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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이 없을지라도

일상에 철학을, 철학에 일상을 9

by 신아연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젊은이가 무술 고수가 되고 싶어 뛰어난 스승을 찾아갔다.

“얼마나 연마를 해야 고수가 될 수 있을까요?”

스승이 대답했다.

“10년이다.”

젊은이가 다시 물었다.

“먹지도 않고 잠도 안자고 매일 24시간 쉬지 않고 무술만 연습한다면 얼마나 걸릴까요?”

스승이 대답했다.

“평생이다.”

젊은이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렇죠?”

스승이 대답했다.

“즐거움이 없고 힘들기만 하면 일을 이룰 수 없다. 즐거움이 없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으랴!”

힘든 과정 속에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그 과정을 완성할 수 있다. - 구거 『우울증 남자의 30시간』


나의 지금 상황과 비슷하다. 매일 24시간 글을 생각하지만 솔직히 잘 써지지 않는다. 글을 받치고 세워줄 ‘일상적 생활’이란 게 없기 때문이다. 혼자 살기 전에는 나도 남편과 함께 일을 하느라 24시간이 부족한 생활인이었다. 그때는 이렇게 일만 하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으로 퇴근 후 밤을 새워 글을 쓰며 새벽을 맞이한 때도 있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육아와 살림에 시달리면서도 어떻게든 글을 쓸 짬을 내보려고 생 몸부림을 쳤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글만 쓰면 되는 환경이 주어졌음에도 전처럼 마음도 의지도 치열하지 않다. 즐거움이 없기 때문이다. 글이 그만 일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아마추어에서 프로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너무 지겨워서 확 때려치우고 싶어도 생계를 꾸릴 다른 방편이 없다. 몇 가지 잔재주는 있지만 돈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글재주밖에 없다. 도대체 어쩌면 좋은가. 생각을 공글리다 달리 방도가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내게 더 큰 글 부담을 지우는 것 외에는. 도망가면 더 따라온다. 휙 돌아서서 그대로 맞붙어야 한다. 비록 즐거움은 없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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