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라는 이름의 욕망

하루를 보듬는 도덕경 31/ 덕경편 46장(1/3)

by 신아연


12월도 중순입니다. 흐르는 세월을 두고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 빠지듯'이란 표현은 참으로 적절한 것 같습니다. 제 아들이 열 살 무렵 시간이 너무나 빨리 간다며 열심히 사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하길래, 어린 게 뭘 안다고 저런 소리를 하는지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50이나 60세를 기점으로 인생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나눌 때 '열심히 산다'는 의미도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반환점을 돌게 되면 전경에 보이는 풍경이 달라지는 것처럼 추구하는 가치도 재정비해야 하는 거지요.


삶에는 having과 doing과 being이 있습니다. 도덕경 46장은 이 세 가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우선 앞 장을 살펴볼까요?


세상에 도가 실현되면

전쟁에 쓰던 말로 농사를 짓고

세상에 도가 실현되지 않으면

말들이 전쟁터에서 새끼를 낳는다.


노자는 도가 있는 세상과 도가 사라진 세상의 모습을 전쟁터의 말로 대비시켜 말하고 있네요. 도가 제대로 실현되면 백성이나 위정자나 그저 제 분수에 맞게 순리대로 행하니 전쟁이 없겠죠. 그러니 군마들도 모두 농사짓는 데 쓰게 된다는 거죠. 그러나 도가 실현되지 않는 세상에서는 농사짓던 말조차 전쟁터로 끌려가고,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새끼 가진 암말조차


군마로 쓰게 되어 전장에서 새끼를 낳게 된다는 소리입니다. 군사비에 쏟아붓느라 인민들은 굶기는 북한 상황처럼도 읽히네요.


노자는 이에 앞서 군대가 머문 곳에는 가시덤불만 자라고, 큰 전쟁이 있은 후에는 땅이 피로 저주 받아 흉년이 들며, 만물을 낳는 흙조차 모성을 잃어버린다고 했지요.


『장자』 칙양편에는 우스꽝스러운 전쟁 이야기가 나옵니다.



달팽이 머리 위에 뿔이 두 개 나 있는데 각각이 하나의 나라다. 왼쪽 뿔은 촉나라고, 오른쪽 뿔은 만나라다. 이 두 나라는 서로 땅을 빼앗기 위해 틈만 나면 전쟁을 벌였다. 그 싸움이 워낙 치열해서 널브러진 병사의 시체가 수만 구나 되고 도주하는 적군을 추격하면 15일이나 걸려야 돌아왔다.


'촉만지쟁', '와각지쟁'으로 불리는, 해학과 촌철의 달인 장자의 우화입니다. 두 나라 간의 싸움이 처절하기 그지없지만 기껏해야 달팽이 뿔 위에서의 일이니 그야말로 하찮다는 의미가 담겨 있지요. 하늘이나 우주에서 내려다본다면 인간들끼리의 전쟁이 달팽이 뿔 위에서 벌어지는 그것과 다를 바 없겠지요. 더 중요한 것은 달팽이의 두 뿔은 한 몸에 달려 있다는 거지요. 두 뿔 중 하나를 잃게 되면 달팽이는 부상을 입거나 죽음을 맞게 되겠지요.


결국 전쟁은 욕망 때문에 생깁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혹합니다. 그러기에 다음 구절에서는 욕망의 폐해를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또한 욕망으로 인해 하루도 편할 날이 없고 일생이 피곤하지 않습니까. 지겨운 일입니다.


내일 계속 살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제 46장


세상에 도가 실현되면

전쟁에 쓰던 말로 농사를 짓고

세상에 도가 실현되지 않으면

말들이 전쟁터에서 새끼를 낳는다.


죄로 말하자면

욕심을 부리는 것보다 큰 것이 없고

화로 말하자면

족함을 모르는 것보다 큰 것이 없고

허물로 말하자면

얻으려고 애쓰는 것보다 큰 것이 없다.


그러므로 만족함을 아는 만족감이

항상 만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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