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度)를 넘어 도(道)를 잃다

하루를 보듬는 도덕경 55 / 덕경편 53장(2/3)

by 신아연


큰 길로 가면 쉽고 평탄한데 곁길, 지름길로 가는 걸 좋아한다는 말을 제 삶에 적용해 봅니다.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이니 성실하고 진정성있게, 멋 부리지 않고 날마다 정한 분량의 글을 쓰면 그만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원고료를 받아 그 수입 안에서 정직하게 살면 됩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참 쉽죠. 이렇게 사는 게 제겐 큰 길의 삶입니다. 제게는 곁길이나 지름길이 있을 수 없지요. 욕심을 부리거나, 꼼수를 쓰거나, 누구에게 알랑방귀를 뀔 일이 없으니까요.


책이 좀 팔렸으면 싶지만 그건 제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잖아요. 사람들이 안 사주면 하는 수 없는 일이잖아요. 내가 할 수 없는 일에 불만하는 마음을 낼 필요가 없지요.


세상은 원래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거라고 마음을 탁 놓아버리는 것, 이 또한 큰 길의 삶이죠. 참 쉽죠. 큰 길은 무위의 길이지요. 저는 다른 건 안 되지만, 제 일에 관해서는, 글을 쓰는 것에 관해서는 무위를 잘 유지하는 편입니다. 치사하게 굴거나 위태롭거나 켕길 게 없어요.


지름길은 가파르고 비탈도 있고 예기치 않은 변수의 우려가 있기에 발 디딜 때마다 마음 편할 새 없이 온통 신경이 쓰이죠. 그렇게 당도한 곳이 어딘가요? 도둑 소굴이라고 노자는 말씀하시네요.


조정은 화려하나

논밭은 황폐하고

창고는 텅 비어있다.

위정자들은 광채나는 비단 옷을 입고

날카로운 칼을 차고

기름진 음식을 물리도록 먹고 마시며

재물이 남아돈다.


실로 도둑이 아닌가?


위정자들의 행태야 뉴스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노자께서 위와 같이 다 말씀하시는데 제가 말을 보탤 게 뭐가 있겠습니까.


요즘 하는 드라마 <태종 이방원>을 보면 말끝마다 굶주리고 도탄에 빠진 백성을 위해서라고 하던데, 자고로 모든 위정자들은 언제나 백성, 국민을 위해 왔지요. 그렇다니 그런 줄 알아야죠. 한 가지만 말하자면, 제가 한국에 다시 와서 보니 관공서, 말 그대로 조정의 외양이 매우 화려하고 크던데 '국민을 위해' 꼭 그럴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위정자는 원래 그렇다치고 우리도 마찬가지죠. 저만 해도 옷이야 말할 것도 없고 지네발이라도 되는 듯 신도 많고, 양말도 많고, 문어팔인 양 가방도 많고, 기린도 다 못 두를 많은 스카프와 책 등, 이런저런 가진 게 많습니다. 먹는 것도 그래요. 살찔까봐 못 먹지 돈 없어서 못 먹진 않지요. 우린 사실 세종대왕보다 더 잘 먹지 않나요? 이래저래 저도 도둑입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 경제국가이니, 나머지 200여개 국에 대해 도둑입니다. 5개 대륙은 아프리카 대륙에 대해 도둑입니다. 과잉생산, 과잉소비의 현인류는 지구에 대해 도둑입니다. 인간은 자연에 대해 도둑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코로나를 통해 환경을 훔치고 도륙낸 과보를 받고 있는 거지요.


우리 모두 도(度)를 넘는 바람에 도(道)를 잃었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부끄러운 이야기 내일 계속 하지요.

고맙습니다.


제 53 장


나에게 조금이라도 지혜가 있다면

큰 길로 가면서

옆길로 새는 것을 두려워하겠다.

큰 길은 아주 평탄하지만

사람들은 지름길을 좋아한다.


조정은 화려하나

논밭은 황폐하고

창고는 텅 비어있다.

위정자들은 광채나는 비단 옷을 입고

날카로운 칼을 차고

기름진 음식을 물리도록 먹고 마시며

재물이 남아돈다.


실로 도둑이 아닌가?

이것은 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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