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쨍쨍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더위를 온몸으로 느끼며 한 손에는 차가운 망고맛 아이스크림을 들고 집 밖을 나왔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집 안에서 뒹굴뒹굴 침대에서 구르며 에어컨 바람을 만끽했을 텐데 그 날은 유독 나가고 싶더군요.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무작정 나와 해변에 갔습니다.
그나마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야자수 나무 아래에 노란색 체크무늬 돗자리를 피고, 발라당 누웠습니다.
바람은 솔솔 불어오고 아이들의 신나는 목소리까지, 그때까지는 좋았던 것 같네요.
아니나 다를까 나의 달콤한 낮잠을 방해하는 어떤 이가 나타났습니다.
눈을 살짝 뜨니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햇빛을 잔뜩 머금은 노란색 비치볼이었습니다.
통통 튀어 오르다 제 돗자리 바로 옆에서 멈췄더군요.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던 기분이 그 순간 와장창 깨졌습니다.
뒤이어 들려오는 “죄송해요!” 하는 목소리.
노란색 모자를 푹 눌러쓴 아이가 어정쩡하게 서 있었습니다.
모자 끝에 달린 작은 해바라기 장식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더군요.
왜인지 화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그날의 노란색들이 전부 너무 무해했기 때문이겠죠.
아이스크림은 이미 반쯤 녹아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고 있었고 망고 특유의 달콤한 향이 바닷바람에 섞여 퍼졌습니다.
손에 묻은 끈적함마저도 그날은 왠지 싫지 않았습니다.
노란색이라는 건 원래 조금 눈부시고, 때로는 괜히 존재감이 큰 색인데 그래도 결국 기분을 나쁘게 만들지는 않는 색이니까요.
고개를 다시 하늘로 돌리니 눈이 시릴 만큼 선명한 햇빛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구름마저 레몬 조각처럼 둥둥 떠 있는 것 같았고 야자수 잎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은 마치 얇은 꿀을 천천히 흘려보내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저는 다시 눈을 감았습니다.
이번에는 잠을 자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이 노란 순간을 조금 더 느끼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제가 노란색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날들을 닮아서가 아닐까, 괜히 그런 생각을 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