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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시러브 Nov 15. 2021

갑자기 잠수 타는 사람들.

기다려야 할까. 정리해야 할까.


 가깝게 지내던 사람과 갑자기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

당연히 신경이 쓰이고 섭섭한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감정 변화를 겪을까.

초반에는 설마. 연락이 오겠지. 믿고 기다려 본다.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이 쌓인다. 무슨 일이 있는 거 아닐까, 온갖 걱정을 한다. 어쩌다 어떤 식으로든 그 친구가 무사히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면, 쌓였던 걱정은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관계가 끊어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최종적으로 '무관심'의 상태에 이른다.


 그녀 주위에도 잠수 탄 사람이 두 명 정도 있다.

그들과의 관계는 결코 가벼운 관계가 아니었다. 그래서 가슴이 아프다. 살면서 수많은 사람이 스쳐 지나간다. 다시 볼 일이 없어 자연스럽게 끊어지는 경우도 있고, 끊어야 한다는 마음이 들어서 서로 관계를 정리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평생 갈 것 같았던 사람이 갑자기 잠수를 탄다면? 그 속상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왜 잠수를 탔는지 이유를 몰라 더 답답하다. 온갖 추측을 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솔직히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왜? 왜지? 왜 그러는 거지?


 누군가가 잠수를 타면, 주변 사람들은 지치고 힘들다.

결국 단호하게 정리할 수밖에 없다. 이제 다시 안 볼 사람으로. 이렇게 대부분은 잠수 타는 사람들을 잊어 간다. 이들을 결코 냉정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화가 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가깝게 지낸 사이에,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버리다니. 이것은 예의가 아니다.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을까.


 단호하게 정리했지만, 사실 그들도 상처 받았다.

그래서 더는 상처 받고 싶지 않고, 아무 기대도 하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마냥 기다리고, 걱정하는 입장. 그거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지치고 힘든 일이다.


 그녀 또한 이런 감정 변화들을 겪었다.

처음에는 믿고 싶지 않았고, 걱정이 많이 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와 인연을 끊으려는 건가' 하는 생각에 화가 났다. 한편으로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한다. 그녀에게 "우리 평생 가자"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그러다 이제 자신만 바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만 받아들여야 하나? 소중했던 인연이 다시 못 볼 인연이 되었다는 사실을.


 그러나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오래된 인연을 귀하게 여기는 그녀에게, 정확한 이유도 없이 관계를 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어렵다.

그녀는 다른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기다릴 거야."


 추억에 약한 그녀는, 문득문득 떠오르는 그들과의 추억에 가슴이 아려온다. 특히 꿈에 나오는 날에는, 그리운 마음이 더 증폭된다. 아, 무의식 중에 그 사람을 보고 싶어 하고 있었나. 인정하게 되기도 하고. 꿈에서라도 볼 수 있어서 반가운 마음도 든다.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으려 한다.

언젠가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

별 이유 없이 인연을 함부로 끊을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분명 무언가 이유가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어쩌면 그저 용기가 없는 건지도 모르고.


 그래서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나중에 우연히 만나게 되든, 연락이 닿아서 만나게 되든. 살아 있는 한 다시 볼 일이 있지 않을까. 그녀가 그런 마음을 먹고 있는 한.


 대신 막연한 기다림은 위험하다. 마음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아무런 기대도 말고. 그저 자신의 인생에 집중하면서 살아야 한다.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인생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중에는 갑자기 잠수 타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왜 그러는 것인가. 대체 왜?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이유도 다양하지 않을까.

자존심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서. 주변 사람들과의 인연을 정리하고 싶어서. 너무 바쁘거나 힘들어서 연락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서. 습관적으로 잠수 타는 성향이라서. 아님 그저 두려워서 피하고 싶고, 도망치고 싶어서. 등등.


 이유가 어찌 됐든 기다리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 봤을까? 얼마나 애가 타고 지치고 힘들지. 얼마나 상처를 받을지. 일방적으로 갑자기 잠수를 타는 건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배려가 부족하고, 얼마나 이기적인 행동인가. 잠수를 타는 사람들 중에는 자존감은 낮고 자존심은 높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신뢰'는 중요하지만, 회복할 기회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혹여나 어려운 상황이 있었더라면 늦더라도 연락을 해야 한다. 만약 잘못이 있다면 피하지 말고 부딪혀야 한다. 습관적으로 잠수를 타는 성향의 사람은 나중에 결국 외로워진다. 어떤 이유였든 더 늦기 전에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삶을 잘 살고 싶다면 우리 주위를 둘러싼 인간관계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 관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나서야 후회하지 말고 상대방에게 어떤 상처를 주었는지,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연인 관계에서도 잠수 이별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켰으면 좋겠다. 헤어지고 싶다면 적어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며 자신의 생각을 전달해야 하지 않을까. 이 이별 방법은 찌질하다.


 인간관계. 인생에서 중요하지만 쉽지 않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만큼 상처를 받는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사람들. 상처 받은 사람들. 모두 꼭 치유받았으면 좋겠다. 단단한 내면의 힘을 길러 삶과 관계 속에서 쉽게 흔들리거나 상처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니까. 관계는 쌍방향이고 노력도 마찬가지다.

건강한 마음과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인간관계에는 일정한 공식이 없네. 양쪽 모두가 공간을 넉넉히 가지면서, 넘치는 사랑으로 협상을 벌여야 하는 것이 '인간관계'라네. 두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또 각자의 삶이 어떤지."

_미치 앨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관계는 늘 완벽할 순 없지만 동적인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조정이 가능하고 개선의 여지가 생기게 마련이다. 사람은 누구나 인간관계의 질을 높여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는 자격과 가치를 지닌 존재라는 것을 잊지 않기 바란다."

_훙페이윈, <인간관계 착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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