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과 혼의 차이는? (9)
저,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간 편히 지내셨습니까. 제 글을 기다려 주셨는지요?^^
영과 혼에 관한 이야기는 이번 주, 10회까지로 끝내고, 다음 주부터는 도덕경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돌아가 노자를 마치고 장자, 공자, 맹자 등 인문의 향연을 지속적으로 펼치겠습니다. 동양 성현들을 통해 여러분과 함께 '잘 살아가는 길'을 더듬겠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잘 사는 길일까요?
나이들면 밥심으로 산다고들 하지요. 무엇보다 밥을 먹어야 속이 든든하고 기운을 낼 수 있다는 말인데요, 나이들어 '밥심'처럼, 나이들면 '영심'으로 살아야 합니다. 더 이상 '혼심'으로만 살아지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인문의 숲에서 진정한 삶의 향기를 맡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뜻도 됩니다.
저는 60년을 혼의 힘으로 꾸려왔습니다. 생각, 감정, 판단, 결심, 상식, 합리, 이치, 그에 따른 행동으로 살아왔습니다. 살아온 게 아니라 버텨왔습니다. 그 결과, 길을 잃었습니다. 총체적으로 삶이 무너졌습니다. 한 마디로 망한 거지요.
실패를 했는데 자아는 살아있을 때 미치는 거라고 하죠. 한 술 더 떠 실패 후 자아를 더 강화하는 사람은 구제가 불능입니다. 자아의 성을 견고히 구축하고, 그 안에서 유령 성주가 되어 허상에 더욱 매달리는 것, 그것이 혼심의 말로입니다. 정신력 강화니, 마인드 컨트롤이니, 멘탈 훈련이니 하는 혼성 수련으로는 삶을 바로 세우는 데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자칫하면 자아의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는 꼴이 됩니다. 혼의 힘이 갖는 한계이자 부작용인 거지요.
혼은 강화할 게 아니라 홀연히 버려야 할 존재입니다. 더우기 실패한 삶을 바로 세우는 데는 혼은 오히려 걸림돌입니다. 제 힘으로 어떻게 해 보려고 미쳐 날뛰니까요. 혼 혼자 설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됩니다. 시끄러운 혼의 동력을 꺼야 합니다. 혼심을 죽이고 영심을 회복해야 합니다. 영의 컨트롤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죽기만큼 힘들다는 거죠. 아니 죽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뭐가요? 자아가요. 일평생 나라고 생각해 온 그 나를 죽일 때 비로소 영심이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혼심에서 영심으로는, 천동설에서 지동설처럼 인식의 대전환이 요구됩니다. 천동설을 붙잡고 있어서는 안 되는 거지요. 그건 진실과 다르니까요. 마찬가지로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혼심에 매달려선 안 되는 거지요. 진리에 닿을 수 없으니까요.
성경에는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라는 말씀이 있는데,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이 바로 자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완전히 못 박지 않아 자아가 시시때때로 출몰한다는 것이죠. 부활해야 할 것은 영심인데, 혼심이 자꾸 부활하니 딱한 노릇인 거죠. 아니, 그 자아, 전혀 안 죽었더라고요, 한 번도 죽은 적이 없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