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문장을 써 내려가듯

아직 쓰이지 않은 나를 향해

by 마음쉘터


인생은 한 문장 같다.
처음에는 뜻도 모르고 써 내려가지만,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쉼표 하나, 단어 하나에도 의미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걷는다는 건
그 문장을 끝내지 않겠다는 고백이다.
아직 내가 살아야 할 페이지가 남았고,
내가 써야 할 말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내 삶의 문장은
종종 문법이 틀리고, 어순이 어지럽고,
때로는 형용사가 지나치게 감정적이다.
어떤 날은 문장이 도무지 이어지지 않아
그냥 멈춰버린 적도 있다.
마침표를 찍고 싶었지만
찍지 못해 쉼표만 남긴 날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그 모든 미완이 나를 만들었다.
온전한 문장이 되지 못한 날들이,
오히려 나를 살게 했다.

걷는다는 건
그 미완을 끌어안고 나아가는 일이다.
완벽하지 않은 오늘,
설명되지 않는 감정,
이해되지 않는 상황들 속에서
우리는 계속 써 내려간다.
비문도 괜찮다.
중의적인 표현도,
생략된 문장도,
그 나름의 생존방식이었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은
하나의 긴 문장이 아닐까.
구절처럼 반복되는 고민,
수식어처럼 덧붙는 기대,
그리고 때로는 마침표처럼 찾아오는 이별.

그러나 아직
이 문장은 끝나지 않았다.
더 써야 한다.
지금 이 글처럼,
나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삶의 어느 날은
무력하고,
어느 날은 격렬하다.
하지만 걷는다는 건
그 감정의 진폭을 따라
내가 나를 놓지 않겠다는 의지다.

나는 지금
내 삶을 한 글자씩 걷고 있다.
한 걸음씩 쓰고 있다.
생략하지 않으려 한다.
비켜가지 않으려 한다.
그게 어떤 문장이 되든,
그건 내가 살아냈다는 증거니까.

아직 쓰이지 않은 나를 향해
나는 오늘도 걷는다.
말로 다 옮길 수 없는 감정을 품고,
누군가에게는 이해받지 못할 결정을 안고,
그러나 분명한 건
나는 여전히 내 문장을 써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걷다 보면 만나는 풍경처럼,
살다 보면 만나는 나도
낯설고 새롭다.
어느 날은 다정하고,
어느 날은 서늘하다.

그 모든 나를 품고
나는 나의 끝을 향해 간다.
그 끝은 종착이 아니라
또 다른 문장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살아 있는 한,
계속해서 써야 한다.
계속해서 걸어야 한다.
넘겨지지 않은 다음 장을 향해,
아직 쓰이지 않은 나를 향해.

그러니
비가 와도,
길이 험해도,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해도,
나는 걷는다.

왜냐하면
내가 쓰고 있는 이 문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