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과 혼의 차이는? (10)
한 독자께서 영과 혼의 차이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한 것이 발단이 되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혼의 정의는 간단합니다. '내가 나라고 여기는 나'이지요. 다른 말로 자아나 에고라고 부르고, 지, 정, 의로 작용을 드러냅니다. 자기중심적인 특성을 갖고 있고요. 부, 명예, 권력, 재능 등을 통해 사람들로부터의 인정 욕구와 자아실현을 도모하지요. 출세하고 성공하기 좋아하는 혼, 그래서 세상의 중심, 최고가 되고 싶은 혼, 아무도 못 말리죠.
혼 작용이 적절하면 눈에 보이는 세상에서는 매우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지만 육적인 충동이나 욕망에 지나치게 야합하면 흔히 말하는 짐승만도 못한 존재로 나를 타락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탐진치(貪瞋痴)를 삼독(三毒)이라고 하는 것이 그 말이지요. 그래서 옛 성현들은 혼을 고양시키는 수련, 수도의 삶을 강조했던 거구요. 불혹, 지천명, 이순 등은 나이에 걸맞게 이르러야 할 혼의 수준을 의미하지요.
혼은 한 마디로 사람의 정신과 의식의 세계입니다. 지, 정, 의로 표현된다고 했지만 지의 세계가 으뜸이라 하겠습니다. '생각'이 대표주자란 뜻입니다. 그래서 혼적 극치를 말할 때 '지성'이라고 하는 거지요. '지적으로 보인다'는 소리는 혼의 세계에서는 최상의 칭찬인 거죠. 저도 몇 번 들었다고 했지요? ㅎㅎ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한 데카르트의 말은 인간의 존재를 혼으로 규정하는 단정적 명제입니다. '생각'이 인간 존재의 본질이라는 뜻이니까요.
그렇다면 영은 무엇인가요? 혼이 영 없이 단독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요? 영은 혼의 에너지 공급처입니다. 혼이 영을 의식하지 못할 뿐.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 근본적으로 기름이 주유기에서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수도꼭지가 물을 내고, 콘센트 자체에서 전력이 나오는 게 아니 듯. 수도꼭지나 콘센트를 아무 데나 달고 붙인다고 물이나 전기가 쏟아지나요?
급유차의 공급이 없다면 주유기는 무용지물이 되지요. 주유기 없어도 기름만 있으면 양동이로 부으면 되죠.
영이 강건하면 혼은 저절로 제 길을 찾아갑니다. 뒷심이 있으니까요. 영성이 충만하면 닥닥 긁어야 근근히 목을 축일 수 있었던 바닥 얕은 샘이 마르지 않는 샘이 됩니다. 멘탈은 강한데 영이 약한 사람이 있습니다. 저 같은 사람입니다. 닥닥 긁는 건 누구보다 열심인데, 금방 바닥을 드러내 보이는 거지요.
혼에 대해서는 우리가 잘 압니다. 지금껏 혼으로 살아왔으니까요. 영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의식하지 못하고, 의식하려고도 않고 살아왔으니까요. 심지어 어떤 사람은 그런 세계는 없다고도 하지요. 영에 대해서는 이담에 따로 수업을 하겠습니다.
흔히 '영혼'이라고 말하지만 영과 혼은 이렇게 다른 것입니다. 혼이 영의 존재를 인식하고 영의 공급에 따라 살 때 비로소 '영혼'을 함께 부를 수 있게 되겠지요. 제 힘으로 나는 줄 알았던 연이 어느 날 문득 얼레의 존재를 깨닫게 될 때에 말이죠. 연이 어떻게 얼레의 존재를 깨닫게 되냐고요? 그건 다음에, 영에 대해 공부할 때 나누기로 해요.
이렇게 해서 영과 혼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잠정적으로 마칩니다. 내일은 대선 공휴일이니, 목요일에 죽음 이야기로 만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