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주인들

산 아래 집에서 깨어나는 방식

by 마음쉘터


새벽 다섯 시만 되면
귀가 먼저 열린다
눈보다 먼저 깨어나는 건
새들의 부지런한 수다 때문이다

안방 창을 열면
산이 들이밀 듯 다가와 있다
산은 집을 감싸고,
새들은 산을 흔들고,
나는 그 틈에 깨어난다

여름은 벌써 시작되었지만
바람엔 냉기 한 점 묻어 있다
문을 열고 자면
공기가 먼저 안아주는 우리 집
같은 동네라도
우리 동네는 5도 정도는 더 시원하다

이사 온 지
열세 번째의 봄을 지나
그제야 들인 에어컨이
세 해째 거실 벽에 세워져 있다
그만큼, 충분히 시원했다
충분히, 자연이었다

처음 이곳에 와서는
닭 울음에 잠을 깨고
개구리 소리에 뒤척이던 밤들이 있었다
요즘은 닭이 울지 않는다
하지만
올여름도
개구리는 울어줄 것 같다

딱따구리가 창문을 쪼아
꿈을 쪼개던 새벽도 있었다
놀랐지만, 미웠던 적은 없다
이 모든 시작이
자연 덕분이었으니

오늘도
귀가 먼저 깨어
공기 한 모금이 나를 깨우면
나는 산을 향해 인사한다


새들의 발소리에
하늘이 조금씩 깨어나고
나는 그 소리에 조용히 일어난다

우리 집은
창을 열면 산이 들어오고
공기를 마시면 마음이 씻긴다
나는 이 자연이
고맙다


"안녕, 고마운 집"
오염되지 않은 숨,
그 숨이 머무는 이곳이
나는 좋다



잘 익어가는 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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