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없는 신입사원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제일 힘든 당신에게

by 마음쉘터

회사에 들어갔는데,

하루 종일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일의 전부라면

그건 정말 괴로운 일이다.

바쁘고 힘들어서가 아니라,

할 일이 없어서 지친다’는 말은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만 아는 이상한 고통이다.

요즘 아들이 그런다.

중견 IT기업에 다니고 있는데

입사한 지 몇 달이 지났어도 여전히

정식으로 맡은 일이 없다.

유튜브도 책도 보기 힘든

가장 눈에 잘 띄는 자리에 앉아 있고,

누가 뭘 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뭘 하면 눈치 보이는 이상한 구조.

하루하루가 무료하다고 했다.

일 없는 회사가 제일 힘들다”라고.


신입사원이 일을 못 받는 이유는

꼭 실력 때문이 아니다

아들 이야기를 들으며 곰곰이 생각해 봤다.

이건 그 아이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요즘 많은 신입들이 겪고 있는 공통된 현실일지도 모른다.

이 회사는 스타트업이 아니다.

기존 시스템대로 굴러가는 중견 IT기업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기존 업무는 오래된 사람이 하고 있다.

굳이 신입에게 일을 떼줄 이유가 없다.

사수조차 따로 없다.

“차차 배워요”라는 말 뒤엔,

사실상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 있으라는 뜻이 숨어 있다.

그러다 보니,

신입은 그저 ‘회사에 존재만 하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그 시간은 점점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그 시간은, 진짜 ‘낭비’일까?

나도 처음에는 “견디는 것도 배움이야”라고

쉽게 말할 뻔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건 너무 무책임한 말이다.

하루하루가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사람이

견딜 수 있는 마음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이 시간을 완전히 잃어버리지 않는 방법은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이 조직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회의는 누가 주도하는가
어떤 업무에 어떤 툴을 쓰는가
Jira, Git은 어떤 식으로 쓰이는가

‘나에게 주어진 일’이 없을 뿐,

회사 전체의 흐름을 읽는 일은

지금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다.

팀 토폴로지(Team Topologies)』라는 책에서도

조직의 흐름과 협업 패턴을 파악하는 능력이

성장 속도를 결정한다고 말한다.

이건 업무 지시 없이도 가능한 관찰이다.


감정보다, 기록

내가 만약 신입사원으로 앉아 있다면

하루가 너무 길게 느껴질 거다.

그럴 땐,

‘기록’을 해보는 게 도움이 된다.

오늘 가장 자주 이름이 불린 사람은?

회의에서 리더 역할은 누구?

반복되는 오류나 이슈는 무엇?

이건 사소한 습관처럼 보이지만

내가 존재하는 방식을 만드는 실천이 될 수 있다.

조직이 나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나를 기억하고 있는 상태.

그게 가장 중요하다.


존재감을 만드는 한마디

“혹시 도와드릴 일 있으실까요?”

이 말이 너무 진부해 보이지만

대부분의 신입이 이 말조차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말 한마디’를 기억한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말을 걸지 않아서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업무가 크지 않아도,

태도가 명확한 사람은 결국 ‘일’을 받게 된다.


퇴사라는 단어 앞에서

“엄마, 퇴사마려.”

아들이 조용히 그렇게 말했다.

요즘 아이들은 "퇴사 마렵다고도 한다"

우리 아이들만 쓰는 용어인지는 몰라도

그 순간 나는

‘그 자리에 내가 있었어도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건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의 문제다.

그리고 구조가 그렇게 움직일 때

우리는 너무 쉽게

‘내가 부족한가?’라는 착각에 빠진다.

그게 마음을 망가뜨린다.


견딘다는 건 ‘머무름’이 아니라 ‘움직임’이다

직장 초년생의 하루는 길고 무겁다.

하지만 가만히 있는 것도

하루 종일 감정에 눌리는 것도

움직이지 않으면 결국 나만 아프다.

이럴 때일수록

작게라도 기록하고,

조직을 읽고,

한마디라도 건네고,

눈에 띄지 않는 존재라도

의미 있게 머무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게 하루하루를 지탱하게 만든다.


“네가 작가라면”
나는 지금, 작가다.
그렇다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글을 쓰면서 배운 게 하나 있다.

나를 설명하는 문장은 내가 만들어야 한다는 것.

직장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나를 설명해 주길 기다리지 말고

내가 나를 설명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지금 그 회사에서

당장 뭐라도 하겠다는 그 작은 의지가

훗날 당신을 ‘필요한 사람’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이 글은 오늘도

그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는

모든 신입 직장인들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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