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에 설핏 잠이 들었다가 깨고 나서 잠을 놓쳐버렸다. 자다가 일어나서 엄니 기저귀를 갈던 습관이 남아서인지 가끔 잠을 자다가 소스라쳐서 일어나곤 한다.
울엄니는 지금 어디에 계신 걸까.31년을 함께 살았으니 친정엄마와 함께 산 세월보다 더 길다.
12년을 예쁘게 편찮으시면서 나의 아기처럼 그저 웃어주시던 울엄니...
어쩌면 엄니를 떠나보낸 뒤의 상실감이 내 마음 깊은 곳에 크디큰 상처로 남았을지 모른다.하지만 내 아픈 마음이 환갑 진갑 다 지내고 고아(?)가 된 남편만 할까 싶기도 하고 12년 동안 나와 함께 할머니를 돌본 딸의 마음도 헤아려 겉으로 나는 참으로 평온하다.
서둘러 엄니가 쓰시던 것들을 치웠는데도 불쑥불쑥 엄니와 관련된 것들이 나타나곤 한다.울엄니가 더 이상 고통스럽진 않으실 테니 다행이다 하면서도
당신 가는 것은 미리 아신다던데 그렇게 가시려면 귀띔이라도 한번 해주시지 않고선 싶다.
내가 하고 싶을 땐 오밤중이라도 엄니 옷을 갈아입혀드리곤 했다.그날 아침엔 물수건으로 얼굴과 손발을 닦아드리면서 옷을 갈아입혀드리고 싶은데 엄니가 힘들어하시기에 나중에 해드리지 하곤 그만두었던 것이다.그때 갈아입혀 드릴 걸 땀에 젖은 옷을 입고 가시게 한 것이 자꾸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이제 일요일이면 울엄니 49재이다.지난주 스님은 재에 이렇게 가족들이 꾸준하게 많이 참석하는 경우가 드물었다면서 참 보기 좋은 가족이라고 하셨다. 다른 조카들도 그렇지만 미국에서 살아서 좌식 생활에 익숙한 조카사위가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것도 그렇고 회사 일이 많아서 야근에 휴일도 토요일에도 근무하는 조카며느리가 외할머니 재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것도 정말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