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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우 Mar 11. 2022

성인만화의 소재로서의 모자근친

왜 그런게 세상에 존재하는가

이 글은 성인물로서의 근친물을 다루고 있으며 딱히 야한 얘기는 나오지 않지만, 사람에 따라 보기 거북할 가능성이 몹시 높으므로 읽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논의는 이하의 근친을 소재로 한 만화를 읽는 사람들이 해당 작품이 판타지일 뿐임을 이해하고 현실과 완벽히 선을 긋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보고 따라할지도 모른다!와 같은 이야기는 잠깐 제외하도록 하자.




근친물이란 말 그대로 친족간에 발생한 연인관계, 특히 성관계를 다른 작품들을 말한다. 사촌간 결혼이 합법인 나라들도 있는지라 국가에 따라 근친의 기준은 다르지만 부모, 조부모, 형제자매간의 관계는 어느 나라에서건 근친상간으로 여겨진다. 근친이 자신과 닮은 사람을 선호하는 본능에 의한 것이다, 근친에 대한 거부감이 유전적인 것이다에 대해서는 말이 많지만 여하간에 인류 역사상 대부분의 시기에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온 것은 사실이다.


그것이 금기시 되었던 것과는 별개로 근친은 각종 신화에서부터 다루어져 온 유서 깊은 인기 장르였다. 신화나 왕족에 대한 이야기에서의 경우 자신들의 민족이 특수한 핏줄임을 과시하고 권력을 지키기 위하여 그런 설정이 쓰여졌다. 대중문화에서는 성경에서부터 최근의 드라마들까지 금기를 깨면서 가져오는 흥미와 호기심, 그리고 당사자와 그를 대하는 주변인들로 인해 발산된 사건과 인물들 간의 관계성들에서 촉발된 재미가 쏠쏠했기 때문이었다.


성인물로서의 근친물도 그 근간은 금기에 대한 도전에 있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더욱이 그 두사람의 성관계 장면까지의 묘사는 <소돔의 120일>(도나시앵 사드, 1745)년에서 성고문 중 하나로 언급될 정도로 그 금기의 끝판왕 중 하나에 해당한다. 그것을 깰 때 주는 자극성은 통상적인 연인간의 관계를 보는 것과 다르다.


특히 그중에서 흥미로운 것은 성인 대상의 창작물에 한해서는 모자관계의 근친을 다룬 이야기들이 꽤 많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성인물까지는 아니지만 라이트노벨 <일반 공격이 전체 공격에 2회 공격인 엄마는 좋아하세요?>(2017)와 같이 어머니를 성적 대상화한 작품이 애니메이션화가 되는 것으로 보아 나름 인기도 있는 소재인 것으로 보인다.


신화상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근친이 남매간(그리스신화, 일본신화 등)인 경우가 많았고, 현실에서는 삼촌-조카(펠리페2세, 김유신등)나 이복/이부남매간의 결혼인 경우가 많았으며, 주로 성범죄 뉴스에 관한 내용들에 의한것이지만 대중적으로 부녀간의 근친상간이 좀더 잘 알려져 있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독특한 지점이다.


물론 이것은 앞서 말한대로, 부모자식간의 근친이 역사상으로도 희귀할 정도로 금기의 끝이기 때문에, 그것을 깨보고자 하는 호기심과 흥미에서 촉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부녀간의 근친상간은 실질적으로 성범죄에 의한것이 많았던 탓에 창작물내에서도 인물의 트라우마적 요소로 사용되거나, 입양 한 딸이커서 아버지 역할을 해 준 상대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설정(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 등)정도로 이미 많이 소비된 것에 반해 모자간의 관계는 다루어진 경우가 적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웬만한 사람들은 가까이 가지 않았던 금단의 문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하는 모자간의 근친을 주요 소재로 한 창작물들 위주로 이야기 해볼 생각이다.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근친물에서 그리는 성적 대상화가 이루어진 어머니나 여동생이, 정말 그들의 가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는 점이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근친물의 제작자 혹은 주 향유층이 성적으로 갈망하는 대상은 만화적으로 가공된 상상 속 인물이다. 그 인물들이 갖는 특징에 대해 알아보자


성적 대상화 된 상상속의 어머니는 유부녀물과 오네쇼타물에 등장하는 여성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유부녀물은 성숙한 여성 그 자체에 대한 선호와 이미 결혼한 사람과의 관계라는 금기의 위반 두가지 측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장르이다. 모자근친물 중 아버지가 등장하는 작품의 경우 유부녀물과 유사하게 남편이 있는 여성에 대한 금기의 위반 자체에 좀 더 초점을 둔 경우라 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네토리(다른 사람의 연인을 빼앗음)의 한 갈래로도 볼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프로이트학파에서 말하는 오이디푸스컴플렉스(아버지를 경쟁 대상으로 보고 어머니를 쟁취하고자 함)와 연관 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만, 이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이 어머니와의 동일시라고 보기 어렵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네쇼타, 어린남자아이를 성인여성이 리드하는 장르의 경우 독자 및 제작자의 실제 연령이 성인일지라 하더라도 성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자신이 미성숙하다고 느끼는데서 시작한 욕망이라 볼 수 있다. 실제로 결혼 적령기 및 사회진출시기가 늦춰지며 부모세대였다면 이미 결혼을 했을 나이에 여전히 학생인 경우들도 어렵잖게 볼 수 있는데 청년 세대에 대한 그런 상황에 대한 심리적 불안이나 위축성이 양지로 나와 사회적 문제로 공론화 되는 대신 다수의 공감을 삼으로서 하나의 서브컬쳐의 장르로 변모한 것이다. 여기에는 일본의 초식남, 절식남 문제와 같이 이성에게 다가가는 것에 자신이 없거나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 먼저 능숙하게 자신에게 다가와 주는 이성에 대한 판타지 역시 섞여 있다. 이 장르의 특징은 당연히 자신보다 유능하고 성숙한 여성이 가만히 있는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 친근하게 굴고, 보듬어주고 지켜주기도 하고, 여성이 리드하는 성관계를 갖으며, 그 유능한 여성에게 성적인 만족을 제공한다던가, 인정을 받게 되는 것에 있다.


그러니까 성인만화에서 상상속 어머니는 유능하고 성숙 할 뿐 아니라 성적으로 매력있으며,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 주는 사람임과 동시에 가족이라는 범주 안에서 자신과 항상 함께 붙어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이해하고 무한한 사랑을 주는, 그렇지만 금기에 대한 스릴을 가진 편의주의적으로 만들어진 존재이다.


비슷한 측면에서 여동생물에 대해서도 이야기 할 수 있겠다. 애니메이션화까지 이루어진 <요스가노소라>(게임판 2008, 애니메이션 2010)와 같이 부모가 동일한 여동생을 성적 대상화한 창작물들이 있는데, 여기서도 여동생은 주인공을 오랫동안 봐 왔기에 주인공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이해해 주는 인물이자, 항상 함께 하며 애정을 제공하면서도 부모님에게 들켜서는 안되는 금기를 제공하는 인물이다. 거기에 주인공보다 실질 연령은 어리지만 유능하거나, 현실성이 뛰어나다와 같은 설정이 붙어 사회적 성숙도는 주인공 보다  높은 것으로 그려지는 경우도 많다. 다만 여기서 어머니와의 차이점은 주인공이 첫사랑이며 육체적 정신적 순결을 주인공에게 제공한다라는 설정이 붙는데,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몹시 편의주의적으로 만들어진 판타지적 존재이다.




마치며, 근친 성인물은 현실에서 애정과 소속의 욕구가 충분히 충족되지 못한 이들에게 판타지적으로 대리 만족을 제공하는 장르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근친을 메인 소재로 한 작품이 생산까지 이루어질 정도로 그렇게 주요한 장르는 아닌데, 과연 앞으로도 이런 상태가 유지 될지, 국내에서도 근친물에 대한 생산과 소비가 더욱 활발해 질지, 만약 그렇게 된다면 불특정 다수가 그런 장르를 선호하고 공감하게 된 것이 어떤 사회적 문제에 의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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