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소다소(大小多少)

하루보듬 도덕경(63/2장)

by 신아연


오늘은 '대소다소(大小多少)'입니다.


원문은 이렇게만 툭 던져져 있습니다. 노자님, 대략난감이네요.


큰 것을 작은 것으로

많은 것을 적은 것으로 여기며

원한을 덕으로 갚는다.


저는 '큰 것을 작은 것으로 여기고 많은 것을 적은 것으로 생각하라'고 풀었습니다만, 반대로 풀 수도 있거든요. 즉, '작은 것을 큰 것으로 여기고, 적은 것을 많은 것으로 생각하라'고.


노자의 심중을 알 수 없으니 가능성 있는 모든 풀이를 해보지요. 모두 세 가지로 풀 수 있습니다.


첫째, '큰 것을 작은 것으로...'로 풀면 어제 저의 글쓰기가 예로 적합하지요. 책 한 권을 언제 쓰나 싶지만(큰 것) 매일 200자 원고지 10매 씩만 쓰면(작은 것) 세 달이면 되니까요. '많은 것을 적은 것으로 여기는 것'도 마찬가지죠. 살을 뺄 때 일주일에 250그램 씩만 빼는 거에요. 그러면 한 달에 1킬로그램이 빠지죠. 물론 이것도 쉽지 않지만. 어떤 사람은 오히려 일주일에 250그램 씩 차곡차곡 찌지요. ㅎㅎ


여하간 이렇게 풀면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로 이해되지요.


둘째, '작은 것을 큰 것으로 여기면' 어떻게 될까요? 지금은 별 일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훗날 재앙이 될 수 있으니 신중을 기하라는 뜻이 되겠지요.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지 말라는.


가령 몸무게가 착실히 늘고 있는데 별 일 아니라고 애써 외면하면 어떻게 되지요? 그래서 저는 날마다 같은 시간에 체중을 잽니다. 아침 글 써놓고 재지요. 이따가도 잴 거에요. 날마다 체중계에 올라가면 같은 체중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게 가장 확실한 방법 같아요. 저는 임신했을 때 말고는 1~2 킬로그램 차이나는 범위 내에서 같은 체중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제부터 잘난 척해서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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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a70, 출처 Pixabay


셋째, '크든 작든, 많든 적든'으로 풀 수 있습니다. 이렇게 풀면 '원한을 덕으로 갚는다'와 조응이 가장 잘 되지요. "크든 작든, 많든 적든 원한을 덕으로 갚으라" 이렇게요. 62장에서는 착하지 않은 사람도 착하게 대하라고 하셨지요.


노자님하고 예수님하고 말이 잘 통하시죠. 예수님도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으니까요. 아예 한 술 더 뜨시죠. "오른 뺨을 때리면 왼뺨도 대 주라"며.


부처님은 뭐라 하셨을까요?


"원한을 원한으로 갚으려 하면 끝내 원한이 그치지 않으리라. 오직 참음으로 원한이 그친다"고 하셨지요. 법구경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노자, 예수, 붓다 모두 원한을 원한으로 갚는 것은 결국 '보복 원리'이니, 또 다른 보복을 불러오게 되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뜻인데 지금 '이은해 사건'의 피해 남편 유족들에게 이 말이 어떻게 들릴까요?


살인 피해 유족들에게 가해자의 사형은 보복 차원이 아니라 '위로 차원'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형밖에는 마음을 달랠 길이 없기 때문이라는 거지요. 그래서 공자님이 나서시죠. "원한을 덕으로 갚으면, 덕은 무엇으로 갚겠냐"며. 원한은 곧은 방법으로 다스려야 한다며.


공자님은 확실히 현실적이죠. 그 말씀, 내일 계속 들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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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제 63 장


함이 없는 것으로 행하고

일이 없는 것으로 일하며

맛이 없는 것으로 맛을 삼는다.


큰 것을 작은 것으로

많은 것을 적은 것으로 여기며

원한을 덕으로 갚는다.


어려운 일은 그것이 쉬울 때 하고

큰 일은 그것이 작을 때 하라.

세상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데서 비롯되고

세상의 큰 일은

반드시 작은 데서 비롯되기에

성인은 끝내 큰 일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큰 일을 이룬다.


쉽게 승낙하면 반드시 신뢰가 적고

쉽게 생각하면 반드시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까닭에

성인은 모든 일을 어렵게 여기니

끝내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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