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는 게 되는 것

도덕경 59/3장

by 신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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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 법무법인 로고스 대표변호사



현실에 매여 하루하루 버겁게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도라는 것이 그저 막연해서 인식조차 못 하지요. 있어봤자 나하고는 상관 없다 싶고. 그런데 59장을 보면 그게 아니잖아요. 검소하게 살고, 생각을 자제하고, 말과 행동에 절제가 있으면, 나라로 치면 제도와 법령을 간소히하면 그게 바로 도에 맞닿은 모습이라고 하잖아요.


다음 단계는 이것을 체화해야 하는 단계인데요. 다른 말로 덕을 쌓는 단계인데요, 그런 덕이 쌓이고 쌓인 사람이라면 어디서 무얼하든, 누굴 만나든 한계와 걸림이 없어 한 나라를 다스릴 수준이 된다는 거지요.


덕을 거듭 쌓으면

하지 못할 일이 없다.

하지 못할 일이 없으면

한계에 이르지 않는다

그 정도가 되면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


그런데 체화가 말처럼 쉽지 않지요. 기독교 버전으로 말하면 늘 성령 충만해 있어야 하는 건데요, 자동차 기름이, 핸드폰 밧데리가 항상 만땅으로 채워져 있는 상태인 거죠. 사용하면서 동시에 채워지는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요? 하지만 어쩝니까. 하고 또 하고, 오르고 또 오르고, 굴리고 또 굴릴 수밖에요. 뭘요? 시지프스의 돌을. 죽겠다고 굴려서 올려 놓으면 순식간에 발 밑으로 다시 떨어지는 우리의 돌을.


실상은 안 되는 게 되는 겁니다. 그게 곧 체화 과정입니다. 시루 밑바닥으로 물이 다 빠져나가도 콩나물은 자라 듯이. 다만 안 되는 나를 의식하기만 하면 됩니다. 마음이 가난하고 애통하는 사람이면 되는 거지요. 성경의 다윗 같은 사람, 그런 사람이 다스리는 나라는 당연히 그 뿌리가 깊고 튼튼하여 오래 갈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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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나라를 지킬 정도의 도를 지닌다면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이럴 때 뿌리가 깊고 튼튼하여

장구하게 살고 오래 보게 된다.


맨 마지막, '오래 보게 된다'는 것을 설명한 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 오래 본다는 것은 눈을 깜빡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도가에서는 눈을 깜빡이지 않는 것을 장생의 한 비결로 여기지요.


눈을 깜빡이지 않으면 안구 건조증에 걸리죠. 저는 안구 건조증으로 한 5개월 고생하다가 결국 안과적 시술을 받고나서 요즘은 글도 다시 쓰고 책도 조금씩 봅니다. 장생은 고사하고 장님 되는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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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그런데 노자가 말하는 장생은 그 장생이 아닙니다. 장수비결을 말하는 게 아니라 근본에 뿌리내리는 삶, 도에 잇대어 있는 삶의 방식을 체화할 때 그 가치가 무궁하다는 뜻인 거지요.


노자의 깊은 생각과 철학이 훗날 장생불사를 추구하는 도교로 빠지게 되는 어이없는 빌미가 바로 이런 문자적 곡해에서 비롯된 것인데요, 하여간 인간들이 문제에요. 어찌된 게 항상 말에, 글에 매인단 말이죠. 사도바울도 간곡히 말하지요. 문자는 죽이는 것이며 영은 살리는 것이라고(the letter kills, but the Spirit gives life).


59장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제 59 장

사람을 다스리고 하늘을 섬기는데

검약과 절제보다 좋은 것이 없다

오직 그렇게 할 때

일찌감치 도에 돌아갈 수 있다

일찌감치 도에 돌아감이 곧 덕을 쌓는 것이다.

덕을 거듭 쌓으면

하지 못할 일이 없다.

하지 못할 일이 없으면

한계에 이르지 않는다

그 정도가 되면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

나라를 지킬 정도의 도를 지닌다면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이럴 때 뿌리가 깊고 튼튼하여

장구하게 살고 오래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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