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하루를 보듬는 도덕경 24 / 덕경편 44장(2/4)

by 신아연


제가 살아보니 살면서 두 가지를 해결하지 않고는 살아도 살았다고 할 수가 없겠더라구요. 두려움과 욕망에 관한 문제가 그것입니다. 완전한 해결이야 죽어야 나는 거지만 제 말은 어느 정도 기준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거죠.


두려움의 궁극엔 죽음이 있지요. 인간의 가장 큰 두려움은 결국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니까요. 마찬가지로 인간 욕망의 궁극에도 죽음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두려움으로의 죽음은 극구 피하려하고, 욕망이라는 이름 아래의 죽음은 적극 달려간다는 차이만 있지요. 불빛 아래 포닥거리는 부나방처럼.


저는 제 안의 욕망과 두려움을 다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고, 이제는 그 둘 아래 깔려 허덕이지 않는 정도까지는 자유함을 얻었습니다. 오늘 노자는 욕망을 경계하고 있네요.



명예와 목숨, 어느 것이 더 절실한가?

목숨과 재물,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말로는 목숨이, 생명이 더 중하다고 하면서 실상은 재물과 명예, 권력을 향해 몸을 던지며 무한질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죠. 다만 기회가 없을 뿐. 그러나 지나친 욕망을 제어하지 못해 일신을 망치는 일, 매스컴에서 자주 접합니다. 우리라고 그러지 않으리라 장담 못하죠.


늘 솔직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솔직해지죠. 저나 여러분이나 밥 못 먹어서, 옷 못 입어서, 방 한 칸 없어서 괴로운 건 아니잖아요.


제 경우는 글로 이름 한번 날리지 못하니 시절 인연이 원망스러운 거고,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사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맥 빠지죠. 여러분들도 돈이 좀 더 있었음 싶고, 좀 더 대접받고 싶고, 남들이 알아줬음 좋겠고, 자기만의 일을 갖고 싶고,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싶은데, 그게 뜻대로 안 돼서 잠 못 이루는 밤이 있을 거잖아요.


저는 돈보다는 명예를 중시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고상한 사람은 아니죠. 글 쓰는 사람이 돈보다 명예를 갖고 싶은 건 당연하니까요. 또한 남 앞에 나서는 것도 안 좋아하지만 그건 제 성향이 그런 방식으로 돋보이는 걸 안 좋아하는 거지 제 안에 욕망이 없는 것은 아니죠.


이런 번민에 휩싸인 저에게 노자가 묻네요. 오늘 죽는다면 명예나 권력, 부가 다 무슨 소용이냐고. 그딴 거 다 없어도 좋으니 살아만 있게 해 준다면 소원이 없다하지 않겠냐고.


그런데 조금만 살 만하면 또 언제그랬냐는 듯 욕망의 수레바퀴를 굴리더라 이거죠. 저만 그런가요? 도무지 생존하는 것에만 만족할 수 없도록 생겨 먹은 게 인간이란 동물 아닌가요? 고상한 말로 자아실현의 욕구를 가진.


중요한 것은 욕망추구와 잠재력의 추구를 구분하는 일입니다. 욕망은 결코 채워질 수 없지요. 가질수록 더 가지고 싶어 갈증나죠. 요즘 노벨상 철입니다만, 상을 받고 바로 죽으면 모를까, 다음엔 그보다 더 멋진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겠지요 (노벨상 정도면 정점을 찍었으니 안 그럴지 모르지만).


저는 한 번도 베스트 셀러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도 저한테 다음 작품은 뭐냐고 묻거나 기대를 하지 않으니 얼마나 자유롭습니까. 그저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지속적으로 쓰면 그만인거죠. 제 경우는 잠재력 추구라고 할 수 있겠지요. 글이 삶하고 같이 가니까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바퀴에 깔릴 염려가 없습니다.


노자가 저한테 그냥 밥이나 먹으면서 목숨이나 부지하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 중요한가를 묻고 있습니다. 헛되고 삿된 생각을 버리면 생명력이 충만해져서 글이 더 잘 써집니다. 그런 태도로 글을 쓰라는 게 오늘 노자가 제게 주는 가르침입니다.


여러분에게 들리는 노자의 음성은 무엇인지요? 저와 마찬가지로 명예와 재물에 눈이 어두워 본질을, 생명력을 잃지 말라는 게 아닐까요?


고맙습니다.


제 44 장


명예와 목숨, 어느 것이 더 절실한가?

목숨과 재물,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얻음과 잃음, 어느 것이 더 해로운가?


너무 애착하면 반드시 크게 대가를 치르고

너무 많이 지니면 반드시 크게 잃게 된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아

오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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