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짤없는 천국 면접관

by 신아연


어제 저는 한 정부 기관에서 면접을 하고 왔습니다.


이 나이에 취업하려고 면접시험을 치른 게 아니라 제가 면접관이었단 뜻입니다. 한 명을 뽑는데 아홉 명을 명단에 올렸습니다. 면접관은 저를 포함해서 세 명. 취업 최종 전선에 선 젊은이들을 보니 지금 다니는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여섯 명 앞에서 면접을 치렀다는 작은 아들 생각이 나 안쓰러웠습니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얼마나 떨리는 자리입니까. 어떤 친구는 노골적으로 긴장했고, 또 다른 친구는 안 그런 척했지만 면접관으로서는 이도저도 다 간파할 수 있었습니다.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는 것으로 본인이 감추든 드러내든 자질도, 품성도, 역량도 거의 보였습니다. 저쪽 입장이 아닌 이쪽 입장이 되면 저절로 그렇게 되나 봅니다.


언젠가 하늘나라 시험을 치를 제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어제 세 명의 면접관처럼 성부, 성자, 성령 성삼위 하나님께서 저를 호명하신 후 반대편 자리에 앉히겠지요. 천국 입성 판단을 위해 '얄짤없는' 심사를 시작하실 겁니다.


천국 면접 예상 질문을 뽑아보자면 "너는 살아서 얼마나 다른 사람을 도왔는가. 다른 사람 속에서 우리 하나님의 모습을 보았는가. 즉, 가장 작은 자에게 관심을 쏟았으며, 주린 자를 외면하지 않았는가. 너는 네 가족과 이웃에게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는가. 네가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한테도 하지 않았는가. 남에게 받고 싶은대로 너도 남을 같은 방식으로 대했는가. 환경이 어떠하든 늘 감사하고 평안했는가. 주어진 일, 맡겨진 일, 소명과 사명으로 행해야 하는 일에 게으르지 않았는가." 등 일 거예요.


천국 면접관들은 그 모든 일을 진심으로 했는가, 마지못해 했는가, 가식으로 했는가를 간파하고 평가서에 상, 중, 하 점수를 매기실테지요. 세부 기준도 있을 테지요. 그 칸은 8개로 나눠져 있을 거예요. 심령이 가난했는가, 애통했는가, 온유했는가, 의에 목말라 했는가, 긍휼히 여겼는가, 마음이 청결했는가, 화평케 했는가, 옳은 일을 하면서 박해를 받은 적이 있는가로. 예수님 산상수훈의 팔복이 채점 항목인 거지요.


그 다음은 경력란입니다. 사랑, 희락, 화평, 인내,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의 열매가 얼마나 실한가를 평가하실 겁니다. 그 아홉가지가 천국에서는 스펙입니다. 거기서는 학벌, 토익점수, 각종 자격증, 수상 경력, 외모 등 세상 스펙이 다 필요없지요.


천국 면접에서 가장 희망적인 것은 이 세상 면접과 달리 경쟁 없는 절대평가라는 점입니다. 자리를 놓고 다툼할 필요가 없지요. 네가 들어가면 내가 못 들어가는 게 아니고, 네가 떨어져야 그 자리가 내 차지가 되는 게 아니죠. 천국에는 자리가 무궁무진하고, 무엇보다 성삼위 면접관은 진심으로 우리를 다 뽑아주고 싶어하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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