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단 한 가지

죽음 이야기 15

by 신아연


요즘 제 주위에는 미혼 여성들이 연이어 나타납니다. 어제를 포함, 몇 주 사이에 네 명을 만났습니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세 명과 함께 총 일곱 명입니다. 나이는 40대 후반~60대 초반, 직업도 각기 다릅니다.


내면 공부를 한 이래 같은 일이 연이어 생길 때는 무슨 뜻이 있으려니 하게 됩니다. 그저 우연으로만 보여지지 않는 거지요. 저는 소위 돌싱이지만, 저와 비슷한 연령에 이를 때까지 결혼한 적 없는 싱글들은 무엇을 배우며 그 나이에 이르렀을까 진정 궁금해집니다. 명확히는 '무엇을 배우기 위해' 혼자의 길을 걸었을까인 거죠. 제 입장에서는 지난한 결혼 생활의 잔해와 흔적을 가진 돌싱과는 공감대가 쉽게 생기지만, 이들과는 어떤 접점을 만들어야 하는지 새로운 경험과 공부로 다가옵니다.


어젯 밤에 독자 한 분이 어느 영성가가 윤회에 관해 이야기한 내용을 보내오셨습니다. 윤회가 있다면 그 목적은 영혼의 진화에 있고 진화의 최종점은 완전한 신성에 이르기 위한 것이지요. 예수처럼 부처처럼 노자처럼 되는 것이 우리 영혼의 마지막 과제인 거죠. 우리로서는 까마득한 수준이지만 영겁을 통해 결국은 도달해야 하는 거겠죠. 다른 말로 하면 태어나고 죽는 윤회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지만 태어나고 죽을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영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에 희망이 있습니다.


그 관점에서 보면 이 세상은 영혼 성장의 공부를 위한 거대한 학교입니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은 조기 졸업의 기회가 있듯이 이번 생의 과제를 모두 마친 사람은 나이에 관계없이 일찍 세상을 떠날 수도 있겠지요. 죽음이 오히려 축하할 일인 거지요. 하지만 학교에 여전히 남아있는 사람으로서는 먼저 떠난 이가 그리울 수밖에요.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처럼 세상이라는 학교에서 같은 반, 거기다 바로 옆자리 짝꿍, 아니면 옆 반에 배정되어 있었다면.


세상 학교의 교과 과정은 다양합니다. 여러 과목이 있지요. 전공도 있고 부전공도 있고, 선택과목도 있고 필수과목도 있습니다. 살아가기 위해 생업을 택하는 것은 필수과목이라 할 수 있겠지요. 생업, 직업의 장에서 다양한 공부거리가 펼쳐지고 우리 영혼은 수련을 해 나갑니다. 엄밀히 말해 직업이 없는 사람은 인간관계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기본 공부의 기회가 없는 거지요.


반면 결혼을 할지 안 할지, 한다면 몇 번 할지, 했다가 이혼할지는 선택과목에 속합니다. 일생 한 번도 결혼하지 않는 사람과 여러 번 하는 사람은 둘다 이성관계를 통해 배울 것이 있어서 그렇게 선택한 거라고 하네요. 언뜻 듣기엔 아이러니하지만 이해가 아주 안 되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이 수업은 이제 끝난 것 같아요. 이성이란 관심사에서는 놓여난 거지요. 하지만 최근들어 모태솔로들을 자주 만나는 걸 보면 혹시 내가 도울 일이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뻥을 좀 치자면 저는 학창시절, 국어는 눈 감고도 백점 맞았습니다. 수학은 눈 부릅떠도 빵점이었습니다. 국어 문제는 저절로 답이 보였지만, 수학은 답을 알려줘도 다른 데 찍었어요.


인생학교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어떤 사안은 수월하게, 능숙하게 처리하지만 어떤 문제에는 매번 걸려 넘어지고 쩔쩔 매고 골탕 먹습니다. 그 지점이 바로 이 생의 공부거리입니다.


피하면 안 됩니다. 수학 따위 못해도 사는 데 지장 없지만 인생학교에서 낙제 과목은 패스할 때까지 영원히 재수강입니다. 왜 그래야 하냐고요? 영적 성장을 이뤄야 하기 때문이지요. 인생학교가 존재하는 이유가 그것이니 입학한 이상, 태어난 이상 그 과업은 피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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