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꺼풀이 도저히 떠지질 않는다. 손으로 더듬더듬 휴대폰을 찾아본다. 여기 있군. 냅다 끄고 다시 잔다. 호기롭게 도전한 미라클모닝은 그렇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일찍 일어나는 것도 능력이다.
왜 나에게는 그런 능력이 주어지지 않은 것인가!!
"정말 놀라웠다! 내 평생 가장 평화롭고, 의욕 넘치고, 힘과 영감이 샘솟으며, 감사하고, 활기찬 하루를 벌써 다 경험했는데 이제 겨우 아침 6시라니!"
할 엘로드의 <미라클모닝>에서 이 문장을 만났을 때만 해도 참 설렜다. 매일 이런 아침으로 하루를 열면 어떨까 그려보면서. 그것이 마치 성공으로 가는 길처럼 보이기도 했고. 어쩌다 미라클모닝에 성공한 날이면 저 문장을 몸소 느낄 수 있어서 기뻤다. 하루가 남들보다 길어진 느낌이었고, 상쾌하고 여유롭게 시작할 수 있어 좋았다.
나는 잠이 많다. 이것을 단점이라고 생각했었다.
고등학교 때 지각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와 중학교 때만 해도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고서는 지각하지 않았는데. 고등학교에 가서는 등교시간도 훨씬 앞당겨진 데다 버스를 두 번 타고 가야 하는 거리여서 더욱 일찍 일어나야 했다. 야간자율학습이나 독서실에 다니면서 공부하던 시절이라.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게 너무나도 힘들고 스트레스였다. 매일 다크서클을 달고 다녔다. '김다크'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하얀 피부에 거무스름한 다크서클이 매달려 있으니 얼마나 웃겼을까. 그땐 선크림 같은 것도 바르지 않았어서 다크서클은 더 돋보였다. 한 친구가 "김다크 야구선수"라고 장난 치면, 다 같이 빵 터지곤 했다. (참고로 같이 웃었다. 그 정도에 개의치 않는 성격이라. 오히려 웃음을 줄 수 있음에 기뻤다.ㅋㅋㅋㅋ)
이런 내게 미라클모닝은 혹독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새벽 6시에 도전해 봐도 결과는 늘 똑같았다. 기껏해야 2-3일 성공. 최대가 5일이었나. 보통 7시 반에 기상하는데, 1시간 30분 더 일찍 일어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모르겠다. 실패할 때마다 좌절하고 자책했다. 나는 왜 이렇게 잠이 많은 거냐고. 미라클모닝을 인증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부러움과 존경심이 들었다.
그냥 포기했다.
일찍 일어나는 걸 못할 뿐이지, 게으른 건 아니지 않냐고. 매일 실천하고 성공하는 습관들이 얼마나 많냐면서 자책을 거둔다. 안 되는 일에 계속 매달리는 건 내 소중한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이니까.
이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해 주는 책을 만나서 반가웠다. 김영훈 작가의 <노력의 배신>. 실패와 좌절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열어주는 책이다. 각자 타고나는 재능과 운이 있고, '노력' 자체도 타고난 자기 조절 능력이라고 말해준다. 타고난 재능에 노력을 쏟은 사람이 더 빛을 발하는 거라고.
"노력의 결과 역시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이 더 많은 노력을 하게 되고, 노력의 효과는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 크게 나타나며, 가장 중요한 것은 노력은 성실성처럼 타고난 성격적 특질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노력은 재능의 부산물이고 재능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실패한 이유가 단지 '노력 부족'이 아니라는 점에서 위안이 된다. 실패했다고 해서, 노력에 비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좌절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우리나라 사람은 지나칠 정도로 '노력하면 다 된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그걸 시원하게 깨부숴주는 듯하다. 실패했다고 해서 최선을 다하지 않은 건 아닌데 말이다.
노력해서 되는 일이 있고, 노력해도 잘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걸 언제부턴가 깨달았던 것 같다. 사람마다 환경마다 다르다고 짐작했었다. <노력의 배신>을 읽은 후에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성공은 단지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걸. 타고나는 운, 재능, 환경 등이 뒷받침되어 주고, 거기에 노력과 인내를 더했을 때. 더 최고의 목표를 이루고 성공하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재능을 갖고 태어난다.
자신에게 어떤 능력이 있는지, 어떤 일에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발견하는 것 또한 축복이 아닐까 싶다.
조던 B. 피터슨은 저서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 이렇게 말한다. "먼저, 성공과 실패는 단 한 번의 게임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게임이 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좋은 게임이 수없이 많다. 좋은 게임이란 내 소질과 능력에 맞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며,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조금씩 성장시키는 게임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 있고, 빠르게 실패해야 하는 일이 있는 것 같다. 더 황홀한 기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자신이 좋아하고, 재능이 있는 분야에서 노력하는 게 현명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잘 익은 노력의 열매를 딸 수 있다.
우리는 왜 실패를 두려워할까.
우리는 왜 실패를 부끄러워할까.
실패,라고 하면 '괴로운 감정'이 먼저 떠오른다.
성공의 반대가 실패라고 인식하는 것도 크지 않을까.
완벽한 사람이 없듯이 모든 걸 잘 해내는 사람도 없는데. 누구나 살면서 무수한 실패를 겪기 마련이다. 걸음마를 배울 때부터. 크고 작은 실패들이 늘 우리 앞에 도사리고 있다.
실패해도 괜찮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실패를 통해서 배우고 성장하며 차근차근 나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많은 성공한 이들도 실패를 거듭한 끝에 성공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대문호 헤르만 헤세는 어떤가.
그는 여러 환경적 요소에 부딪치며 고통과 슬픔을 겪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에는 전쟁을 반대하면서 조국과 국민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결국 그의 작품은 판매와 출판 모두 금지당한다. 그 암울한 세월 동안 수많은 거절 편지를 받으면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글을 썼다. 히틀러가 사망한 후인 1946년에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실패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나면 놀라울 정도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 미라클모닝 외에도 수많은 실패와 좌절, 시련을 겪었지만, 그 덕분에 더 강해지고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제는 실패를 그저 과정의 일부로 바라보는 관점이 생긴 것 같다.
이쯤에서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다.
일등. 최고. 명성. 부자.
꼭 그래야만 성공일까?
성공의 정의는 자신이 내리기 나름이다.
진정으로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이 질문에 정성 다해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다른 인생의 문제들처럼 정해진 답은 없지만 자신에게 어울리는 성공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돈, 성공, 단순한 쾌락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지혜롭고 명석한 사람일수록 빨리 찾을 거라고 본다. 자신이 진정으로 만족하는 삶이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