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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우 Aug 15. 2022

플레이어가 캐릭터에게 애착을 갖게 하는 방법들

RPG의 전생과 우마무스메의 육성 시스템에 관하여

매력적인 캐릭터는 서브컬쳐가 존재한 이래로 늘 사랑 받아 왔다. 소설에서부터 그랬고 영화, 만화와 같이 시각적 요소가 추가되면서 부터는 그러한 경향이 더욱강해졌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사람들은 서사, 즉 이야기가 있는 인물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 애착을 가져왔다. 그들의 과거사, 특히 트라우마적인 요소들은 그들을 더욱 인간답게 만들고 몰입할만한 요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RPG들에서 단순히 모험을 시작하는 꿈많은 어린이 혹은 청년 대신, 특정한 아픔이나 저주적인 성격의 운명혹은 계시를 받은 인물들을 내세우는 것도 이런 요소이다.


전생, 혹은 힘을 잃었다와 같은 설정과 그것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튜토리얼은, 플레이어에게 해당 캐릭터의 전직 후 모습을 미리 보여줄 수 있고 화려한스킬 이펙트와 꾸미기 아바타, 해당 캐릭터의 강력함 등을 사전에 체험시켜 준다는 점에서 신규 플레이어의 시선을 잡아 끌기에 충분한 시스템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전생의 과정에서 주인공들 중 많은 수는 게임 전체의 메인 스토리상의 악역 혹은 개인사적(지엽적) 악역과 대치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유저에게 게임이 앞으로 취할 방향성과 맥락적 스토리, 혹은 떡밥 일부를 제시할 수 있다.


게임 전체의 스토리를 제시하는 역할로는 <메이플스토리>의 모험가와 키네시스를 제외한 거의 대다수의 직업군이 해당되며 인물별 개인사와 지엽적 스토리에는 <던전앤 파이터>와 <로스트아크>(튜토리얼 통합이전)이 해당된다. 


게임은 독자가 완전히 방관자의 위치에만 자리할 수 있는 각종 영상 매체 및 소설과 달리 게임은 플레이어가 적어도 인물의 행동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서적 이입이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플레이어의 캐릭터로의 이입, 본인 혹은 본인의 분신이라 여겨지는 대상에게 갖는 애착은 곧 수입모델로 이어진다. 한 캐릭터에게서 가져올 수 있는 총 현금의 양은 한도가 정해져 있는데다, 대다수의 유저들은 최상위 랭킹, 즉 십수년씩의 서비스를 통해 그들만의 리그가 된 곳까지 도전하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근래의 많은, 특히 오래된 게임들은 다캐릭터 육성을 권장하고 있으며, 플레이어가 각각의 캐릭터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싶어지도록 만들기 위해 위와 같이 캐릭터에 애착할 수 있는 튜토리얼을 제시하며, 특정 스토리마다 인물별로 다른 대사 혹은 전개를 제시하여(예를 들어 던전앤 파이터의 히링제도 스토리에서 총검사는 다른 인물들과 완전히 다른 스토리가 제시된다.) 여러 캐릭터를 키워보고 싶게 만들고, 그 인물들 각각에 이입하고 싶어지게 만든다.


근래에는 잘 쓰이지 않지만 한 때에는 이러한 애착의 대상에 NPC를 추가하는 방식이 유행한 적도 있었다. 초창기 모바일 RPG류에 자주 사용되었던 방식으로 특정 아이템, 혹은 특정 NPC와 연관된 물품을 선물하면 호감도가 상승하고, 해당 인물이 캐릭터(=플레이어)에게 친근하게 대하거나, 호감도가 올라감에 따라 숨겨진 스토리가 발생하는 등의 방식으로 플레이어블 캐릭터 뿐 아니라 NPC와 세계관에도 플레이어가 애착을 갖도록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유의미한 효과를 갖지 못했던 것인지 근래에는 잘 사용되지 않으며, 이러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던 게임들도 최신 스토리에서는 예전만큼 업데이트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부분이다.




앞서, RPG는 이입을 기반으로 캐릭터에 애착을 갖도록 만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근래까지 최고의 수입모델로 보이는 뽑기를 수반한 수집형 게임들은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이입이 아닌, 말 그대로 캐릭터 각각에 대한 팬심과 애착이 수익의 기반이 된다. 이런류의 게임에는 PC및 콘솔게임들에서 보여지는 섬세한 컨트롤이 전연 필요치 않으며 화려한 이펙트나 넓은 세계관도 동반되지 않으며 전적으로 캐릭터의 매력만으로 플레이어를 잡아끈다.


캐릭터 수집형 게임이란 말 그대로 뽑기등을 통해 신규 캐릭터를 플레이어가 수집하는 게임이다. 그렇기에 기존 RPG들 보다 캐릭터수가 훨씬 많으며 일러스트와 캐릭터 스토리등에 훨씬 더 많은 공을 들인다. 이런류의 게임들 중 거의 대부분은 인물들의 생일 및 호불호와 같은 설정을 가지며, 더 나아가 신체사이즈나 얕은 수위의 성적 취향과 같은 섹스어필의 요소까지 제시된다.


이런류의 캐릭터 수집형 게임 중 현재 가장 수익률이 높고 다른 게임적 요소들 보다 캐릭터 그 자체의 매력이 중심이 되는 게임을 아이돌물이라 부른다. <앙상블 스타즈>, <아이돌마스터즈>시리즈 등이 그 대표적인 예시이다. 이들은 그 인기를 기반으로 애니메이션 및 콘서트와 같은 다양한 대규모 사업까지 벌일 정도로 10년 이상에 걸쳐 해당 장르의 수익성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게임들은 주요스트림만 존재하는 RPG와 달리 메인스토리와 캐릭터 개별 스토리(카드 수집 후 볼 수 있는 스토리들)을 제시하는데, 캐릭터 스토리가 부차적이라고 할 수준이 아니라, 이벤트의 메인 스토리가 7~10화 수준인 것에 반해, 동일 이벤트 내 캐릭터 스토리가 모두 수집하였을 때 10종이 넘어가는 등, 그 갯수나 퀄리티 등에서 캐릭터 스토리가 상당히 중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앞서 말했듯 그 인물에게 이입하기 좋은 요소를 만들기 위함이다. 뿐만 아니라  메인화면에 랜덤하게 나타나는 사이드스토리를 통해 인물들간의 이야기 혹은 캐릭터 스토리의 부차적 요소를 설명하는 등 끊임없이 인물이 살아있는 것 처럼 느끼게 하기 위한 장치가 구비되어 있다.




나는 그 중에서도, 부끄러울 정도로 많은 광고를 하고 있는 <우마무스메>에서 몹시 독특한 지점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는 경마와 아이돌이라는 다소 의아한 두 가지 요소를 합친 게임이다. 앞서 아이돌 게임이 전통적인 게임성을 거의 갖지 않고 있다고 말했듯, 우마무스메 역시 경마라는 요소를 가졌으면서 <카트라이더> 나 <테일즈런너>등에서 기대할 수 있는 스포츠 게임적 요소 혹은 스피디한 연출등은 거의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경마라는 컨셉이 무색하게 레이스의 진행에 플레이어는 전혀 개입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마무스메는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상당히 성공적인 인기를 끌어냈다. 나는 그 이유로 육성시스템을 꼽을 수 있을 듯하다. 대부분의 수집형 게임은, 어느정도 OCG의 성격을 갖고 있어서, 캐릭터를 뽑아내면 별다른 제약 없이 덱에 추가하고 바로 사용 가능하다. 그러나 우마무스메에서는 육성을 완료한 캐릭터만이 본 게임에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육성 시스템은 이전의 수집형 게임들과 큰 차이를 보이기에, 이 시스템을 처음 접한 유저들은 당혹스럽고 귀찮다고 느낄 여지가 충분하다.


육성 시스템은 전적으로 육성중인 캐릭터 하나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방식이다. 해당 시스템을 플레이하는 동안은 다른 캐릭터를 키울 수 없고 정해진 기간동안 단 한 캐릭터와만 플레이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해당인물이 어떠한 성격과 호불호등을 가졌는지에 관하여 프로필이나 줄글로 설명되는 것 보다 직관적으로 체득할 수 있고, 게임내에서 주요 컨텐츠중 하나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랜 시간을 한 캐릭터와 함께 보내게 되면서 자연히 인물의 애착 수준이 높아진다.


이때 등장인물 수가 많지 않기에 캐릭터는 플레이어와 단둘이 대화하는 형태를 상당히 많이 취하고 있으며, 몇몇 상황의 경우 대화 선택지를 제시하고 그 선택에 따라 결과가 바뀜으로서 플레이어가 상황에 이입하고, 해당 인물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데에 더욱 큰 도움을 준다. 거기에 성장목표까지 제시하여 도전의식을 고취시키고 함께 역경을 넘는다는 듯한 느낌(실제로 경기 전후 플레이어가 해당 캐릭터를 격려하거나 위로하는 등 연출도 그런식으로 되어 있다.)까지 줌으로서 육성이 끝났을 때 즈음의 플레이어는 해당 인물과 다른 수집형 게임과는 전연 다른 수준의 애착을 형성할 수 있다.




고양이나 개와 같은 전통적인 모에요소가 아닌 말 이라는 생소한 동물을 의인화시키고, 특히 국내에서는 상당히 마이너한 요소인 경마를 모티프로 했음도 해당 게임이 상당한 주목도를 끈 것에는 다른 것 보다도 육성 시스템의 효과가 크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마무스메의 성공 이후, 다른 수집형 게임들에서도 이와 같이 해당 캐릭터와 단 둘이 애착형성을 할 시간을 강제로 제공하는 시스템이 앞으로 더 늘어나는 면이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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