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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가써니 Sep 21. 2024

결혼이 어려운 MZ입니다

우리 아빠 손을 언제 잡아봤더라? 


어렸을 때 유치원에서 체육대회를 열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엄마아빠에게서 떨어져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어야 한다는 게 그렇게 무서웠고 체육대회동안에 안 떨어지려고 애쓰던 게 기억이 난다 달리기 하려고 출발선에 선순간에도 나는 안 떨어지려고 울다가 뛰면 된다는 아빠의 말에 울면서 출발선에 서서 총소리와 함께 결승선이 아닌 옆에 서있는 아빠에게로 뛰어갔었다  그때 아빠는 내 손을 잡고 결국 결승선까지 같이 뛰어갔더랬다 


초등학교 때 피아노 콩쿠르대회에 나가야 하는데 그날따라 차가 많이 막혀서 겨우겨우 대회장에 도착했고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하기 위해선 차에서 내리자마자 뛰어야 했다 그때 아빠가 내 손을 잡고 대회장까지 뛰어갔던 기억이 난다 그날 처음으로 아빠에게 말했었다 ' 아빠, 나 너무 떨려 심장이 터질 것 같아 ' 어릴 때 아빠는 언제나 어려웠기에 힘들다 어렵다 표현하는 게 쉽지는 않았는데 그날 처음으로 아빠에게 어린아이처럼 말했던 기억이 난다 



: 아빠 떨려??


: 뭣이 떨려, 나는 그런거 몰라 



웃음이 난다 해야 하나 뭉클하다 해야 하나 아침 일찍부터 웨딩샵에서 메이크업받고 멋지게 양복차림으로 서계시는 우리아부지. 그 어때 보다 멋있어 보이는 아빠의 얼굴을 바라보며 손을 마주 잡고 있는 이 순간이 그저 실감이 나질 않는다 이제 곧 아빠와 함께하는 신부 입장이다. 

이 징글징글한 결혼식. 내가 이거 준비한다고 지난 일 년간 얼마나 고생고생을 했으며 엄마랑 얼마나 싸웠으며 단 한 번도 싸워본 적 없는 남자친구 아니 이제 남편 될 사람과 얼마나 의견대립이 있었는가 후련한 마음이 한가득했지만 그런 생각도 들었다 


고생했다 정말, 내가 나라는 사람으로 오로지 혼자여야 했던 시간들 순간들을 지나 가정을 꾸려 아이의 엄마로서 누군가의 아내로서 살아가는 인생의 또 다른 시작의 앞에 오기까지 지난 시간들에 나에게 고생 많았다고 내가 나로서 열심히 살아줘서 고마웠다고 말하고 있었다 



: 아빠, 큰딸 시집간다 


: 그래 너 시집간다 


: 엄마가 항상 말하더라 결혼해서 남편한테 사랑받으면서 행복하게만 살라고


: 그래야지 


: 근데 아빠는 알아둬, 나 저 사람한테 내 행복, 내가 받을 사랑 맡겨둔 적 없어. 행복도 함께 찾아가는 거고 사랑받으면 좋지만 나를 나만큼 사랑할 수 있는 존재는 부모님 밖에 없어 그러니까 내가 살다가 행복하지 않아도 그 또한 내가 방법을 찾아가야할 과정일 테니까 믿고 바라만봐줘. 


: 다 살아가면서 맞춰도 가는 거고 그런 것이다. 너가 알아서 하겠지. 





결혼이 왜 힘들었냐고? 

나밖에 몰랐고 나만을 위해 살아왔던 나의 인생에 가족이라는 존재는 내가 풀기만 하면 오답으로 끝나는 문제였고 그 오답인 문제를 외면하기 위해 내 인생에만 더욱 집중을 하였다 살아가면서 가족에서 챙겨지지 않는 공허함은 일중독으로 채워가고 있었고 나의 감정조차 안고 가기 버거웠던 나는 타인의 감정을 살펴가기 어려웠으며 타인과 맞춰가기보다 그냥 나로서 혼자가 편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나에게 결혼은 외면해 왔던 존재들과의 마주할 용기와 같았고 지난 1년 동안 무사히 그 시간들과 존재들을 마주하며 비로소 정답이 무엇인지 알아갈 수 있는 과정의 시간이었다 



결혼? 그래, 돈이 많이 든다 그런데 그게 또 어디선가 상황에 맞게 돈이 생긴다. 

결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면 인생에 한 번쯤은 해보는게 후회 없지않을까

결혼? 지금 안 해도 그만이라 생각하겠지만 언젠가 생각 한다. 그래도 그때 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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