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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시러브 Mar 18. 2024

등산의 매력에 빠지다


바야흐로 다시 산의 시대인가.

산행을 즐기는 등산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2년 산림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78%인 3,229만 명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등산이나 숲길을 체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젊은 층에서도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인스타그램에도 #등산스타그램 , #등린이 등의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들이 계속 올라온다. '등린이'란 등산과 어린이의 합성어로 등산을 즐기는 초보자를 말한다. 나도 그중 하나다. 작년부터 다시 산을 좋아하게 됐다.


20대 초반에 올랐던 도봉산을 끝으로 산을 오르지 않았다. 30살에 소요산에 오른 적이 있었지만, 절반도 채 못 가서 내려왔다. 저질 체력을 탓하며. 그리고 30대 중후반이 되어 다시 산을 찾았다.


등산에 대한 열망은 늘 품고 있었지만 체력이 안 좋아진 데다 혼자서 도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기회가 왔다. 책친구들과 세 번의 산행을 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가을, 남산을 올랐다.

이른 가을이다 보니 단풍이 지기 전이라 아직은 초록빛이다. 남산을 자주 오르는 책친구가 추천해 준 코스로 걸었다. 서울역-남산공원 입구-백범광장-남산서울타워-삼청동길. 곳곳이 예쁘다. 어딜 봐도 예쁘다. 조금 헉헉 거리긴 했어도 오를 만했다. 남산 꼭대기에 오르니 남산 자락과 어우러진 도심 풍광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오랜만에 높은 곳에 올랐더니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숨통이 탁 트이는 기분이다. 노을이 질 때 올라오면 풍경이 그야말로 예술이라고 한다. 다음에는 노을이 질 때 꼭 와보리라 기약하며 산책로를 따라 내려갔다.


버스를 타고 삼청동길로 이동했다.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다. 절정이 되면 이곳은 낭만으로 가득한 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기자기하고 세련된 가게들이 죽 이어져 있다. 이국적이다. 등산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코스다. 어떤 계절에 와도 예쁜 남산. 벚꽃이 피는 시기와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 노을이 질 때 꼭 오고 싶은 우리나라 명소임에 틀림없다.



2023년 가을 초, 남산에서.






두 달 후 가을 끝자락에는 인왕산을 갔다.

남산과는 다르게 긴장이 됐다. 저질 체력인 내가 과연 정상까지 오를 수 있을까. 함께 가는 사람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아야 할 텐데. 걱정이 드는 반면 설렘도 컸다. 여럿이 '함께'라는 사실만으로도 한껏 신이 났다.


이번에 등산을 제의한 책친구 브로는 코스를 짜고 음식을 한가득 준비했다. 걱정이 됐다. 그냥 오르기도 힘든 산을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등산한다니. 우리의 걱정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가뿐히 올라가는 그를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코스는 이렇다. 홍제역-개미마을-기차바위-인왕산 정상-윤동주문학관-부암동 카페. 산을 오르며 보이는 다양한 풍경들이 등산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뿐만 아니라 브로가 준비한 음식들이 즐거움을 더해줬다. 김밥, 따뜻한 뱅쇼, 라면, 과일. 산에서 먹는 라면과 뱅쇼는 처음이었는데, 감동 그 자체다. 덕분에 정상까지 올라갈 힘이 생겼던 것 같다.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힘들었던 것도 잠시.

산꼭대기에 다다를 때쯤부터 펼쳐지는 아름다운 경치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크으. 이것이 산행의 묘미 중 하나지. 어릴 때 동네 뒷산 정상에서 아래로 보이는 경치를 바라보며 느꼈던, 잊고 지냈던 희열이 떠오른다.


게다가 정상을 찍었을 때의 기쁨과 성취감이란!

산꼭대기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가슴을 벅차오르게 한다. 너무나도 평온하고 아름다운 경치에 눈도 몸도 정신도 맑아지는 느낌이 든달까. 올라갈 때는 고난의 행군처럼 힘들어도 산 정상에 도달하면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이 맛에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즐기는 거 아닐까.


내려오는 길은 올라가는 길보다 더 빠르고 덜 힘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2023년 가을 끝자락. 인왕산에서.





겨울 초에 오른 북한산. 인생 첫 겨울산행이다.

등산 초보자에게 겨울 산행이라니. 또 다른 막막함이 몰려온다. 심지어 눈이 펑펑 쏟아진다. 혼자였다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단단히 챙겨 입고 스타벅스 북한산점으로 갔다. 통창으로 웅장한 전경을 감상할 수 있어서 언제나 사람이 많다고 한다. 통창 밖으로 내리는 눈이 장관이다. 뷰는 이렇게 좋은데 우리가 저 산을 올라간다고? 살짝 겁이 나면서도 겨울 산행에 대한 기대감이 다. 다행히도 눈이 서서히 그치더니 거짓말처럼 파란 하늘이 등장했다. 우리는 맑은 계곡물을 감상하며 천천히 북한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미끄러우니 조심조심. 겨울 산행이다 보니 지난번 산행보다 훨씬 더 힘들다.


아직 등산 초보자인 친구들이 많아서 백운대가 아닌 원효봉 정상을 가기로 했다. 헥헥 거리며 힘겹게 올라 가는데, 감사하게도 친절한 산행인들이 응원과 격려의 말씀을 보내주신다. 힘을 내어 열심히 올라가 본다. 역시나. 정상에 오르기 몇 백 미터 전이 제일 고비다. 가파르고 숨이 차고 미끄럽고 아찔하고. 그러나 정말 놀랍게도, 그 단계만 무사히 넘기면 황홀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상고대와 눈꽃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절경이 펼쳐졌다. 이것이 겨울산행의 묘미인가. 작품 같은 풍경에 단숨에 매료되던 순간이다.


클라이맥스는 정상에 올랐을 때다.

그 희열을 맛보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올라왔지. 큰 보람을 느낀다. <행복 예습>에서 읽었던 김형석 작가님의 말이 떠오르던 순간이다. "자신의 인생과 인격을 사랑하는 사람은 올라가는 길을 택한다. 등산을 즐기듯이 노력과 성장을 즐긴다. 그 남모르는 즐거움이 행복인 것이다. 그가 올라서는 곳은 높은 산의 정상일 수도 있다. 그 정상에서 멀리 세상을 내려다보는 사람의 행복은 희열에 가까운 것이다."


무엇보다 함께라서 가능했다.

서로를 스윗하게 챙겨주던 친구들이 있어 든든했다.

등산은 혼자보단 '함께' 하는 게 더 안전하고 즐겁다는 걸 느낀다.


남산, 인왕산, 북한산.

이 세 번의 산행을 시작으로 나는 등산의 매력에 빠졌다. 더 늦기 전에 등산을 즐기게 되어 기쁘다.


이제 봄 산행을 앞두고 있다.



2023년 겨울 초 북한산 원효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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