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후의 내 얼굴

죽음 이야기 22

by 신아연


여러분 혹시 죽은 후의 얼굴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죽은 사람의 얼굴을 본 적이 있는지, 있으면 몇 번이나 보셨는지요? 지난 주 송년 모임에서 지인들과 나눈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죽은 자는 말이 없을 뿐 아니라 얼굴도 어떻게 못한다는 거죠. 소위 얼짱각도를 낸다거나 표정관리가 전혀 안 된다는 뜻입니다. 평생 이 가면, 저 가면을 쓰며 살았던 사람도 정상적인 죽음(이란 말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고로 얼굴이 망가진 경우를 제외한다는 의미에서) 앞에서는 민낯이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거지요.

gce06b621e2deee4c503989ee5dadfe05c0e43d828fe19781295c262a93cbf98424f89dd7150.jpg?type=w773


40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데 그럼 죽은 후의 얼굴은? 죽은 후의 내 얼굴이 속수무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럼 어쩌란 말이냐고요? 도대체 뭔 말이냐고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저는 죽은 자의 얼굴을 두 번 보았네요. 이 나이 먹도록 겨우 두 번이네요. 5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 얼굴, 그리고 올해 8월에 가신 안락사 지인의 얼굴, 이렇게 두 번입니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얼굴 표정은 무심, 그 자체였습니다. 도덕경의 천도무친(天道無親)을 떠올리게 했지요. 무위의 얼굴이었습니다.


스위스에서 가신 분의 얼굴은 평화로웠습니다. 어머니 얼굴은 돌아가신 후 염습 때 보았지만, 그 분의 경우는 삶에서 죽음으로 건너가는 전 과정을 볼 수 있었기에 약물 주입 후 10초쯤 지나자 희미한 미소가 배여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두 분 다 잘 사셨다는 것을 얼굴로 말씀하신 거지요. 죽은 자는 말이 없는 게 아니었던 거죠. 조력사로 가신 분의 삶은 제가 모르지만 제 어머니 삶은 제가 좀 아니까 삶과 죽음이 일치했다고 생각합니다. 탐진치로부터의 자유조차 초월한 특유의 심성이 발현된.

ga81e3ce65e5d29ff7d89dcc79036e9c7862882db759a9105cedddaebb92022e0deee6a21286.jpg?type=w773


반면 지인이 본 어떤 죽음의 표정은 너무나 고통스럽고 험악하게 일그러져 생전에 알던 분이 맞나 싶을 정도였답니다. 아마도 죽음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죽음이 그저 무섭고 싫기만 해서 저승사자에게 억지로 끌려갔을 때 나올 수 있는 표정이라 할지. 고인도 결코 그런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테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죽은 자는 표정관리를 할 수 없으니까요.


생각해 보면 끔찍한 일입니다. 무방비로 드러난, 수습되지 않는 내 모습이라니! 아무리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보여준다 해도 저처럼 평생 남을 의식하고 살아온 사람에게는 이거야말로 큰 일입니다. 죽고난 후의 얼굴은 성형수술로도 바꿀 수 없으니. 삶의 이력을 속일 수 없으니. 그 얼굴은 지나온 삶의 인증샷이니.


지금부터 사는 자세를 다듬지 않으면 안 됩니다. 삶이 가지런하지 않으면 죽음이 울퉁불퉁해집니다. 삶의 연장선상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합니다. 여러분은 죽음 얼굴에 자신이 있나요?


57_19367017_poster_image_1636700055120.jpg


엉클연출지영수, 성도준출연오정세, 전혜진, 박선영, 이상우, 황우슬혜, 장희령, 이시원방송2021, TV조선


*죽음이야기에 그림을 제공하고 있는 김보선 작가의 작품이 현재 TV조선에서 방영 중인 토일드라마 '엉클'에 협찬중입니다. 뒷 벽과 옆 벽의 꽃그림 액자 보이시죠? 유명 작가의 작품을 제 글에 사용할 수 있게 되어 기쁘고 영광입니다.^^ 고맙습니다, 김보선 작가님!*

1639602908066-0_(1).jpg?type=w773
1639602908066-1.jpg?type=w773


다운로드파일.jpg

김보선 작가(좌)와 나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지족지족(知足之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