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세계와 교신하는 법

죽음 이야기 14

by 신아연


죽음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죽은 사람들이 꿈에 자주 나타납니다. 어머니, 아버지, 오빠가 오시는데, 특히 어머니가 자주 오십니다. 생전의 어머니는 늘 일만 하셨기 때문에 꿈에서도 제게 살갑게 말을 붙여오시지 않습니다. 그저 일을 하십니다.


이상한 것은 그런 어머니와 점점 가까워지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지요. 주고받는 말이 없는데도 저는 어머니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됩니다. 어머니의 희생과 헌신으로 인해 먹고 입고 대학도 갈 수 있었고 사람 구실을 하고 있다는 고마움을 뒤늦게 깨닫습니다. '부지불식간'이란 말이 딱 맞습니다. 꿈 속에서 어머니를 자주 만나면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부지불식간에 되찾아 갑니다.


데쓰오는 유령이나 사후세계 같은 것을 전혀 믿지 않았다. "우리 아버지는 내가 한 살 때 죽었어. 그런데 난 아버지의 유령을 단 한 번도 본 적 없어! 만약 저세상이나 유령 같은 게 존재한다면, 우리 아버지는 반드시 내 앞에 나타났을 거야. 엄마를 만나러 왔을 거라고! 그렇지만 난 단 한 번도 아버지의 유령을 본 적 없어! 천국이네 유령이네 하는 건 다 헛소리야. 그런 건 절대 없어!" 데쓰오의 말에 동급생 하나가 그건 너희 아버지가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부족해서라는 이유를 달았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장편소설『공백을 채워라』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죽은 사람들은 주로 꿈길로 찾아온다는 것을 주인공 데쓰오는 모르고 있는 걸까요. 데쓰오는 아마도 그건 저 세상에서 진짜 온 게 아니라 단지 잠자는 동안 뇌가 만들어 낸 현상이라고 할 테지요. 네, 그럴지도 모르지요. 죽음 이후를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꿈에서라도 죽은 사람을 이따금 만나고, 어떤 사람은 전혀 그렇지 않은 그 차이는 뭘까요?


파동이 낮아진 에너지가 물질을 이룹니다. 우리는 물질계를 살아갑니다. 그러다 물질을 벗어나면, 즉 몸을 벗어나 버리면 의식, 즉 에너지만 남게 됩니다. 사후세계가 있다면 그곳은 오직 에너지로만 존재하는 세계입니다. 장자가 말한 기(氣)의 세계인 거죠. 장자는 태어남은 기의 응집이며, 죽음은 기의 흩어짐이라고 생사(生死)를 정의하지요. 물질과 에너지에 대한 현대적 이해와 일치합니다.


물질 안에 갇혀있는 우리가 에너지체로만 되어 있는 죽은 사람과 대화를 하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마치 고체인 얼음과 기체인 수증기가 어떤 접점을 가져야 할 때처럼. 물질체와 에너지체 간에 차원이 너무 달라 주파수가 안 맞는 거지요. 라디오의 주파수를 맞출 때를 생각해 보세요. 지직지직하는가 싶다가, 이내 먹통이 됐다가, 아주 짧은 순간 맞춰진 듯 하다가 또 다시 사라지는.


소설 속 데쓰오가 말하는 유령이나 사후세계 일들이 우리에게 현현하는 일이 그래서 그렇게 힘든 거지요. 그런데 꿈이라는 필드에서는 상황이 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잠이 들면 몸의 활동이 멈추게 되고 에너지적 의식, 주로 무의식이 활성화되지요. 그또한 여전히 뇌작용임에는 틀림없겠죠. 죽으면 꿈도 꿀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꿈은 뒤죽박죽이지 않습니까. 시공간이 엉망으로 얽히죠. 깨어있을 때 그런 경험을 한다면 뇌병원이나 정신병원에 바로 들어갈테죠.


꿈을 꾼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는 만들어진 적 없는 드라마를 뇌라는 텔레비전을 통해 보는 거라고 할 수 있겠지요. 에너지로만 되어 있는 죽은 사람이 산 사람과 주파수를 맞추기에는 꿈 속이 가장 용이할 테고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꿈에서조차 죽은 사람을 전혀 만나지 않는,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다시 라디오로 비유를 들자면 수신기가 불량해서겠지요. 사후 통신 신호를 잡지 못하는 거지요. 그럼 왜 불량할까요? 세상 속에서 너무나 번잡하고 바쁘게 살아가기 때문인 거죠. 다른 말로 하면 물질적인 상태로 똘똘 뭉쳐 있기 때문에 에너지체와의 차원과 너무 멀어서 그래요.


그럼 불량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마음을 청정히 하고 영혼을 닦아나가는 것이 그 방법입니다. 기도나 명상이 대표적이지만 저처럼 규칙적인 내면 글쓰기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꼭 죽은 사람을 만나자는 게 아니라 탁한 영을 맑히고 에너지적 순수함을 회복, 유지하는 것은 그 자체로 좋은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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