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농사를 짓는 이웃 언니가 농산물 꾸러미를 보내주셨다. 봉지 속에 부추, 깻잎, 쑥갓, 적근대 등 채소가 각각 신문에 싸여있었다. 마지막으로 신문지에 싸인 걸 풀자, 향기가 확 풍긴다. 아! 방아잎이구나. 시집오기 전엔 몰랐던 식물이다.
오래전 시어머니는 아침에 운동하고 오시면서 자주 밥 동무와 함께 왔다. 주로 혼자 사는 분들이어서 반찬이 없어도 여럿이 먹으면 맛있다며 아침 운동을 마치고 같이 오시는 것이다. 일솜씨가 없는 나는 밥 준비를 다 해놨는데 느닷없는 손님 때문에 당황했지만, 반찬이 마땅치 않으면 급하게 부침개를 부쳤다. 마땅한 채소가 없으면 덜 매운 고추를 골라서 총총 썰어 넣고 밀가루에 된장이나 고추장을 약간 풀어서 장떡을 부쳤다.
가끔 아파트 화단에 누군가가 심어놓았다면서 방아잎을 뜯어와서 장떡을 부치라고 했다. 나는 그 독특한 향을 좋아하지 않았다. 된장찌개에도 넣으라면 온 식구가 질색이어서 우리 먹을 것은 덜어내고 따로 한 김 올려서 드리곤 했다. 남편이나 아이들은 화장품 같은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먹지 않았는데 어머니 친구분들은 방아잎이 들어간 장떡을 맛있게 드셨다.
내가 방아잎을 다시 만난 것은 부산으로 이사 와서다. 추어탕 집에 갔는데 일행들이 이상한 잎을 넣기에 뭐냐고 물으니, 방아잎이라고 했다. 어머니가 편찮으셨던 12년간 잊고 있었던 그 향기가 그렇게 거슬리지 않고 추어탕과 어우러졌다.
그런데 그땐 왜 그렇게 싫었을까. 들깻잎도 좋아하고 가끔은 쌀국숫집에서 고수를 넣어 먹기도 했는데 왜 그 향기는 그렇게 싫었을까. 어쩌면 지금은 그리움으로 돌아보는 그 시절, 시집살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땐 그런 상황을 그렇게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좀 버겁기도 했었다. 밥상 준비 다 해놨는데 느닷없이 부침개를 부치라던가 다 끓여놓은 된장찌개에 온 식구가 반기지 않는 방아잎을 넣으라니 덩달아 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까지 싫었던 건 아니었을까. 특히 찌개 다시 데울 시간도 기다리지 못하고 빨리 밥 차리라고 채근하면 혼이 빠지는 듯 정신이 없었으니, 힘이 들었을 것이다.
방아잎을 송송 썰고 그리움을 버무려 넣고 부침개를 부쳤다. 해산물과 어우러져서 고소하고 맛있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부침개 한 조각을 먹으며 가슴 한쪽이 찌르르 아프다. 서울살이하면서 고향 입맛이 그리워서 방아잎을 뜯어오시던 그 마음을 헤아리는데 참 긴 시간이 흘렀다. 오래전 그때도 둘이 앉아서 맛있게 먹었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세월이 나를 철들게 하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