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광고 요금제 출시일이 앞당겨진 이유는 다름아닌 디즈니+ 때문?
vol.22 2022.10.10
지난 5/9 D레터에서는 넷플릭스, 디즈니+의 광고 요금제 출시 소식에 대해,
7/18 D레터에서는 이와 함께 쭉쭉 성장하는 CTV 광고 시장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오늘 D레터는 넷플릭스, 디즈니+ 광고 사업의 최근 근황을 분석해 볼게요!
넷플릭스가 당초 예정보다 출시일을 앞당기면서 광고 요금제 도입이 임박했습니다. 두 플랫폼 모두 월 $7.99 임은 동일하나,
✅ 넷플릭스 고객은 광고 보는 대신 저렴한 $7.99 요금제를 새로 선택할 수 있고,
✅ 디즈니+ 고객은 더 비싼 요금제로 변경하지 않으면, 기존의 광고 없는 $7.99 요금제에 광고가 붙게 됩니다.
아무래도 비싼 요금에 불만이 많았던 기존 넷플릭스 유저들은 이번 저가형 요금제 도입에 호의적인데요. 따라서 저가형 요금제로의 높은 전환율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저가형 요금제가 (이제는 사라진) 한 달 무료 체험을 대신해 넷플릭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해낼지도 기대됩니다.
디즈니+는 콘텐츠 길이 대비 광고 길이 및 노출 빈도가 월등히 적은 편입니다. (과거 비슷한 전략을 펼쳤던 유튜브와 비교하면요!) 따라서 기존 이용자가 광고에 아주 큰 불만을 갖지 않는 이상 광고 없는 요금제로 굳이 갈아탈 것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디즈니+는 2.5억 가입자 수 달성을 '장기목표'로 설정하였는데요. 따라서 이번 AVOD 출시가 당장의 가입자 수 증대보다는, 디즈니의 광대한 고객 데이터에 기반한 디즈니 전체 광고 사업 고도화 과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넷플릭스는 광고 사업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왜 구글이나 컴캐스트가 아니지? 의아했던 분들도 많을 텐데요. 생각할수록 핏이 잘 맞습니다.
① 상호 광고 사업 니즈에 부합
MS의 니즈
: MS는 사실 광고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업자는 아니었죠. 하지만 '21년 12월 '잰더(Xandr)'를 인수하면서 자체 광고 플랫폼 구축을 통한 광고 사업 확장에 의지를 보였습니다. '잰더'는 AT&T가 런칭한 광고 플랫폼으로, 특히 동영상 광고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MS는 동영상 서비스가 없어 대부분의 광고 매출이 검색/배너/네이티브 광고에서만 발생하는 상황이라, 넷플릭스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이 매우 필요합니다. 이제 MS도 대형 광고주들이 원하는 프리미엄 동영상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으니, 넷플릭스의 방대한 광고 인벤토리와 광고주들의 요청을 제대로 처리하기만 한다면, 광고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시간 문제일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의 니즈
: 사실 넷플릭스에게 구글은 동영상 광고의 경쟁자입니다. 구글은 유튜브 서비스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VOD 단건 판매도 하고 있죠. 따라서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한정된 광고주 예산을 구글과 넷플릭스가 나눠 먹기보다는 더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원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② 번들링 시너지
: MS는 게임 하드웨어 'Xbox'와 소프트웨어 '마인크래프트', '블리자드' 등을 모두 보유한 거대 게임 사업자입니다. MS가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게임 구독 요금제 '게임패스'와 넷플릭스 요금제를 번들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요. 네이버-티빙 번들링이 티빙 구독자 유치에 도움이 된 것처럼, 게임패스-넷플릭스 번들링 역시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겠죠?
: 넷플릭스도 모바일 게임 구독 서비스를 추진 중 입니다. 모바일 게임 개발사를 연이어 인수하는 등 꽤나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죠. 만약 MS와 넷플릭스 게임을 합친다면, PC, 콘솔 게임에서 나아가 모바일 게임까지 아우르는 독보적인 게임 구독 서비스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 또한 Xbox는 단순히 게임용 콘솔이 아닌 CTV(Connected TV) 디바이스이기도 하죠. 넷플릭스도 Xbox로 시청할 수 있습니다. Xbox와 넷플릭스의 시너지는 단순 게임을 넘어, CTV 광고 시너지로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③ IP 시너지
MS 게임 IP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드라마로 제작되는 것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이미 MS는 자사 게임 IP인 '헤일로'를 파라마운트+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하고, 게임패스 얼티밋 회원에게 파라마운트+ 30일 무료 이용권을 제공하기도 했죠.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면 더 큰 흥행과 상호 플랫폼 유입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트레이드데스크(TTD)는 전세계 DSP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애드테크 기업으로, 데이터 분석을 통한 광고 타깃팅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AI를 활용하여 광고노출비용(CPM)을 절감하는 등 꾸준히 기술력을 쌓아왔고, 광고 산업 내 입지가 매우 탄탄합니다. (구글을 제외하면 가장 성능이 뛰어난 광고 플랫폼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죠.)
디즈니는 이번 협업으로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고객 정보와 TTD의 UID 2.0*으로 수집한 정보를 결합하여 타깃 광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시청자가 보고 있는 콘텐츠에 기반하여 광고를 노출했다면, TTD를 활용하여 콘텐츠를 시청하는 사람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서, 가능한 더 유효한 타깃들에게 광고를 노출하겠다는 거죠. 이를 통해 '콘텐츠'가 아닌 '시청자'를 우선한 광고 거래를 만들겠다는 목표입니다.
또한 TTD를 통해 자동화된 광고 운영을 꿈꾸고 있습니다. 디즈니는 과거 2026년까지 광고 사업의 50%를 자동화하겠다고 발표했었고, 올해 약 40%까지 달성했다는데요. TTD와의 계약으로 이 속도가 더 빨라질 전망입니다. ⏩
*UID 2.0 : Unified ID 2.0의 약자로, 쿠키리스를 대비하여 TTD가 자체 개발한 오픈소스 ID. 암호화된 이메일 주소를 기본으로 개인정보를 식별, 이용자 스스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주도권을 갖게 하는 새로운 이용자 식별 방식. 다양한 매체들에서 공통된 email 기반의 암호화 된 ID를 사용해 매체사(SSP)는 더 관련성 있는 정보를 공급하여 높은 CPM을 받고, 광고주(DSP)는 더욱 정교한 마케팅이 가능해지는 솔루션.
당연히 '구독자수x구독료' 자체는 감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는 부담스러운 요금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보고 싶은 콘텐츠만 본 뒤 구독과 해지를 반복했다면, 저가형 요금제가 그 부담을 덜어주며 굳이 해지하지 않는 소비를 유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광고 요금제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도 빼놓을 수 없겠죠. 스트리밍 사업자들은 방대한 시청자 데이터를 보유한 덕에 정교화 된 타깃 광고가 가능합니다. 일례로 넷플릭스는 국가/순위/장르별 광고 타깃팅뿐만 아니라 장면별 태그를 통해 광고주가 직접 광고배치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광고주가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이에 자신이 넘치는지) 넷플릭스는 TV 광고비와 견줄 만큼 비싼 광고비를 제시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주들의 수요도 높고요.
따라서 저가형 광고 요금제로 구독자를 확보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을 고려하면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는 오히려 지금보다 높을 수 있습니다.
2022년 2분기, 미국 SVOD 시장의 분기별 구독자 성장률은 1.2%에 머물렀습니다. 이는 무려 22분기만에 기록한 최저 성장률인데요. 이는 넷플릭스의 역성장으로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구독자 97만 명이 감소하며 최악의 이탈을 겪었고 전년대비 시청시간 또한 줄었기 때문이죠.
반면 FAST(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중 하나인 Pluto TV의 이용시간은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스트리밍 시장이 포화 상태에 도달하고 물가 역시 고공행진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소비자들에게 '비용'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저렴하기만 하다면 기꺼이 광고를 시청하겠다는 거죠.
실제로 광고 요금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호의적입니다. 미국에서는 약 절반가량인 46%가 광고 요금제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고요. 국내에서는 기존 넷플릭스 이용자 중 무려 약 78%가 광고 요금제로의 전환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무조건 전환하겠다'는 비율이 낮은 것은 적정 수준의 광고 배치와 요금 책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겠죠.
글로벌 플랫폼들이 이렇게 앞다투어 광고 비즈니스를 확장한다면 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AVOD 시장 확대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매체는 전통적인 TV채널이 될 거라는 예상이 가장 많습니다. 미국의 시장조사 기관 Dataxis에 따르면 2025년 말에는 미국 내 AVOD 광고비가 TV를 추월할 것이라고 하는데요. 2017년 AVOD 광고비 규모가 TV의 10%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단기간 내에 엄청난 성장을 이룰 거라는 거죠.
특히 미국 내에서 유튜브를 중심으로 TV 디바이스의 시청 비중이 높아지면서 Connected TV 강화 시그널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emarketer>에 따르면 전통적인 채널을 연결한 Pay-TV 보다 코드커팅을 하거나 한 번도 케이블을 연결해 본 적 없는 Non-pay TV의 비율이 2023년을 기점으로 더 많아질 거라는 전망입니다. Non-pay TV 비율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OTT/AVOD 스트리밍 시장은 더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겠죠.
오늘 D레터는 넷플릭스, 디즈니+의 광고 사업 추진 현황과 AVOD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짚어봤는데요. 다음 주 D레터는 스트리밍 플랫폼 외에 애플, 소셜미디어 등의 광고 사업 변화와 그 영향을 짚어볼 예정입니다. 다음 주에 이어질 내용도 기대해 주세요!
디글 Z세대 Insight Pick!
시청자들이 광고를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몰입을 방해하기 때문이죠. (한참 집중하고 있는데 광고 나오면..) 다시는 구독자를 잃고 싶지 않은 넷플릭스가 이번에 AVOD 서비스를 도입하며 시청자들의 심기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주목한 것은 바로 오리지널 콘텐츠의 팬덤 파워 !
2017년 10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묘한이야기2> 공개와 동시에 의도치 않게 과거에서 소환된 음식이 있었습니다. 바로 주인공 일레븐이 좋아하는 Eggo waffles인데요. 당월 Eggo waffles의 소셜 언급량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데 이어 4분기 매출은 YoY 14%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Business Insider)
비슷한 사례로 약 30년만에 재조명받은 '뉴 코크'도 있는데요. 사실 이는 코카콜라의 오랜 팬이었던 <기묘한이야기> 감독이 첫 시즌부터 코카콜라 패키지, 로고 등을 자연스럽게 콘텐츠에 녹여내기 위해 노력한 결과였답니다. (덕분에 탄생한 엄청난 장면..)
이처럼 자주 그리고 은근히 노출하는 것만으로 요즘 팬덤의 적극적인 성향에 힘입어 광고 효과를 얻은 사례들이 많은데요. 따라서 넷플릭스는 콘텐츠의 연장선처럼 팬들의 '과몰입'을 유발하는 광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콘텐츠 적극 활용 중!)
팬이 반응하는 광고라면 구매 전환이 잘 일어나고, 이는 광고주에게 그 무엇보다 매력적인 포인트입니다. 넷플릭스 역시 '광고수익+콘텐츠수익+스폰서십' 등 다방면으로 수익을 챙길 수 있구요.
그럼 마지막으로 (약간의 과장을 보태서..) <기묘한 이야기> 실제 장면이라 해도 전혀 이질감 없는, 그리고 미드롤 광고로 나오면 오히려 좋을 것 같은 루카스와 더스틴의 '도미노 피자' 광고 전달드리며 마무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