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너 있고, 너 안에 나 있다

하루를 보듬는 도덕경 50 / 덕경편 51장(3/3)

by 신아연


무위당 장일순 선생과 이아무개(이현주)목사의 대담형식 『노자이야기』에는 51장 마지막 구절을 흥미롭게 풀고 있습니다.


낳고도 소유하지 않고

이루고도 기대지 않고

키우고도 지배하지 않는다.


-일체 만물은 도와 덕으로 함께 하는 몸인데 누가 누굴 소유하겠습니까?

-바로 그 얘길세! 우리가 모든 문제를 그렇게 봐야 한단 말이야.

-내가 내 코를 소유한다고는 말하지 않으니까요.

-그래. 가슴이 가려워서 손이 긁었는데 손이 가슴한테 뭐 바라는 게 없잖아? 남편이 아파서 아내가 간호를 했는데 아내한테 따로 사례비를 주는 건 아니잖아? 이런 관계를 자꾸 넓히면 결국 온 우주가 나와 한 몸인거라.

-옳습니다. 의사들이 환자를 보살필 때 말입니다. 바로 이 환자 덕분에 내가 밥 먹고 산다는 생각 하나만 품고 있어도 얼마나 친절하고 정성이겠습니까? 의사와 환자 사이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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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이야기저자장일순출판삼인발매2003.11.25.



필자와 독자의 관계도 그렇지요. 특히 저와 우리 자생 서당 독자들과의 사이는 특별하지요. 글을 써서 개별 발송을 하는 좀 유별난 방식만을 말하는 건 아니에요. 각별한 분들은 한국에 돌아와 살게 된 제 형편과 처지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아픈 일들을 품고 기도해 주시지요. 저도 몇몇 독자들의 개인적 사정을 압니다. 좋은 일로 함께 기뻐하기도 하지만 저를 믿고 가슴 아픈 일, 걱정스러운 일, 막막한 일을 털어놓고 의논합니다. 이럴 때 저는 한마음을 느낍니다.


글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삶 자체를 접고 싶을 때도 왜 없겠습니까. 그럴 때는 자생 독자들을 떠올립니다. 노자 흉내를 내자면 열에 셋은 거절할 것까진 없으니 그냥 받아 두고, 다른 열에 셋은 별생각 없이 휙 한번 읽고, 또 다른 열에 셋은 정독하며 공부거리로 삼고, 나머지 열에 하나는 제 글을 통해 하루를 버텨나갈 힘을 얻는다는 걸 제가 알거든요. 저는 바로 이분들을 생각할 때 글도 삶도 그만둘 수 없는 거예요. 이분들로 인해 저 역시 책임감에서 오는 힘을 얻게 됩니다.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든, 어떻게 느끼든 도와 덕 안에서 우리는 하나입니다. 도와 덕 안에서는 삶과 죽음조차 하나인데, 생명을 같이 나눈 존재들이 둘일 수 없잖아요. 그러기에 도와 덕은 생색내지도, 자랑하지도, 대가를 바라지도, 내 맘대로 하겠다고 거들먹거리지도 않지요. 이런 것을 두고 그윽한 덕, 현덕(玄德)이라 한다네요. 현덕 아래 살아가는 우리, ‘내 안에 너 있고, 너 안에 나 있다’는 것만 잊지 말기로 해요.


고맙습니다.


제 51 장


도는 모든 것을 낳고

덕은 모든 것을 기르고

물질은 모든 것의 형체를 만들고

기운으로 모든 것을 이룬다.


그러기에 모든 만물은

도와 덕을 귀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도는 높고

덕은 귀하지만

만물 위에 군림하지 않고

그냥 저절로 되어가게 둔다.


낳고

기르고

실하게 하고

성숙시키고

안정되게 하고

돌보고

먹여주고

감싸고

회복시키고

다독이고

덮어준다.


낳고도 소유하지 않고

이루고도 기대지 않고

키우고도 지배하지 않는다.


이것을 그윽한 덕(현덕;玄德)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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