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기술이 상상력을 앞지르기 시작한 시대에 살고 있다. 예전에는 한 편의 그림을 완성하는 데 며칠, 혹은 몇 주가 걸렸다면,
이제는 몇 초 만에 AI가 멋진 일러스트를 뚝딱 그려낸다.
몇 년 전만 해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겼던 ‘창작’의 영역이 인공지능이라는 도구를 통해 재정의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자연스레 떠오르는 질문이 하나 있다. "AI가 만든 창작물에도 저작권이 있을까?" 또는 좀 더 날카롭게 묻자면,
"AI가 만든 작품을 내가 써도 괜찮을까?"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AI는 도구인가, 작가인가?
우리가 포토샵을 이용해 이미지를 편집하거나,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해 글을 쓰듯, AI 역시 일종의 ‘도구’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노을진 해변 위에 우산을 쓴 소녀
그러나 최근의 생성형 AI는 단순한 도구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노을 진 해변 위에 우산을 쓴 소녀"라는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 이미지를 정확히 구현해 주는 AI가 존재한다.
더 나아가 시나 소설, 작사, 작곡, 심지어 그림체까지 흉내 내는 수준이다.
하지만 AI는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프로그램이다.
스스로 인격을 가지거나,
창작 의도를 갖고 작업을 하지는 않는다.
법적으로도 한국은 물론, 미국,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AI는 '저작권 주체'가 될 수 없다.
즉, AI는 아무리 정교해도 '창작자'가 될 수 없고,
AI가 만든 결과물에 대해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인간에게만 귀속된다.
문제는 학습 데이터다: 남의 그림을 배운 AI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창작물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있다.
생성형 AI는 기존에 인터넷에 존재하던 수많은 이미지, 음악, 텍스트 등을 학습한다. 이 과정에서 저작권이 있는 창작물을 무단으로 학습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된다.
예를 들어, 내가 AI에게 "고흐 스타일의 해바라기 그림을 그려줘"라고 입력했을 때,
그 결과물은 실제 고흐의 그림을 학습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즉, 그 작품은 고흐라는 화가의 표현 방식을 베낀
결과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경우, AI가 만들어낸 이미지가 고흐의 저작권을 침해했느냐는 여전히 법적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 고흐는 사망한 지 70년이 지났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이다. 하지만, 살아 있는 작가의 스타일을 그대로 학습한 AI가 만든 이미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타일’도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느냐는 논의는 아직 결론 나지 않은 뜨거운 쟁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