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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시러브 Mar 11. 2024

지금까지 내가 본 영화가 817편?!

내 인생 최고의 영화는?


영화는 나의 오래된 취미다.

30대에 책에 미쳐 있다면, 20대엔 영화에 미쳐 있었다.


책도 영화도 우리를 어떤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는 마력이 있다. 돌아보니, 글과 영상은 내 인생에서 필수불가결한 존재였다. 늘 내 곁에 있었다. 일상처럼, 친구처럼, 스승처럼.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


영화는 언제부터 좋아했던가.

아마 초등학교 때부터일 것이다. 책과 영화를 동네 책방이나 동네 비디오방에서 빌려 보던 시절 말이다. 중학교 때 이후로 점점 사라져 버렸지만. 그때가 참 좋았다. 그래서 아직까지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수많은 책과 영화를 통해 세상을 본다.

세상을 알고 이해하고 깨달으며 그만큼 상상의 세계도 확장되어 간다. 좋은 영화 한 편은 우리에게 많은 걸 선물한다. 재미와 감동, 용기와 희망, 교훈과 영감을 준다. 우리를 감동시키며 깨달음을 주고 성찰하게 한다.


영화도 음악처럼 우리를 추억의 한 자락으로 데려가 주는 매력이 있다. <진주만>, <블랙 호크 다운>,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중고등학교 때 영화관에서 본 영화들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더 울림을 주는 것 같다. 펑펑 울면서 봤다. 영화 속 아픔과 슬픔이 내게도 전해졌기 때문일 테다. 아무래도 10대 때 영화관에서 봤던 작품들은 더 강렬하게 기억에 각인되어 있는 듯하다.









지금까지 본 영화를 기록해 둔 걸 세어보니 총 817편이다. 한국 영화 382편, 외국 영화 435편.


그중 내 인생 최고의 영화를 꼽는다면?


이런 질문을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작품이 있다.

한국에서 1998년에 개봉된 영화 <타이타닉>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집에서 TV로 보던 날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여러모로 충격을 준 작품이랄까.


어마어마하게 크고 화려한 배.

광채를 환하게 내뿜고 있는 디카프리오의 미모.

압도적인 영화 제작 스케일.

가슴 절절한 러브 스토리.

수많은 사람의 안타까운 죽음.

이 영화가 실화라는 사실.


3시간여 동안 한 시도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로 몰입하면서 봤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그 순간 나는 타이타닉 호에 타 있었다. 후반부에는 긴장감이 더욱 휘몰아쳤다.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살아달라는 외침에도 타이타닉 호는 끝없이 침몰해 갔고, 사람들은 서서히 죽어갔다.


슬픔이 폭발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방으로 들어가서 침대에 누워 한참을 더 울었다. 무엇이 그리도 애통했을까. 무엇이 초등학생의 마음을 그토록 아리게 만들었을까.


어쩌면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잭 도슨(디카프리오가 연기한)의 죽음을.

수많은 사람의 그토록 허망한 죽음을.

이 영화가 실화라는 사실을.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진한 여운이 남아 오래도록 멍하게 가만히 있었다.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의 진한 여운. 그것이 817편의 영화 중에서 <타이타닉>을 여전히 내 인생 최고의 영화로 꼽는 이유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만났던 깊은 감명을 뛰어넘는 작품을 아직까지 만나지 못했다.

책도 영화도 긴 여운을 안겨주는 작품에 특히 반하게 되는 듯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타이타닉 호의 맨 앞 난간에서 두 주인공이 팔을 벌리며 대양을 마주하는 장면을 최고의 장면으로 꼽는다. 이 장면도 물론 경이로울 정도로 멋있었지만,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거의 마지막 장면이다. 타이타닉 호가 끝내 침몰하고 모두가 바다에 빠졌을 때. 잭 도슨은 한 명만 올라갈 수 있는 나무판자에 로즈를 올려주고 자신은 바닷물 속에 있었다. 두 사람이 손을 꼭 잡고 머리를 맞대고서 덜덜 떨던 그 장면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이런 게 바로 진정한 사랑이구나.

가슴이 아프면서도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비록 짧은 생이었지만, 치열한 사랑을 하고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낸 잭 도슨은 행복하지 않았을까.


"매일매일을 의미 있게 사는 거죠."

영화에서 잭 도슨이 했던 말이다.


인생에는 물질적인 가치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나는 <타이타닉>을 보며 깊이 깨달았다.


당신에게도 가슴을 울린 영화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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