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한, 정승열

하루를 보듬는 도덕경 27 / 덕경편 45장(1/4)

by 신아연


주말과 휴일 잘 보내셨습니까. 조승한, 정승열을 말하기에 제격인 계절입니다. 그게 누구냐고요? 잘 아는 사람이냐고요? 그러네요. 사람이름 같네요. ㅎㅎ


조승한(躁勝寒) 정승열(靜勝熱) 청정위천하정(淸靜爲天下正), 몸을 분주히 움직여서 추위를 이기고 고요히 있음으로써 더위를 이기듯이, 맑고 고요함으로 천하를 바르게 한다는 뜻입니다.


요즘 같은 날에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고, 지난 여름에는 되도록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이 추위와 더위에 대응하는 방법인 거지요. 외부세계는 나의 통제 밖에 있습니다. 추위와 더위가 닥치는 것은 내 영역밖의 일입니다. 나는 움직이거나 가만히 있거나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며, 해결을 내 안에서 찾아야 합니다. 그로 인해 문제에 휘둘리지 않게 됩니다.


우리 인생에도 추위와 더위가 번갈아 찾아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추위에 움직이고, 더위에 고요할 것, 즉 무위로 대응해야 하는 거지요. 문제는 그대로인데 그 문제를 대하는 나의 태도가 문제를 더 이상 문제삼지 않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청정위천하정(淸靜爲天下正), 세상 일이 저절로 올바르게 되고 저절로 안정될 것이라고 노자가 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저는 노자를 공부한 이후 아주 약간 변하고, 아주 쬐금 편해진 것을 느낍니다. 정말이지 문제는 그대로인데, 그 문제를 대하는 제가 바뀌어 갑니다. 겨울에 얼어붙고, 여름에 방방 뛰면서 불난 데 부채질하고, 빈대 잡다 집 태우고, 목욕물 버리다 애까지 버리는 일이 제 주 전공인데, 지금까지 한 걸로도 충분하니까요.


세상이 전부 멈춘 것 같나요? 희망의 빛이 보이지 않나요? 그래도 죄게 움직이라고 노자가 격려하네요. 지금 내가 당한 일이 억울하고 분해서 열이 끓어오르나요? 상대를 원망하며 시비 붙고 싶나요? 그래도 지긋이 가라앉혀보라고 노자가 위로하네요.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언젠가는 저절로 제자리를 찾아갈 거라고, 풀려나갈 거라고, 순리대로 될 거라고 다독이네요. 맑고 고요함, 그것이 무위의 이치라면서.


도덕경 전체가 그렇지만 특히 45장은 의미가 심장한 장입니다. 절정의 가을 단풍처럼 노자 특유의 역설과 모순이 빚어내는 진리의 절창입니다. 도덕경 81개 시를 관통하는 주제는 '무위(無爲)'인 것이죠. 가장 잘 사는 길은 무위로 사는 길입니다. 무위로 할 때 궁극에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제가 요즘 최인호의 장편소설 『유림』을 읽고 있는데요, 공자가 아까운 사람 잡았더라구요. 공자의 왕도정치를 조선에 실현시키려던 조광조의 조급한 '유위'가 결국 자기 목숨을 잃게 만들었으니까요. 의지는 곧았으나 지혜가 부족했던 거지요.


지혜로워야 합니다. 음흉하고 교활하라는 게 아니라 성룡의 '취권'처럼 허인듯 보이면서 실을 취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성경에서도 말하지 않습니까, 뱀처럼 지혜로우라고.


오늘은 어쩌다 마지막 구절을 먼저 살펴봤네요. 내일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제 45 장


완전하게 이루어진 것은 모자란 듯하나

그 작용에는 어그러짐이 없다.

가득찬 것은 비어 있는 듯 하나

그 쓰임은 다함이 없다.


아주 곧은 것은 굽은 듯하고

빼어난 솜씨는 서툰 듯하고

아주 잘 하는 말은 어눌한 듯하다.


몸을 움직여서 추위를 이기고

고요함이 더위를 이기는 방법이니

맑고 고요함으로 천하를 바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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