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다짐했다. 앞으로는 호텔 케이크만 먹겠다고..
전날, 나는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몸보다 마음이 더 무거웠던 밤이었다.
그때, 막내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통화는 남편이 받았고, 나는 침대에 누워 조용히 듣고 있었다.
"엄마 옆에 있어?"
작게 묻는 막내딸의 목소리에, 순간 귀가 더 예민해졌다.
엄마에겐 비밀로 해달라고 하던 목소리.
하지만 나는 이미 다 듣고 있었다.
조용히, 슬쩍 웃으며.
밤 12시가 다 되어갈 무렵이었다.
현관문이 열리고, 헐레벌떡 막내딸과 남자친구가 케이크를 들고 들어왔다.
그 케이크는 그날, 남자친구의 부모님과 함께 호텔에서 식사하며
미리 주문해 둔 것이었다고 했다.
“엄마 수술 잘 받으시라고요.”
그 말에 괜히 코끝이 시큰해졌다.
우리는 케이크를 열고, 조심스레 촛불을 켰다.
생일도 아니고, 기념일도 아니고,
노래를 부르기엔 어쩐지 어색해서
그저 "수술 잘 받으세요" 한 마디로 촛불을 껐다.
그런데 그 호텔 케이크,
참 맛있었다.
남편은 케이크를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인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두 조각이나 먹었다.
“비싼 건 또 어떻게 알아가지고.”
우린 다 같이 웃었다.
나도 그 늦은 시간에 케이크를 많이 먹었다.
마음속으로 수술 잘 받으라고,
마치 작은 의식처럼.
막내딸, 남자친구, 아들, 남편, 그리고 나.
다섯 식구가 둘러앉아
“맛있다, 맛있다”
입을 모으며 결국엔
그 커다란 케이크를 다 먹어치웠다.
한 번에 다 먹은 케이크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
앞으로 케이크는 무조건 호텔 케이크다.
입원한 지 3일째 되는 날,
그날 먹었던 케이크 사진을 카톡 프로필에 올렸다.
울 막내가 바로 톡을 보냈다.
"엄마, 카톡 프사에 케이크 올렸네?"
“웅, 수술날 올릴라고 안 올렸었지.”
그러자 막내가 말했다.
“잘했다! 엄마 수술 잘하고 나올 거야.”
그 따뜻한 말이
어쩐지 그날 밤의 케이크보다 더 달콤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수술 당일 아침.
6시 40분쯤, 수술실로 내려갔다.
남편은 이미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수술실 앞, 3층.
잠깐 눈이 마주쳤다.
“수술 잘 받고 와. 기다리고 있을게.”
그 말 한마디를 등에 업고,
나는 수술실 문 안으로 들어섰다.
몸 여기저기에 장비가 붙었다.
팔에 감긴 혈압계가 꽉 조여와서 아팠다.
그리고 마취과 의사의 말.
“이제 마취약 들어갑니다. 하나, 둘, 셋…”
그 이후는 기억나지 않는다.
…
“00님, 수술 끝났어요.”
낯선 목소리가 두 번 들리고
나는 눈을 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눈물이 먼저 흘렀다.
눈이 퉁퉁 부어 있었고,
떠지지도 않는데
눈물만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이번 수술이 세 번째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언가 달랐다.
몸은 마취되어 고통을 모르는데,
뇌는 그 아픔을 기억하고 있었던 걸까.
그래서 무의식 중에 눈물이 흘렀던 걸까.
이전 두 번의 수술 후,
내 첫마디는
“너무 추워요…”
덜덜 떨리는 목소리뿐이었는데
이번엔 말보다 먼저
눈물이었다.
긴 시간이었지만,
나는 잘 버텼고
결국 잘 퇴원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케이크는
사랑이 담긴 케이크라는 걸.
그리고, 그날 밤
우리가 나눈 케이크 한 조각 속에는
누구보다 진한 응원과 걱정,
그리고 따뜻한 ‘가족’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