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함은 나의 힘

하루를 보듬는 도덕경 23 / 덕경편 44장(1/4)

by 신아연


여러분은 세상을 무엇으로 사십니까.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시는지요. 저는 약함으로 산다고 말하렵니다. 제 처지가 처지인데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마저 남과 겨룰 필요가 없어서 노자를 실천하기에 맞춤한 환경입니다. 이래저래 운이 좋은 거지요.


약하기 때문에 도움을 받고, 약하기 때문에 공감하고, 약하기 때문에 감사할 일이 많습니다. 문득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을 흉내내며 살아가는 저를 봅니다. 귀천, 제목부터가 노자스럽지 않나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저는 요즘 소설과 친합니다. 이제 더는 철학이나 경전, 인생지침서를 읽지 않습니다. 그런 책들은 내가 그렇게 살지 않으면 무용합니다. 몰라서 못 사는 게 아니라 알아도 안 사는 거지요. 그런 책들의 가르침은 단 하나, 어떤 상황에서든 무조건 행복하라는 거지요. 저는 행복합니다. 그래서 더 이상 행복에 대한 배움은 필요없습니다.


제가 어제 읽은 소설은 김주영 작가의 『뜻밖의 生』, 저로서는 뜻밖에 좋은 소설을 만났습니다.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세상에는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딱딱한 것을 이긴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모두 협잡꾼으로 보면 돼. 사이비 종교 단체에 그런 사람들이 많아. 그런 새빨간 거짓말에 속아넘어가면 안돼. 약한 것이 어째서 강한 것을 이긴다는 거야. 천지 개벽이 되어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아. 지게 작대기가 철근 부러뜨리는 거 본 적 있어? 고양이가 코끼리를 잡아먹는 거 본 적 있어? 그런 건 얼간이나 사기꾼들이 하는 새빨간 거짓말이니깐 명심해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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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 43장을 막 마친 후라 빙그레 웃음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세상의 가장 밑바닥에서 벌거벗은 그대로 약함을 살아냅니다. 혹독한 운명을 물처럼 거침없이 살아냅니다. 하찮은 인생이 하찮지 않게 되는 길은 그것뿐이라는 듯. 소풍이라 여기면 그만이라는 듯.


앗, 어느 새 시간이 다 되어버렸네요. 44장을 읽어보기만 하고 내일 살펴보도록 하지요. 살펴보나마나 어려운 말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게 사는 것만이 과제입니다.


제 44 장


명예와 목숨, 어느 것이 더 절실한가?

목숨과 재물,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얻음과 잃음, 어느 것이 더 해로운가?


너무 애착하면 반드시 크게 대가를 치르고

너무 많이 지니면 반드시 크게 잃게 된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아

오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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