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가써니 Sep 13. 2024

이 소고기는
누구의 소고기 인가?

딸 4명일 때 명절에 벌어지는 우리의 에피소드

다가오는 명절을 앞둘 때면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우리가 만난 지 1년이 되지 않을 때 추석이 다가왔고 엄마는 남자친구를 보고 인사를 나눈 상태지만 아빠를 만나지 않은 상태였기에 명절이라고 연락은 드려도 찾아뵙고 하긴 이른듯한 그런 상태랄까 

그래서 서로의 집에 명절 선물을 전달하기로 하고 남자친구는 소고기세트를 나는 굴비세트로 해서 각자 보내드리기로 하였다 


- 우리 집 큰사위가 명절이라고 보내준 소고기 잘 받았다 고맙다 


선물이 도착한 날 아빠는 아직 인사 오지 않는 여자친구집에 명절선물을 보낸 게 대견하다며 연락을 주셨고 가족 단톡방에선 아빠가 올린 인증사진과 사위라고 칭하는 호칭이 함께 올라왔다 동생들은 형부가 최고라는 답장들을 보냈고 남자친구에게 가족모두가 선물하나에 이렇게 반응해 줬다고 챙겨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달해 주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또 다른 소고기 사진이 올라온 것이다 



- 막내 남자친구도 소고기 보냈네 고맙다 



소고기가 다음날에 바로 들어왔다고?? 막내네는 막내가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는 병원에서 만난 사내커플이었다 이제 만난 지 1년이 되었다지만 그래도 20대 중반의 어린 커플이었다 

연애할 때 상대집에 명절선물 보내는 건 서로가 부담일 텐데 괜히 우리가 보낸 게 사진으로 올라가 막내 쪽에 선물을 보내야 한다는 부담을 안긴 게 아닌지 걱정이 되다가도 여자친구 집까지 생각해 준 그 마음이 고맙기도 했다 



4번) 형부가 소고기 보냈다는 거 남자친구한테 말하면서 나도 우리 부모님한테 남자친구가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다가 괜히 울었거든 그랬더니 남자친구가 자신도 보내주겠다고 바로 사서 보냈줬어~ 


3번) 아빠, 오빠도 소고기 보내겠다 하는 거 이미 집에 많다고 보내지 말라 했더니 대신 굴비 보내준다고 했어! 


2번) 나는 아무도 없어.. 



단톡방에 올라오는 애들의 말이 웃기면서도 참 따뜻했다. 아들 낳겠다고 딸만 4명이 되었는데 어릴 땐 몰랐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까 딸이 4 명인게 좋긴 하더라 부모님 생일날 딸 4명이서 생일선물을 분담하여 준비했고 이렇게 각자 역할이 나눠지는 거 보면서 애가 많은 게 키울 때 힘들지만 나중에 행사에는 좋구나 다시금 느꼈었다 그러면서도 마음에 무게가 하나 쌓이는 기분이었다 우리가 하는 행동들이 시작을 만드는 기분이랄까 언니네가 저렇게 하니까 나중에 결혼할 때 되면 집에 저렇게 해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안겨주는 것 같아서 우리가 보여주는 모습이 중요하겠구나 다시금 책임감을 갖게 만들었다 

그게 소고기 하나로 많은 의미를 안겨주었던 날이었다


해가 바뀌며 추석 지나갔는지 모르게 설날이 다가왔고 지난 추석에 어머니께서 굴비가 맛이 좋았다는 말에 굴비를 예약하고 있을 때 단톡방에 또다시 사진이 올라왔다 


: 집에 소고기 도착했다고 단톡방에 사진 올라왔어요~ 근데 명절 아직 며칠 남았는벌써 도착했네? 



: 벌써요? 나는 명절하루 전에 도착하게 주문했는데? 



: 아 그럼 이거 막내네가 보낸 건가..? 



: 그러겠네요. 그날도 내가 보내자마자 보냈으니 이번에도 그랬겠지. 아직 2일 남았네.. 아.. 왜 이렇게 늦지 



마치 누가먼저 선물을 도착시키느냐의 경쟁이 되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부모님 두 분만 계시는데 소고기만 너무 많이 들어가면 안 되겠단 생각에 명절에 어떤 선물 보낼지 애들이랑 의논해야 하는 건가 생각이 들 때였다.  단톡방에 올라온 소고기 사진이 누구의 것인지 아빠는 말하지 않았고 그건 아마 아직 도착하지 않은 남자친구의 선물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1번) 우리는 2일 뒤에 도착한데~ 


4번) 물어봤는데 오빠는 이따 오후에 할 예정이라고 아직 주문 안 했다는데?? 


.

.

.


3번 ) 오빠가 지난 추석에 늦게 보내서 죄송하다고 이번엔 일찍 보낸 다했어 우리 거야~!! 



그럼 저건 누구의 소고기인 것인가라고 생각이 들 때쯤 3번의 답변은 나의 내면의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물음표가 3번의 얼굴이 되어 하늘로 떠올랐고 나는 물었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라고 

그날 추석에이어 설날에도 고기가 두 번들 오갔던 터라 엄마 아빠 2분 이서 먹고도 남았다고 말씀하셨고 다가오는 명절에는 우리는 현금으로 드리기로 합의를 봤으며 4번에게는 아직 둘 다 어리니까 명절선물 서로 주고받지 말고 나중에 큰 언니네처럼 결혼을 앞두고 챙기라고 부모님은 말씀하셨고 3번에게는 잘 먹겠다고 말씀하시면서 교통정리를 해주셨다 













이전 12화 자식 n년차  시댁에 입사하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