리니
되려 아들이 공부에 욕심을 부리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잔소리하지 않아도 알아서

스스로 공부를 척척 해주는 아들이

대견하기도 하지만 어쩐지 안쓰러울 때가 더 많다.


첫째, 둘째 때와는 전혀 다른 나의 태도에

딸들은 엄마가 너무 변했다고 말한다.

딸들의 말대로 내가 변한 건지
세월이 나를 변하게 만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렵사리 나은 늦둥이 막내아들이 지금은 
공부보다 잠을 푹  더 잤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침에 차로 학교까지 가는데 10분 정도 걸리는데 
차 안에서 연신 하품을 하면서 쪽잠을 자는 모습이
애처로워 보일 때가 많다.


큰딸에게는 공부하라고 얼마나 달달 볶았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뼈저리게 후회가 된다.

이 세상에 공부가 다는 아닌데...
엄마가 욕심부린다고 해서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닌데...
남이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하는 공부가 최고인데...

하라고 하면 오히려 더욱더 하기 싫어지는 것이
공부인 것을 왜 진작 몰랐을까?

아이 셋을 키워보고
이제야 깨닫게 된 것 같다.



나는  버스를 타려면
20분쯤 힘겹게 걸어 나가야 하는
시골에 살았다.

때문에 우리 마을에는
국민학생(초등학생)이 학원에 다니는 경우가
사실 거의 없었다.

내가 어릴 때는

초등학교의 정식 명칭이 국민학교였는데,
초등학교라는 말이 익숙해진 지금

갑자기 국민학교라고 부르니 많이 어색하다.

어느 날, 경주 도심에 살고 있는

친척 동생이 다니는 주산 학원을

우연히 따라가 보고는

세상에 얼마나 다니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부모님께 며칠 동안 사정을 해서
국민학교 6학년 때 처음으로
주산 학원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저녁 8시가 되면 버스가 모두 끊겨버리고 마는

시골에서 태어나 단 한 번도 학원을 다녀본 적 없던 내가
주산학원에 가니 낯설었지만 너무나도 신기했고 재미있었다.

부모님께서 이른 새벽부터 열심히 농사지어 마련해 주신 귀한 돈으로 다니는 학원이었기에
난 정말 열심히 했고 그 시절에 주산 대회에

참가하여 상도 받았으며, 1급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께서는

조용히 나를 따로 불러 말씀하셨다.

네가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할 것이 아니라면

이제 주산 학원은 그만 다녔으면 좋겠다고.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 아쉬웠다.
상황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갑자기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학원을

그만두라고 말씀하시니

조금은 부모님이 야속하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 수학을 좋아하며,

학원까지 운영하게 된 것은

그 시절 주산을 배웠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언제나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아간다.

어렵고 힘든 시골 살림살이에

내가 원했던 주산 학원도 보내주셨고,
대학교까지 보내주셔서

지금 이렇게 이 나이까지

수학학원을 운영하며

세 자녀를 잘 키워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밤 11시 20분,

띠리띠리 띠리링~

알람이 귓가를 울리면

아들을 태우러 나의 학원에 간다.

이런 생활을 반복한 지

벌써 두 달이 흘렀다.


막내아들은 집에 오면

긴장이 풀려서 자꾸 잠만 오고

공부에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며

굳이 내가 운영하는 학원에서

밤 11시 반 까지 공부를 한다.


물론, 그 시간까지 줄곧 공부만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직 아이가 아닌가.

얼마나 다른 것도 하고 싶은 게 많을까.

공부하다 중간중간 게임도 하고,

유튜브도 볼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알아서 잘하고

나와 남편을 한없이 기쁘게 만드는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게 만드는
막내아들을 믿어보려고 한다.

"공부는 엄마, 아빠를 위한 것이 아니라

너 자신을 위해서 하는 거라는 것을

부디 명심했으면 좋겠어."


매일 아침, 차로 학교로 데려다주며

아들에게 이렇게 말하며 세뇌 교육을 시킨다.

물론, 방금 학원에서 태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엄마는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고 말했다.

근데 사실, 속마음은 나도 솔직히 모르겠다.


내 나이 서른여덟에 어렵사리 낳게 된

막내아들이라 공부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으려 나름대로 애를 많이 쓴다.


물론, 나도 아이가 시험을 다 치고 난 뒤

내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 나 많이 틀린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 솔직히 엄청나게 속이 쓰리다.

하지만 첫째, 둘째 때보다는
괜찮은 척, 태연한 척,

누구보다 속상해하는 아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아낌없이 건네주는

멋진 엄마가 되고 싶다.

아마 이번 기말고사 기간 동안에도
오후 1시가 되면 어김없이
전화벨이 울릴 것이다.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어머니~"라고 부르면
안심이 되지만,
힘이 다 빠져 버린 목소리로
"어머니~저 시험 망한 것 같아요"하면

또 어떻게 이 아이에게 위로를 건네야 할까?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사랑하는 우리 아들~
얼마 남지 않은 시험기간
조금만 더 고생하고,
끝나면 엄마랑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가을 낙엽 밟으며
선선한 공기를 만끽하며
오붓하게 둘만의 데이트도 하자꾸나.

엄마는 널 언제나 응원한다.
우리 아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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