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를 날려준 여름의 조각들.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잘 이겨내는 방법?

by 위시러브


봄이 가면 초록이 무성한 여름이 온다.


여름은 어떤 계절인가.

누군가는 바다의 계절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수박의 계절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젊음의 계절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노출의 계절이라 부른다.


모두가 덥다고 아우성치는 계절이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거나 비가 내리거나.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불쾌지수가 높아진다. 몸도 마음도 쉽게 지친다.


덥다. 여름은 더워도 너무 덥지 않은가.

사계절 중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계절이기도 하다. 무더위에, 비도 자주 내리고, 벌레도 많고. 등등의 이유로. 하지만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더위를 잘 이겨내기 위해 애쓰는 사람도 많다.


나는 추위든 더위든 잘 참지 못 해서 봄과 겨울을 더 좋아했지만 여름과 가을, 그 계절이 주는 아름다움도 좋아한다.


내게 무더운 여름을 잘 이겨내게 하는 힘은 어디에서 왔었는지 생각해봤다. 책, 영화, 음악, 여행, 음식, 자연 등이 있었다.


무더위를 날려준 여름의 조각들을 떠올려 본다.


여름 햇살이 점점 강해질수록 여름 나뭇잎도 점점 진해지는데, 초록빛 싱그러운 여름 풍경은 무더위로 지친 우리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 준다. 크고 오래된 나무들이 만드는 진한 그늘과 시원한 바람 한 줄기는 마치 여름이 주는 선물처럼 느껴진다.


여름이 깊어 갈수록 주변은 온통 초록 풍경.

초록 물결 속 화려한 여름 꽃은 내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화려하면서도 정갈한 느낌이 드는 꽃 능소화, 작은 꽃이 여러 송이 모여서 피어 풍성하게 보이는 수국, 여름 야생화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참나리. 등등. 우리의 여름을 화려하게 장식해준다.


이해인 시인의 <여름이 오면>이란 시가 떠오른다.


움직이지 않아도
태양이 우리를 못 견디게 만드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서로 더욱 뜨겁게 사랑하며
기쁨으로 타오르는
작은 햇덩이가 되자고 했지?

산에 오르지 않아도
신록의 숲이 마음에 들어차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묵묵히 기도하며
이웃에게 그늘을 드리워주는
한 그루 나무가 되자고 했지?

바다에 나가지 않아도
파도 소리가 마음을 흔드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탁 트인 희망과 용서로
매일을 출렁이는 작은 바다가 되자고 했지?

여름을 좋아해서 여름을 닮아가는
나의 초록빛 친구야
멀리 떠나지 않고서도 삶을 즐기는 법을
너는 알고 있구나
너의 싱싱한 기쁨으로
나를 더욱 살고 싶게 만드는
그윽한 눈빛의 고마운 친구야







여름이 오면 나는 더 청량하고 시원한 느낌의 음악을 찾아 듣고, 공포와 스릴러물의 영화와 소설을 찾아본다.


여름 향기가 물씬 풍기는 시원한 여름 음악들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여름을 대표하는 그룹이라 할 수 있는 쿨.

히트곡도 많다. <해변의 여인>, <아로하>, <슬퍼지려 하기 전에> 등등. 여름 분위기에 걸맞게 시원하고 경쾌한 느낌을 주는 곡들이 많다.


여름만 되면 자주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다. 바로, 듀스의 <여름 안에서>다.

"하늘은 우릴 향해 열려 있어 그리고 내 곁에는 네가 있어 환한 미소와 함께 서 있는, 그래 너는 푸른 바다야!"라는 가사를 담은 이 곡은, 1994년 9월에 발표된 듀스의 2.5집 타이틀곡이다. 지금까지도 여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 중 하나다. 서연, 싹쓰리 등 많은 가수들이 이 곡을 리메이크했다.


인디고의 <여름아 부탁해> 역시 매년 여름마다 차트를 점령하는 여름 대표 노래 중 하나다. 여름휴가철에 듣기 좋은 음악이다.


산이와 레이나가 불렀던 <한여름날의 꿀>.

이 노래는 여름밤을 아름답게 수 놓는 달콤한 듀엣곡으로, 한 여름밤의 설레는 추억들을 회상하게 만든다.


국민 걸그룹 소녀시대의 <Party>와 <Lion Heart>. 청량감과 쿨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들을수록 기분이 좋아진다.


MBC '놀면 뭐하니?'에서 기획한 일종의 프로젝트 그룹인 싹쓰리. 유재석과 이효리, 비가 뭉쳐 결성한 혼성 댄스 그룹이다. <다시 여기 바닷가>와 <그 여름을 틀어줘>, 뜨거운 여름을 시원하게 날려주는 곡들을 탄생시켰다. <다시 여기 바닷가>는 여름만 되면 차트로 복귀하는 연금송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여름은 스릴러의 계절이 아니던가.

평소에도 스릴러물을 좋아하지만 여름에는 더 자주 찾게 된다.


어릴 때 봤던 공포 영화 <스크림>, <데드 캠프>, <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부터 <부산행>, <언더 워터>, <47미터>, <버드 박스>, <어스> 등. 등골이 서늘해지는 영화들을 보다 보면 어느새 뜨거운 열기가 식혀지는 느낌이다.


한국 스릴러 소설의 한 획을 그은 정유정 작가의 작품들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여름밤에 읽기 좋다. 읽는 동안 오스스한 느낌이 내 몸을 감싸는 듯하다.


정유정 작가 특유의 스릴러로 무더운 여름을 식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권의 스릴러 작품을 추천하고 싶다. 악의 시리즈 3부작 <7년의 밤>, <28>, <종의 기원>. 그리고 욕망 3부작의 첫 번째 이야기인 <완전한 행복>. 압도적 서사로 서늘한 공포를 안겨줄 것이다.


<7년의 밤>은 7년의 밤 동안 아버지와 아들에게 일어난 슬프고도 안타까운 이야기다.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며 치밀한 사전조사와 압도적인 상상력으로 많은 찬사를 받은 소설이다. 정유정 작가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파멸의 질주를 멈출 수 없었던 한 사내의 이야기이자, 누구에게나 있는 자기만의 지옥에 관한 이야기며, 물러설 곳 없는 벼랑 끝에서 자신의 생을 걸어 지켜낸 '무엇'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2018년에 영화화되었다. 장동건, 류승룡, 송새벽, 고경표 등 탄탄한 배우들이 연기를 했으나 원작의 분위기를 잘 살려내지는 못했다는 이유로 소설만큼 좋은 평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는 음산한 분위기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력에 몰입하며 봤던 기억이 난다.


<완전한 행복> 역시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완전한 행복에 이르고자 불행의 요소를 제거하려고 노력하는 주인공 유나는 나르시시스트다. 그녀는 행복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린다.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누구든 내 행복을 방해하는 자는 용서하지 않겠다는 과잉된 자기애와 자존감을 가진 그녀. 자기애의 늪에 빠진 삶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시원한 여름을 선물해 주는 여름휴가.


매년 여름이면 여행을 갔던 것 같다.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떠나는 여행은 늘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준다.


뜨거운 여름에는 물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바닷가나 계곡, 수영장에서 즐기는 물놀이만큼 시원하고 즐거운 것도 없으리라. 서핑, 카약, 래프팅, 수상 오토바이 등 수상 레포츠를 즐기는 이들도 많다.


내가 겪었던 여름 여행의 흔적들을 되새겨 보니 강렬했던 '래프팅'의 추억이 떠오른다. 싱그럽고 생명력 넘치는 여름의 조각이.


스물넷 여름.

뜨거운 여름의 태양이 강한 빛을 내쏟고 있었다.

나와 친구들은 좀 더 액티비티 한 여름을 보내고 싶었다.

검색하다가 철원 래프팅을 찾았고, 그곳으로 여행을 갔다.


래프팅은 여러 사람이 함께 고무보트를 타고 호흡을 맞춰 급류를 헤쳐 나가는 스포츠로, 구명조끼와 헬멧을 착용하고 간단한 안전수칙만 준수하면 남녀노소 쉽게 즐길 수 있다. 여름 스포츠에서 빠질 수 없는 스포츠 중 하나다.


철원 계곡에서 즐기는 래프팅은 험악하지 않으면서 주변 경치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보트 위에서 풍광에 취하던 그 순간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래프팅에 함께 타 있던 사람들이 모두 한 명씩 물에 빠질 때에는 나만 끝까지 살아남았다. 물을 무서워하는 나는 절대로 안 빠지겠다며 발가락을 밧줄 사이에 끼우고는 안간힘을 쓰며 끝까지 버텨냈다. 내 모습을 보고 다들 웃음바다가 됐었다. ㅋㅋㅋㅋ


다이빙 코너에 도착했을 때 구명조끼 덕분에 다들 안전하다는 사실과 안전요원들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나도 다이빙에 도전했다. 기왕 도전하는 거 멋지게 성공하자며 열심히 달려가 점프했다.


내 뒷 순서에 있던 친구에게 나중에 들은 말인데, 어떤 여성분들이 나를 보고 "와 저 언니 멋지다!"라고 했단다. 다이빙할 때만큼이나 짜릿한 순간으로 기억에 남았다.


한 번 뿐이었지만 래프팅의 기억은 나에게 짜릿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시원한 여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고,

젊음을 느낄 수 있었고,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고,

친구들과 함께여서 좋았다.


당시의 뜨거웠던 여름은 여전히 내 안에 담겨 있었다.








'여름' 하면 '바다'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바다에 대한 추억도 많다.

친구들과 함께, 가족과 함께 갔던 바다.


청명한 하늘과 하얀 구름, 푸른 바다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마치 그림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저마다 갖고 있는 바다에 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조개껍데기. 쌓였다가 부서지는 모래. 끝없이 이어지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파도에 몸을 맡기는 환상적인 경험. 바다는 우리의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쓰다 보니 문득 여름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덥다느니 습하다느니 짜증 냈던 날들을 반성하게 된다. 몹시 더운 날에는 또다시 불쾌지수가 높아지며 짜증을 낼지도 모르겠지만. 여름을 좀 더 깊이 느껴보고 싶다.


누군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여름을 즐기는 데 필요한 건 조건이 아니라 마음이라던.


시원한 맥주, 수박, 냉면, 빙수, 화채, 청량한 음료.

한여름을 시원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음식들도 많지 않은가.


북캉스도 좋고. 여행도 좋고.

자연 속에서 즐기는 저녁 산책도 좋다.


아무쪼록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고 시원하게 잘 보낼 수 있길 바란다.


어쩌면 이렇게 인생의 여름 안에서 마주하는 빛나는 여름의 조각들을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이 여름을 잘 이겨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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