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쉴 틈 없이 더운 날들

압박스타킹과 함께 보내는 여름의 기록

by 마음쉘터

여름에도 나는 가볍게 살 수 없다
여름이면 가벼워져야 한다고들 한다.
반팔, 반바지, 슬리퍼.
덥고 무거운 걸 잠시 내려놓고,
옷도 마음도 시원하게 정리하는 계절.
하지만 나는 올해도 이 여름의 한복판에서, 여전히 단단히 나를 감싸고 산다.

림프절 절제 수술 이후
나는 매일 압박스타킹을 신는다.
“자기 전엔 벗지 말아야 해요.”
의사 선생님의 그 말은 조언이 아니라 생활의 규칙이 되었다.
덥고 끈적한 날에도,
나는 그 스타킹을 꼭 껴안고 하루를 보낸다.

다리는 뜨겁고 가렵고,
습진이 올라와 자꾸만 손이 간다.
긁으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어느 순간엔 나도 모르게 허벅지, 종아리를 긁적거린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다독인다.
‘이것도 회복의 일부야. 잘 견디고 있는 거야.’

밖에서는 모두가 여름을 즐기고 있다.
편한 옷차림으로 거리를 걷고,
어깨와 종아리를 훤히 드러내며
계절의 시원함을 한껏 누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불편하지 않은 척’에 익숙해져 있다.

여름이 내게서 가져간 건
겉모습의 자유만은 아니다.
어쩌면 나는
지금 이 순간,
남들이 누리는 계절의 흐름에서
조금 비껴서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내가 계절을 피해 숨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나는,
입는 옷 하나에도 이유가 생긴 삶을 살고 있다는 것,
그걸 부끄럽지 않게 받아들이고 싶을 뿐이다.

가볍게 살 수 없는 여름.
나는 여전히 스타킹을 신고,
피부 연고를 바르고,
시간마다 다리를 쉬게 해주는 하루를 보낸다.
누구보다 조심스럽고,
누구보다 단단한 방식으로.

세상엔 드러나지 않는 계절의 무게도 있다.
그 무게를 견디는 사람만이
진짜 여름을 통과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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