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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적인 사람

일상에 철학을, 철학에 일상을 8

by 신아연


글을 쓰다 보면 독자들의 성향이 스펙트럼처럼 다양함을 느끼게 된다. 스펙트럼의 양극단에 있는 사람은 유아적일 경우가 많다. 악의는 없지만 자기중심적이란 뜻이다. 내 글을 읽는다는 이유 하나로 나를 절친 대하듯 하는 식이다. 오밤중이나 신 새벽에 불쑥불쑥 톡을 보내 신세타령을 하거나, 이리 오너라, 저리 가거라 순전히 본인 위주로 나를 밖으로 끌어내고 싶어하고, 밤 12시에 연애하자는 카톡이 날아오기도 한다. 내가 아무리 혼자 살기로 그런 연애를 하고 싶겠나.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하루의 대부분, 일주일이면 5일, 한 달이면 25일 이상을 내 시간으로 비워둬야 한다. 직장에 매여 있는 사람처럼 나도 그렇게 매인 목숨이다. 만날 사람 다 만나고, 갈 데 다 가고, 놀 거 다 놀면 누가 나를 먹여 살린단 말인가. 그런 나더러 우물 안 개구리라고 비아냥대는 사람도 있다.


유아적인 사람은 사람 사이의 적절한 거리나 회색지대를 인정하지 않는다. 사람에 대한 판단도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내편 니편, 모 아니면 도로 갈린다. 이런 사람들은 순수하고 착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인관계는 사람을 잘 믿지 못하고 방어적인 사람이 오히려 성숙하게 맺는다. 평화는 착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깨진다는 말이 있다.


"평화는 오히려 악인 사이에서 유지 되는데, 그 이유는 자기 내면의 악한 부분을 충분히 인식할 때에만 우리는 겸허해질 수 있고, 상대에게 조심하며, 쉽게 화를 내거나 책망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결과로 간신히 평화가 유지되는 것이다." - 소노 아야코 『타인은 나를 모른다』


불순함이 곧 어른스러움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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