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끌어안기

하루를 보듬는 도덕경 13 / 덕경편 41장(2/5)

by 신아연


모순되는 것을 끌어안는다는 게 우리한테는 참 힘든 일 같습니다. 우리는 분명한 것을 좋아하지죠.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거지, 기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것을 참아내기란 참 어렵죠. 그런데 이만큼 살아보니 사람도 세상도 모순 덩어리라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가령, 저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하고 깜짝 놀랄 때가 있지요. 근데 그게 그 사람인 거죠.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었던 거에요, 그 사람이 원래. 예배당 뒷자리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목사 설교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사람이, 맨 앞자리에 정갈한 자세로 앉아 초롱초롱한 눈매로 예배 보는 사람보다 하나님 만날 확률이 더 높을 수 있어요. 매우 넓은 덕은 부족한 듯하다는 말처럼.


따지기 좋아하고, 매사 옳고 그름이 분명한 사람, 니편내편이 확실한 사람일수록 세상의 반쪽밖에는 못 보죠. 반만 보는 건 자기 자유지만 세계의 실상은 그게 아니라는 데 심각성이 있지요. 이런 사람은 하루에 낮만 있거나 밤만 있어야 한다고 우기는 것과 같아요. 흰 것 속에 검은 것이, 깨끗함 속에 더러움이 섞여 있다는 것을 당연한 듯 인정하는 것이 보다 성숙한 태도겠지요.


분명한 거 너무 좋아하지 말아야겠더라구요. 제 꾀에 제가 빠지거나 헛똑똑이 소리 듣습니다. 해와 달을 함께 품는 지혜가 명(明)이라고 했듯이, 상반되는 것들 속에 담긴 진리를 볼 수 있어야겠습니다. 왜냐하면 세상은 움직이는 거니까요. 움직이되 어떻게 움직인다고 했지요? 네, 서로 반대편을 향해 움직인다고 했지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나 봅니다. 그러기에 순간순간 지혜로워야 합니다. 변화를 미리 포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밝음은 어둠을 품고, 나아감은 물러섬과 짝이 되며, 평탄함 속에 울퉁불퉁함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입체적으로, 통찰적으로 포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예부터 이런 말이 있다.

밝은 길은 어두운 듯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물러서는 듯하며

평탄한 길은 울퉁불퉁한 듯하고

높은 덕은 계곡과 같고

아주 깨끗한 것은 더러운 것 같으며

매우 넒은 덕은 부족한 듯하고

건실한 덕은 게으른 듯하고

정말 참된 것은 탁한 듯하다.


힘없고 약한 것이 진정한 강함일 수 있습니다. 막다른 길이 의외로 열린 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잘 한다고 한 일이 결과적으로 안하니만 못할 수도 있고, 일보 후퇴가 이보 전진을 약속합니다. 평탄하고 순탄하게 펼쳐진다 싶지만 울퉁불퉁한 복병을 만날지 알게 뭡니까.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지만, 안 되는 일이 곧 되는 일인지 누가 알겠습니까.


어떤 처지에서도 두려워하진 말자구요. 안달복달하진 말자구요. 어차피 도 안에서의 일입니다.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성경말씀처럼 도의 궤도 안에 머물기만 하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갈 것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게 가장 힘든 일이라구요?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도를 성실히 실천하는 상수가 아닌가요? 일용할 양식처럼 이렇게 매일 아침 함께 하루를 보듬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제가 새벽 글쓰기로 하루를 충전하듯이.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제 41장


수준 높은 사람은 도를 들으면

성실하게 실천하고

어중간한 사람은 도를 들으면

반신반의한다.

하수는 도를 들으면

조롱하며 비웃는다.

그렇게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으면

도라고 하기에 부족하다.


그래서 예부터 이런 말이 있다.

밝은 길은 어두운 듯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물러서는 듯하며

평탄한 길은 울퉁불퉁한 듯하고

높은 덕은 계곡과 같고

아주 깨끗한 것은 더러운 것 같으며

매우 넒은 덕은 부족한 듯하고

건실한 덕은 게으른 듯하고

정말 참된 것은 탁한 듯하다.


아주 큰 사각형은 모서리가 없고

아주 큰 그릇은 완성되지 않으며

정말 큰 음은 소리가 없고

정말 큰 형상은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다.


도는 감춰져 있어 이름이 없지만

오직 도만이

온갖 것을 기르고 베풀기에

잘 시작하고 잘 끝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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