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거대한 파도가 우리의 일상을 덮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가. 그중에는 인간의 힘으로 일어나지 않는 일들도 존재한다.
2011년 3월 11일.
9.0의 초강력 지진이 일본을 뒤흔들었다. 창문이 깨지고 지붕이 내려앉았다. 조명이 흔들리고 온갖 물건들이 요동치다가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땅이며 벽이며 모두 흔들거렸다. 일본 국내 지진 관측 역사상 최고 규모를 기록한 대지진이었다.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는 내진할 수 있도록 건물을 설계한다. 때문에 지진보다는 바닷물의 공격으로 피해가 컸다. 지진이 일어난 뒤 발생하는 이번 지진으로 발생한 높이가 최고 4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쓰나미가 무서운 기세로 밀려들어와 모든 것을 파괴했다. 자동차도 집도 사람도 모두 집어삼켰다.
이 장면이 아직까지도 뇌리에 강렬하게 박혀 있다.
당시에 내가 본 영상에서는 재난영화에서나 볼 법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영화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게 현실이라고? 너무나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당시에는 일본에 대한 감정이 퍽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이 아니기를 바랐다. 자연의 위력 앞에서 인간은 왜 이리도 작아 보이는가.
일본 경찰청과 부흥청에 따르면 동일본 대지진으로 사망한 사람의 수는 2만 명이 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일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쓰나미는 후쿠시마 원전도 마비시켰다.
후쿠시마 제1 원전 건물이 침수되면서 폭발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폭발한 원전에서 엄청난 양의 방사능이 유출되기도 했다.
대지진. 쓰나미. 원전 폭발.
3개의 재난이 한꺼번에 일본을 덮쳤다. 복합재앙에 21세기 선진국인 일본 경제도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다. 역사상 자연재해에 따른 재산 피해액이 가장 큰 참사로 기록된다. 안타깝게도, 지진과 쓰나미로 많은 이들이 소중한 삶의 터전을 잃었다. 12만 명이 피난 생활을 해야 했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들이 많다. 열악한 피난 생활 중에는 건강이 악화되거나 자살로 숨진 '재난 관련사망자'도 3,7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중에는 상실의 아픔이나 외로움 때문에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사람들도 있었다.
건물만 붕괴된 것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많은 이들의 심장도 박살이 났다.
1976년 중국 탕산에서 일어난 대지진을 다룬 영화 <대지진>에서 살아남은 쌍둥이 동생이 이런 말을 한다.
"무너진 집은 다시 지었지만 엄마 마음속의 집은 다시 지을 수가 없었어. 32년 동안 그 노인네는 속으로 폐허를 지키며 살았던 거지."
마음을 후벼 파는 대사에 코끝이 찡해졌다.
규모 7.6의 탕산 대지진은 단 23초 동안 27만 명 이상이 숨진 인류 최악의 재난 중 하나다. 영화는 탕산 대지진을 겪은 뒤에도 이어지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데, 상처의 크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고 두껍겠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보면서 인간의 강인함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지진으로 엉망이 된 도시를 복구하는 일에는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그들의 깊은 상처가 아무는 데에는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이들도, 탕산 대지진을 겪은 이들도. 그들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기억이리라.
그럼에도,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은 계속 이어진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삶에 부디 '치유'가 찾아오기를. '최악의 재난'이라 불리는 재난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인생의 재난을 겪은 이들이 '살고 싶은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