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이야기 22
여러분 혹시 죽은 후의 얼굴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죽은 사람의 얼굴을 본 적이 있는지, 있으면 몇 번이나 보셨는지요? 지난 주 송년 모임에서 지인들과 나눈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죽은 자는 말이 없을 뿐 아니라 얼굴도 어떻게 못한다는 거죠. 소위 얼짱각도를 낸다거나 표정관리가 전혀 안 된다는 뜻입니다. 평생 이 가면, 저 가면을 쓰며 살았던 사람도 정상적인 죽음(이란 말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고로 얼굴이 망가진 경우를 제외한다는 의미에서) 앞에서는 민낯이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거지요.
40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데 그럼 죽은 후의 얼굴은? 죽은 후의 내 얼굴이 속수무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럼 어쩌란 말이냐고요? 도대체 뭔 말이냐고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저는 죽은 자의 얼굴을 두 번 보았네요. 이 나이 먹도록 겨우 두 번이네요. 5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 얼굴, 그리고 올해 8월에 가신 안락사 지인의 얼굴, 이렇게 두 번입니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얼굴 표정은 무심, 그 자체였습니다. 도덕경의 천도무친(天道無親)을 떠올리게 했지요. 무위의 얼굴이었습니다.
스위스에서 가신 분의 얼굴은 평화로웠습니다. 어머니 얼굴은 돌아가신 후 염습 때 보았지만, 그 분의 경우는 삶에서 죽음으로 건너가는 전 과정을 볼 수 있었기에 약물 주입 후 10초쯤 지나자 희미한 미소가 배여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두 분 다 잘 사셨다는 것을 얼굴로 말씀하신 거지요. 죽은 자는 말이 없는 게 아니었던 거죠. 조력사로 가신 분의 삶은 제가 모르지만 제 어머니 삶은 제가 좀 아니까 삶과 죽음이 일치했다고 생각합니다. 탐진치로부터의 자유조차 초월한 특유의 심성이 발현된.
반면 지인이 본 어떤 죽음의 표정은 너무나 고통스럽고 험악하게 일그러져 생전에 알던 분이 맞나 싶을 정도였답니다. 아마도 죽음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죽음이 그저 무섭고 싫기만 해서 저승사자에게 억지로 끌려갔을 때 나올 수 있는 표정이라 할지. 고인도 결코 그런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테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죽은 자는 표정관리를 할 수 없으니까요.
생각해 보면 끔찍한 일입니다. 무방비로 드러난, 수습되지 않는 내 모습이라니! 아무리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보여준다 해도 저처럼 평생 남을 의식하고 살아온 사람에게는 이거야말로 큰 일입니다. 죽고난 후의 얼굴은 성형수술로도 바꿀 수 없으니. 삶의 이력을 속일 수 없으니. 그 얼굴은 지나온 삶의 인증샷이니.
지금부터 사는 자세를 다듬지 않으면 안 됩니다. 삶이 가지런하지 않으면 죽음이 울퉁불퉁해집니다. 삶의 연장선상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합니다. 여러분은 죽음 얼굴에 자신이 있나요?
엉클연출지영수, 성도준출연오정세, 전혜진, 박선영, 이상우, 황우슬혜, 장희령, 이시원방송2021, TV조선
*죽음이야기에 그림을 제공하고 있는 김보선 작가의 작품이 현재 TV조선에서 방영 중인 토일드라마 '엉클'에 협찬중입니다. 뒷 벽과 옆 벽의 꽃그림 액자 보이시죠? 유명 작가의 작품을 제 글에 사용할 수 있게 되어 기쁘고 영광입니다.^^ 고맙습니다, 김보선 작가님!*
김보선 작가(좌)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